1987년 4월 입사, 2022년 12월 퇴사. 어언 35년 9개월의 세월. 인생의 절반 이상을 한 직장에서 보냄.
직장 들어와 결혼하고 애 낳고 집 사고, 업무상 해외출장 자주 다녀 항공사 마일리지 쌓이고, 세계 각국에 다녀보고 (미국 유럽 아프리카 아시아 아랍 오세아니아 등등).
일본 중국에서 3년 반 동안 살아보고, 외국어 배워 많은 해외 친구 사귀었고, 각 나라 문화도 경험해 보았다.
직장에 대한 고마움은 한이 없다.
월급이 한 번도 어김없이 꼬박꼬박 들어왔다. 예를 들어 25일 월급날이 일요일이면 23일 금요일에 미리 월급이 들어왔다. 미래를 예측하며 가정의 계획을 세울 수가 있었다.
35년 전에 이미 격주 토요일 근무로 노는 시간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었다. 2주 만의 토요일 근무도 낮 12시까지여서 미리 주말 계획을 세울 수가 있었다.
집 장만할 때에도 당시로는 파격적인 저리로 융자해 주었고, 신혼여행도 회사에서 주선해 주어서 알뜰히 다녀왔다. 일본에서 1년간 연수도 시켜 주었고, 중국에서는 2년 동안 가족과 함께 생활하게 해 주었으며, 자녀 둘 다 국제학교에 보내주었다. 숙소는 최고급 주택에 차량도 제공받고 자녀교육까지 커다란 기회를 제공받았다.
주말 근무는 행사나 출장이 겹칠 때 정도였고, 야근은 손가락을 꼽을 정도였으며, 9시 출근 6시 퇴근의 원칙이 35년간 지켜졌다. 휴가도 별로 눈치 보지 않았고, 꼬박꼬박 찾아서 쉬었다.
해외 본사에서는 인간적으로 대해주어 심한 언사를 들은 적이 없었고, 막 설립된 신생회사로 출발하여 입사 초기부터 사원들과 가족 같은 분위기로 화기애애한 회사생활을 하였다.
자율권과 권한위임이 부여되어 20대에 이미 제품 담당 총괄 CEO 역할을 맡게 되어 능력껏 내 제품을 키울 수가 있었다.
업무 관련 국가들의 다양한 문화와 언어를 깨우치게 되었고, 외국 친구들이 많이 생겨 다채로운 경험을 쌓을 수 있었다.
사무실 이전을 했어도 강남역 근처에서만 36년 동안이나 있었기에 항상 그 시대의 젊은 문화를 가까이하며 살아왔다. 다만, 너무 착하고 순해빠져서 출세가 늦은 경우도 있었다. 주변에서는 좀 약아빠지게 살아라, 아부를 해라,라는 조언을 많이 들었지만 성격적으로 맞지 않아 애초부터 내 방식대로 살아왔다.
경제적으로 아주 풍족하지는 않았지만, 거의 불만 없이 다닌 이상적인 직장이었다. 워라밸 최고였고, 늘 새로운 기회를 제공받았다.
결론: 운이 좋았다.
*이미지: 네이버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