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보자, 파리!
유학생처럼 파리에 한번 살아보고 싶다.
파리에 살면서 음악을 하고 브이로그를 올리는 한 유튜브를 보고 아내가 한 말.
평소 해외에서 한번 살아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던 나는 이 말을 놓치지 않았다.
운명처럼 프랑스 워홀비자 나이제한이 코로나 때문에 2년 연장이 되었고, 우리의 나이가 딱 마지노선이었다.
그리고 현실로 만들었다.
비록 6개월이라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이 시간은 우리 부부의 60년 안줏거리가 될 것이다.
사실 떠나기 전부터 알고 있었다. 프랑스에 살고 와도 변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이 이유 때문이었을까? 프랑스행을 남들보다 더 가볍게 생각할 수 있었던 거 같다. (부모님을 설득하는 것은 결코 가볍지는 않았지만) 이제 한국으로 돌아온지 프랑스에서 지냈던 6개월보다 더 오래 되었다. 프랑스에서 지냈던 일상들이 꿈처럼 기억 한구석에 자리했을 뿐이다. 이제서야 가끔씩 그때의 일상들을 꺼내본다. 슬슬 그리워진다.
타지에서 지내는 것은 나보다 아내가 더 힘들어했다. 워낙 낯선곳에서 적응하는데 시간이 필요하고, 해외에서는 말도 안통하니 답답한 점이 한 두가지가 아니었나보다. 이런 상황에서 아내와 타협하는 시간이 필요했다. 지금까지 살아온 환경과 경험들이 다르기 때문에 어느 누구한테 맞춰야 한다는건 애초에 잘못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프랑스행을 가볍게 결정했던 것 같이, 프랑스에서 지낼 때도 조금 더 가볍게 생각하고, 무언가를 해내려고 하는 마음보다 긴 여행을 왔다는 마음으로 하루 하루 일상을 즐기기로 했다.
워홀을 왔으면 꼭 해야하는 것들, 꼭 해야한다는 강박강념을 내려놓으니 우리 주변에 아름다운 프랑스 풍경들과 사람들이 보였다. 우리가 먼저 마음을 열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프랑스 사람들은 우리에게 응원과 격려, 환영 그리고 친절함으로 다가왔다. (사실 우리의 경우에 6개월 정도는 일을 해도 되지 않을 정도의 돈을 한국에서 모아왔으며 그렇기 때문에 6개월 동안 일을 하지 않고 여행하는 것이 가능했다)
이제보니 정답은 없다. 우리의 상황에 맞게 이 순간 자체를 즐기면 되는 것이다. 누가 뭐라해도 상관없다. 우리가 좋다는데 그들이 뭐라할 권리가 과연 있을까? 만약 뭐라하는 사람이 있다면 무시하면 그만이다. 무엇을 배울 필요도 없다. 프랑스라는 낯선 나라에서 살아보자고 마음을 먹고, 날아온 것만 해도 대단한 것이다.
애초에 무엇인가를 배우고, 느끼고자 프랑스에 다녀온 것은 아니지만 낯선 곳에서 지내다보니 사소한 과정(예를 들면 마트에서 장을 본다든지, 지하철을 탄다든지 등)에서 평소 해보지 않은 생각들을 자연스럽게 하게 되었고, 내가 한국에서 지냈을 때 느꼈던 점과 프랑스에서 느꼈던 점이 많이 달라 재밌었다. 그래서 이런한 점들을 주제별로 묶어 연재를 하게 되었다. 글을 잘 쓰고 싶지만, 잘 쓰는 편이 아니다. 연습이 필요하다. 그래서 글 자체가 내용이 뒤죽박죽일 수 있고, 정리되지 못한 글들이 많았다는 점 이해해주길 바란다.
기회가 된다면 글들을 조금 손 봐서 '형태가 있는' 책으로 발간해 평소 생각해보지 못했던 사소한 것들에 대해 한번씩 생각해보고,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다.
어쨋든간에 <파리지앵 식으로 살아보기> 는 여기서 마치려고 한다.
지금까지 제 글을 읽어주신 많은 분들에게 다시 한 번 감사드리고, '형태가 있는' 책으로 다시 찾아뵙게요 :)
À bientôt, Paris !
또보자, 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