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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핍의 미학

조금 부족한 삶이 아름답다

by 글사랑이 조동표

모든 것을 이루고 난 삶은, 생각보다 찬란하지 않다.

긴 여정 끝에 도달한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은 분명 장엄하지만, 오래 머물수록 바람은 차갑고 마음은 허허롭다. 이룬다는 건 끝에 다다랐다는 뜻이고, 끝은 때때로 허무와 손을 잡고 기다리고 있다.


그래서 나는 생각한다.

인생은 조금 부족할 때, 오히려 더 아름답다고.


무언가를 향해 계속 나아갈 수 있는 이유는 아직 도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조금 모자라고, 아직 다 채워지지 않았다는 감각이 우리를 살아 있게 만든다. 완전함은 멈춤이지만, 부족함은 움직임이니까.

갈망이 있어야 꿈이 생기고, 결핍이 있어야 삶은 빛을 찾는다.


'빚’이라는 단어는 대부분 부정적인 의미로 쓰인다.

하지만 아주 작은 빚, 감당 가능한 책임감은 오히려 삶에 긴장감을 준다. 꾸준히 움직이게 하고, 게으름을 경계하게 한다. 모든 것을 다 가진 사람보다, 아직 채우고 싶은 것이 있는 사람이 더 성실하게 하루를 살아낸다. 오히려 그런 약간의 결핍이 인생에 윤기를 더해준다.


우리는 완벽한 목적지보다, 그 목적지를 향해 걸어가는 과정에서 더 오래 머문다.

모든 것을 다 갖춘 상태보다, 여전히 꿈이 있고, 여전히 부족한 무엇이 있다는 사실이 우리를 사람답게 만들어준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조금 부족한 상태를 기꺼이 안고 살아간다.

남은 것을 채우기 위해 걷고, 쓰고, 사랑하면서.


어쩌면, 그런 삶이야말로 진짜 ‘충만한 삶’ 일지도 모른다.



*이미지: 네이버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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