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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나몽다로우

'그런 거지 뭐'의 철학

by 글사랑이 조동표

“そんなもんだろう”

한국어 발음은 '손나몽다로우'.


지난주 도쿄에 갔을 때, 오랜 친구가 대화 끝에 한 말이다.


일본어에는 이 짧은 말이 주는 묘한 위로가 있다. 말뜻은 정말 단순하다.

“뭐, 그런 거지.”

“그런 게 인생이지.”

“그럴 수도 있지.”


그러니까, 모든 것을 너무 깊이 고민하지 말라는 말.

삶의 큰 곡선 위에선, 애써 잡으려는 진지함보다도, 한 걸음 물러난 태도가 더 멀리 가는 경우가 있다.


나도 한때는 모든 것을 설명하려 들었다.

내가 왜 실패했는지, 저 사람이 왜 나를 오해했는지, 이 선택이 맞는지를 밤새 분석하곤 했다.

논리와 확신으로 무장해야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런데 살아보니 그렇지가 않더라.


살다 보면 해석이 안 되는 일이 너무나 많다.

어제까지 웃던 사람이 등을 돌리고, 성실하게 해낸 일이 외면받기도 한다.

불행은 공평하지 않고, 노력은 때로 무력하다.


그럴 때 “そんなもんだろう”라는 말이, 마치 오래된 벗처럼 등을 두드려준다.


“에이, 뭐 그런 거지. 그럴 수도 있지. 너무 마음 쓰지 마.”

이 짧은 말은 따지려는 마음에 숨을 돌리게 하고, 덜어내는 법을 가르쳐준다.


어느 날, 친구와 오래된 밥집에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야, 왜 우리는 꼭 성공해야 할까?"

"뭘 해도 남들보다 앞서야 하고, 더 잘 살아야 하고..."

그때 그 친구가 소주잔을 내려놓고 한 말이 아직도 귀에 남아있다.


야! 그런 거지 뭐. 그냥 다 그렇지 않냐? 그저 그러려니 해.”


그 말에 웃음이 났다.

어릴 땐 무기력의 표현처럼 들리던 그 말이,

이제는 삶을 단단히 지탱하는 말처럼 느껴졌다.


‘다 그런 거지, 뭐 그런 거야!’

이건 포기의 언어가 아니다.

가수 윤항기 씨의 유행가 가사였다.

삶에 대한 순응, 받아들임, 그리고 유연함의 언어다.


비가 온다고, 해가 뜬다고, 세상이 맘대로 되지 않는다고 매번 부러지기보다는, '그럴 수도 있지' 하고 한 발 물러서 보는 것.

그 속에서 마음은 조금 가벼워지고, 삶은 덜 쓸쓸해진다.


나이가 들수록 좋아지는 말이 있다.

그리고 더 자주 되뇌는 말도 있다.


"다 그런 거지 뭐!”


오늘 아침 지하철을 놓쳤다.

계획한 일이 어그러졌다.

마음먹은 만큼 결과가 따라주지 않았다.


그래도 괜찮다.

그런 게 인생이니까.

다 그런 거지, 뭐.

그저 그러려니~ 하며 사는 거지 뭐!

사는 게 다 그런 거지.

인생이 다 그런 거지!



*이미지: 네이버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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