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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누구에게 빚졌는가

인요한과 선교사의 유산

by 글사랑이 조동표

《우리는 누구에게 빚졌는가 – 인요한과 선교사의 유산》


정치는 외롭고, 사람은 기억보다 망각에 익숙하다.


요즘 인요한 의원을 보면 그런 생각이 든다. 그는 순천 출신이다. 그러나 국민의힘에 입당한 탓에, 고향에서 “배신자”라는 말을 듣기도 한다.

그의 진심이나 길게 쌓아온 이력보다, 선택한 정치적 깃발 하나가 모든 것을 덮어버린다.


인요한 의원을 잘 아는 나의 친구는 개인적으로 그에게 조언한 적이 있다고 한다.

“남북/북미 관계에서 의미 있는 외교적 중재자 역할을 맡아보라”고.

그럴 수 있는 자격과 조건을 갖춘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는 한국에서 나고 자란 선교사 3세대 후손이고, 한국어보다 한국인의 마음을 더 잘 아는 ‘외국계 한국인’이다.

그가 남과 북, 또는 미국과 한반도 사이의 교량 역할을 한다면, 단순한 정당인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역사적 인물로 자리매김할 수 있으리라 나는 믿는다.


하지만 그를 통해 더 생각하게 되는 것이 있다.

한국 사회는 과연 선교사들에게 빚진 마음을 지니고 있는가?

그리고 그 빚을 어떻게 갚아왔는가?


전주에 살았던 사람들은 알 것이다.

신흥학교, 기전여학교, 예수병원.

이 세 가지는 전주라는 지역의 정체성을 바꿔놓은 유산이다.


근대 교육, 여성 인권, 서양 의술.

이 모든 것이 100여 년 전, 이름 모를 서양 선교사들의 헌신으로부터 비롯됐다.

그러나 오늘날 그 이름들을 기억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들의 삶과 희생이 있었기에 오늘의 우리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잊고 살아간다.



우리 어머니가 마지막까지 투병했던 예수병원은 지금도 수많은 전주 시민에게 생명의 통로다.

기전과 신흥을 나온 수많은 이들이 사회 곳곳에서 리더로 활동하고 있다.

그런데 그 은혜를 어떻게 되갚고 있는가?


나는 전주 출신들이 이제라도 무언가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선교사에 대한 기록을 남기고, 정신을 계승할 장을 마련하고, 그 가치를 정치와 사회에 다시 불어넣는 일이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인요한이라는 인물은 상징적이다.

그는 단순한 정치인이 아니다.

그는 한국 사회가 외면하고 있는 “과거의 은혜”를 품고 살아가는 마지막 세대일지도 모른다.


그가 걸어갈 길이 외교든 정치든, 그 길을 통해 한국 사회가 기억과 보답, 그리고 책임의 의미를 되찾았으면 한다.


국민의힘 인요한 의원
전주기전여고 홈페이지
신흥학교 역사
1971년 완공된 현 예수병원 건물

*이미지: 네이버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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