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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밭  VS  곰팡이 핀 벽

진짜를 보는 눈



흰머리가 송송 나는 내 나이만큼의

세월을 견뎌낸 본가 주택은

벽마다 오래된 곰팡이가 슬어있다.


그래서 마당에 앉으면

늘 예쁜 꽃만 보이는 쪽으로 의자를 돌려 앉아 책을 보곤 한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 정말 우리 가족을 지켜줬고, 지켜주고, 지켜줄 고마운 존재는 알록달록한  꽃 친구들 보다는 오히려 이 곰팡이 핀 벽이 아닐까..?"




어느 지역에선 지진이 나서

천장과 벽이 무너지는 바람에

사람이 다치기도 하고,


산사태에 쓸려나간 집에

남은 거라곤 흙탕물에 젖은 부서진 가구밖에 없는 집도 있는데..



본가의 이 벽 친구는

비록 곰팡이는 슬었지만..


- 결혼 생활 내내 우리가 무사하도록 지켜주고,

- 우리 시부모님을 안전하게 지켜주고,

- 시부모님 이전에 사시던 분들까지


건강하고 안전하게 지켜준

참으로 든든하고 고마운 존재라는 생각이 든다.



곰팡이 슬어서 보기 흉한 게 아니라


오히려 곰팡이가 슬도록 관리를 못해준 걸

더 미안해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오늘따라 이 벽이 참 예뻐보여

곰팡이가 그려놓은 그림 쪽으로 앉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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