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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선수 최형우

타이밍의 사나이

by 글사랑이 조동표

타이밍의 사나이, 최형우는 나의 고교 22년 후배이다.

그러나 그를 후배라 부르기엔 내 마음이 조심스럽다.

프로야구 기아타이거즈 최형우, 1983년생.

올해 KBO 리그 현역 최고령 타자이자,

여전히 리그 정상급 타자다.


감독과는 두 살 차.

81년생과 83년생.

형, 동생 하며 웃고 떠드는 사이지만

경기장에서는 누구보다 날카롭고 고요한 눈으로 자기 몫을 완벽히 해낸다.


“오히려 지금이 말도 안 되는 기회야.”

이 한마디.

2군에서 올라온 선수들에게 던진 말이다.

누구에게는 평범한 격려로 들릴지 모르지만, 야구장 안에서 그의 말은 철학이었다.


작년 MVP 김도영을 비롯 주전 선수들이 줄부상으로 쓰러지고, 만신창이가 된 기아타이거즈.

그러나 그는 이 상황을 기회로 읽었다.


“이럴 때 올라와서 자기 존재감을 보여주는 사람이 진짜다.”


그 말에, 어린 선수들의 눈빛이 달라졌다.

다음 날, 타석에 들어선 2군 출신들이 방망이를 돌렸다.

강하게, 정확하게.

그 한 방이 팀을 흔들었고, 관중석을 울렸다.

그것은 어쩌면, 최형우라는 타격의 신이 던진 화두에 선수들이 응답한 순간이었다.

감독의 한마디보다 더 강렬한 메시지가 전달된 결과였다.


“타이밍 쌈이다.”


그가 말했다.

타격의 비밀이 뭐냐고 물었더니,

“결국은 타이밍 쌈이다.”

그 특유의 전주 사투리 억양을 섞으며 구수하게 웃으며 말했지만, 그 말은 야구뿐 아니라 인생의 본질을 찌르고 있었다.


“빠르면 죽고, 늦어도 죽고, 딱 맞아야 산다.”

그 말은 지금의 그를 대변한다.


올해 우리 나이로 마흔셋.

몸은 예전 같지 않을지 몰라도, 그의 ‘타이밍’은 여전히 살아 있다.


KBO 출루율 1위, OPS 1위, 수위타자.

그가 현재의 타격감을 잃지 않으면 올 시즌에 충분히 도달할 수 있는 자리들이다.

게다가 현재 통산 타점과 2루타에선 역대 1위에 올라있고, 통산 안타는 2위, 통산 홈런과 득점은 4위다.

매일매일 신기록을 작성 중이다.


FA 연장 계약도, 현실 가능성이 충분하다.

욕심이라면 욕심이겠지만 그는 욕심 대신 성과와 책임으로 증명하는 사람이다.


행동으로 말하는 사람 최형우.

그는 행동하는 선수다.

경기가 안 풀리고 연패에 빠지자 농군 패션으로 경기장에 나오도록 권유했다.

정신무장을 강조한 셈이다.


팔토시에 수건 두르고, 모자 아래 그을린 얼굴.

자신의 타격 연습은 물론, 후배들에게 직접 배팅볼을 던져주고 타격폼을 보여주며 교정해 준다.


“너는 손목이 먼저 풀려.

힘이 빠져서 중심이 밀려.”


그는 후배의 스윙을 보고 단박에 읽는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그러나 분명하게 조언한다.

그 말이 또다시 한 사람을 바꾼다.


배팅 장갑을 함께 나누고, 신인 선수의 첫 안타 공을 챙겨주고, 한참 어린 선수의 눈빛을 읽고 어깨를 두드리는 사람.

말보다 행동으로 가르치는 선배의 품격이 그의 이름으로 요약될 수 있다.


나는 바란다.


최형우가 이 40대의 타이밍에서 야구 인생의 모든 것을 완성하길.

지금처럼 무르익은 타격으로 팀의 중심을 지키고, 이후에는 타이거즈의 감독으로,

그리고 언젠가는 KBO 총재가 되어 후배들에게 또 한 번 “말도 안 되는 기회”를 주는 사람이 되기를.


타이밍은 때로 운명보다 정확하다.

그리고 지금, 최형우는 인생 최고의 타이밍을 맞이하고 있다.


최형우 어록과 철학을 곱씹어 보자.


"부상 핑계 대지 말자."


“오히려 지금이 말도 안 되는 기회다.”


“타격은 타이밍 쌈이다. 빠르면 죽고, 늦어도 죽고, 맞아야 산다.”


“2군에 있든 어디에 있든, 자기 기회는 자기가 만드는 거다.”


"야구에 미쳐서 잘하고 절대 네 자리를 내주지 말라"


“나는 아직 야구가 어렵다. 그래서 더 하고 싶다.”


“야구는 기술보다 리듬이고, 감보다 타이밍이다.”


그의 선행과 솔선수범은, 신인 타자에게 타격 루틴 공유, 경기장 가장 먼저 도착해 배팅볼 준비, 타구 수거부터 장비 정리까지 자발적으로 수행, 후배 선수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기, 루틴이 무너진 후배에게 멘털 케어, 자신의 훈련 루틴을 공유해 팀 전체 분위기 개선 등등 헤아릴 수 없다.


아, 나는 오늘도 그의 멋진 홈런이 기대된다.

그는 타격의 신을 넘어 야구의 신이 될 것이다.


#최형우 #기아타이거즈 #타격의 장인 #KBO최고령타자 #타이밍의 철학 #야구는 인생이다



*이미지: 네이버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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