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도
전 글에 와비차로 문무양도를 추구하며 사리일치의 수행을 통해 금강역사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주인공에 몰입하여 소설을 쓰고자 한다고 적었다.
다쿠앙은 선에 있어 무념(無念)을 검의 이념에 대입하여 검선일여(劍禪一如)를 주장하였다. 그의 사상과 저술은 에도시대 야규 무네노리(柳生 宗矩, 1571~1646)와 미야모토 무사시(宮本 武蔵, 1584~1645)에게도 전해져 그들의 저술인 『병법가전서(兵法家伝書)』, 『오륜서(五輪書)』의 사상적 기초가 되었으며, 근대 일본 무도철학에 까지 영향을 주었다.
출처 : 이해동. (2016). 『부동지신묘록(不動智神妙録)』과 다쿠앙(沢庵)의 무도철학. 인문사회 21, 7(4), 237-251.
다쿠앙 소호는 병법가전서를 쓴 야규 무네노리에게 영향을 주었다.
이시게 다타시(石毛忠)에 따르면 천도 사상은 유교의 경천(敬天) 사상과 불교의 응보(應報)관이 결합된 윤리주의와 운명주의적 속성을 가졌다.39) 이처럼 천도가 미지의 불가사의한 일을 주재하는 주체로 간주되다 보니, 왕왕 모든 일은 결과론적 자의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적지 않았다.40) 다만 천도의 절대시가 곧 인간의 수동성을 의미하지는 않았다. 당시 무사들은 천도에 수동적으로 순응하기보다, “실로 하늘(天)이 준 기회”41)라고 하면서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태도를 보였다. 또한 평소 정당한 인과를 쌓아 그에 걸맞은 보답을 얻으려는 모습도 확인된다. 무사로서 지켜야 할 윤리에 따라 올바르게 행동하면 천도가 자신이나 자신의 후손(가문)에게 이에 걸맞은 보답을 내릴 것이라고 인식하였다.42)
39) 일본에서 천이란 매우 다의적 언어로 사용되어 천공(天空), 천상세계, 천지만물의 조화, 주재신(主宰神), 수호신, 이치 법(理法), 운명 등을 의미하였다(石毛忠, 前揭戰國 安土桃山時代の思想, p.10).
40) 오미 국의 슈고였던 롯카쿠 조테이(承禎)에게 부탁받은 명사수 스기야 젠주보(杉谷善住坊)는 총으로 노부나가를 암살하려 하였다. 그런데 거리가 불과 12,3간(間) 거리(1간은 6척[1.818미터], 21.816 23.634미터)였기에 보통은 빗맞을 수 없는 거리였음에도 총탄은 “천도가 보살펴(天道昭覽) (노부나가를) 스쳐 지나갔”(信長公記, p.108)다는 식이다.
41) 越後上杉謙信宛書狀寫, 信長文書518號.
42) 다케다의 멸망에 대한 신장공기에서는 “노부토라(信虎)로부터 신겐(信玄), 신겐으로부터 가쓰요리(勝賴)까지 삼대(三代), 사람을 죽인 일은 몇 천 명인가 셀 수도 없다”(信長公記, p.388)라면서, “인과(因果)가 분명한 시절이다. 천(天)을 원망할 수도 없고, 다른 사람을 탓할 수도 없다”(信長公記, p.389)라고 하였다.
출처 : 박수철. (2022). 오다 노부나가의 神格化 - 『信長公記』를 중심으로 -. 동양사학연구, 161, 231-261. 10.17856/jahs.2022.12.161.231
세번째 격자틀 인식 모형, 역사 1화 일본, "오다 노부나가" 편에서 천도에 대해 언급한 적 있다. 병법가전서에 나오는 천도에 관련된 내용을 알아보고자 한다.
1. 병법의 정의
야규는 『병법가전서』의 제2권 「살인도 상」에서 병법의 정의에 앞서 황석공의 『삼략(三略)』을 인용하여 무(武) 즉 병(兵)의 정당성에 대해 밝히고 있다(渡辺一郞, 2017: 19).
“병(兵)은 상서롭지 못한 기물(器)이니 천도는 이를 꺼린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이를 사용하는 이것 또한 천도이다.”
“夫兵者, 不祥之器, 天道惡之, 不得已而用之, 是天道也。『三略』 「下略」(감성해, 1987: 483)。”
“좋은 병기란 상서롭지 못한 물건이다. 미물들도 이러한 것을 싫어하므로, 도가 있는 자는 거처하지 않는다.”
