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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벤에셀 Apr 02. 2021

근거 없는 자신감이라는 말은

자신감에 근거는 필요하지 않아

근자감. 일상생활 속에서 사람들이 많이 사용하는 말 중에 ‘근자감’이라는 말이 있다. 누군가 이유 모를 자신감에 가득 차 있다면 사람들은 그 사람의 자신감의 근거가 무엇인지에 대해 궁금해한다. 그리고 납득할만한 별다른 근거가 없어 보일 때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라는 말로 그 사람과 그 사람의 자신감을 깎아내리곤 한다.


물론 그 과정이 상대방의 기분이 상할 정도로 공격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근자감’이라는 말 한 마디에 별 다른 이유나 근거없이도 자신감에 가득 차 있던 사람이 움츠려들며 작아진다면 그 말이 공격이 아닌 것만도 아니다.


그리고 이 ‘근자감’이라는 말을 통한 공격은 대개 다른 사람들보다도 자기 자신에게 가해질 때가 더 많다.


누구나 자기가 가진 자신감에 근거를 찾으려 하고 또 근거를 찾고 싶어한다.


이때 본인 스스로 납득할만한 근거를 찾게 되면 자신감에 차게 되고, 납득할만한 근거를 찾지 못했을 때는 자신감을 잃고 작아진다.


나 역시 근거 없는 자신감은 터무니없고 허무맹랑한 것이라는, 그렇기에 희화화될 만하다는 ‘근자감’이라는 말이 가진 논리처럼 자신감에는 꼭 근거가 있어야 된다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늘 자신감에 근거를 찾으려 애썼고 내 자신감의 근원에 대해 매 순간 증명하려 노력했다.

그 과정은 힘들었고 때론 소모적이었다.


그런데 정말 자신감에는 ‘근거’가 있어야 하는 걸까?

늘 자신감에 차 있는 아이들을 보면 아이들의 자신감에는 딱히 근거가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어른들은, 아이들보다 자신감이 더 부족해 보이는 어른들은 늘 자신감에서 근거를 찾으려 한다.

그리고 자신감에 대한 근거를 찾지 못하게 된 어른들은 더욱 자신감을 잃게 되곤 했다.


너무 이상했다. 그래서 ‘근자감’이라는 말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됐다.


넘치는 자신감으로 늘 당당한 아이들을 보면 애초에 자신감엔 근거가 필요 없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내 어린 시절을 떠올려봐도 나는 늘 자신감에 가득 차 있었다. 그게 내가 나의 자신감에 대한 명확한 근거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은 아니었다. 오히려 그 시절 내가 가진 자신감에는 그 어떤 근거도 없었다. 그때의 나는 자신감에 근거를 찾으려는 생각 자체를 해보지 못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렸을 때는 자신감에서 굳이 근거를 발견하려 하지 않았기 때문에 오히려 자신감을 잃지 않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어른이 되고 나서는 늘 자신감에 근거를 찾으려 했고 그 과정 속에서 이렇다 할 근거를 찾지 못했을 때는 오히려 자신감을 더 잃게 되었지만.


자신감에는 원래 근거가 없다.


애초에 없는 근거를 찾으려 애썼으니 힘이 들 수밖에 없었다.


무한한 자신감을 보이는 아이들은 자신감에 굳이 근거는 필요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그런 아이들을 통해 나도 이제는 자신감에 근거를 찾지 못했다는 이유로 괜히 움츠러들지는 않으려 한다.


늘 자신감에 차 있는 아이들처럼 그저 당당해지려 한다.


어떤 순간에도 나를 사랑하기를 소홀히 하지 않는다면 나에 대한 그 애정이 곧 자신감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다른 누구도 아닌 나 스스로에게 어려운 허락을 구하려 한다. 내 자신감에 별다른 근거가 없어도 여전히 날 사랑하기를 허락해주겠느냐고.


스스로의 허락을 구하려 부단히 애쓰며 살아가는 존재의 모습은 모두 어여쁘고 동시에 어엿븐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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