夫佳丙者. 不祥之器。物惑惡之, 故有道者不處。『老子』 (김경수, 2010: 405)。"
『삼략』의 글은 본래 『노자(老子)』의 제31장을 인용한 것이다. 위의 인용문을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다음과 같다. 야규의 설명에 의하면 만물을 생장시키고 살리는 것이 천도인데 궁시, 태도, 장도와 같은 병기들은 오히려 죽이는 일을 하는 것이니 천도에 합치되지 못하고 상서롭지 못한 기물이다. 하지만 천도에 어긋나는 어쩔 수 없이 병기를 사용하여 죽여야 하는 것도 천도이다. 봄날 꽃이 피어 무성하다가도 가을이 되면 잎이 지고 마르는 사계의 변화처럼 사람에게도 운이 좋다가 악의 극에 이르면 벌을 받을 수 있는 것처럼 인간사에도 성패(成敗)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한 사람의 악으로 만인이 고통을 받고 있다면 그 한 사람을 죽여 여러 사람을 구해야 한다는 ‘일살다생(一殺多生)’의 논리를 빌려 야규는 병의 정당성을 주장한다. 이러한 이유로 천도를 지키기 위해 병을 사용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정도의 것이 아니라 필연(必然)의 도리이므로 천도가 되는 것이다(前林清和, 1989: 67). 이러한 병을 사용하는데도 법이 있으니 이를 ‘병법(兵法)’이라 정의를 한다. 그리고 야규는 이러한 병법의 목적이 단순히 사람을 죽이기 위한 것에 있는 것이 아니라 한다.
“병법은 사람을 베는 것뿐이라 생각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 사람을 베는 것이 아니라 악을 죽이는 것이다. 한사람의 악을 죽여 만인을 살리려는 계책이다.”
“兵法は人をきるとばかりおもふは、ひがごと也。人をきるにはあらず、悪をころす也。一人の悪をころして、万人をいかすはかりごと也(渡辺一郞, 2017: 26)。
위의 인용문에 대한 설명이다. 병법은 작은 병법과 큰 병법의 두 가지가 있다. 상대와 내가 칼 두 자루로 마주 겨루는 병법 즉 도법(刀法)은 이기고 지는 이가 한 사람일 뿐인 승부의 득실이 작은 것으로 작은 병법이라 하고 한사람의 이기는 것이 천하의 승리이고 한사람의 지는 것이 천하의 패배가 되는 것을 큰 병법이라 한다. 큰 병법이란 지배자 즉 대장의 병법으로 큰 군세를 가지고 전쟁에서 승부를 결정하는 것이며 또한 태평한 가운데에도 전쟁을 잊지 아니하고 나라의 기(機)3)를 알아차려 혼란스러움을 알아채고 그 혼란을 다스리는 것이다. 혼란을 일으키는 기미란 수령(受領), 국사(國司), 대관(代官) 등과 같은 지방관의 사욕(私慾)과 주군(主君)의 곁에서 아첨하는 영인(佞人)들과 같은 것으로 이러한 기미를 잘 살펴 백성들의 원성이 없도록 하여야 한다고 하고 있다. 야규는 병법의 개념을 단순한 검술로서의 도법에서 치국(治國)의 의미로 까지 확장을 하고 있다. 『병법가전서』의 마지막 부분에서도 야규의 이러한 의도는 확인이 된다.
“이 책의 상하권을 살인도, 활인검이라 이름 붙인 의중은, 사람을 죽이는 도를 오히려 사람을 살리는 검이라 한 것은, 무릇 혼란한 세상에는 까닭 없는 사람들이 많이 죽기 때문이다. 혼란한 세상을 다스리기 위해서 살인도를 쓰고, 이미 다스려진 때는 살인도가 바로 활인검이 아니겠는가.”
“此卷上下を殺人刀、活人劍と名付けたる心は、人をころす刀却而人をいかすつるぎ也とは、夫乱たる世には、故なき者多死する也。乱たる世を治めむ為に殺人刀を以て、已治る時は殺人刀即活人劍ならずや(渡辺一郞, 2017: 119)。
위의 인용문은 난세에는 살인도의 수행, 평화의 시기에는 활인검의 수행으로 구분을 하면서 무사에게 있어 혼란을 다스리기 위한 살인도의 정당성과 함께 궁극으로는 활인검을 통한 치세(治世)를 위한 병법의 수행을 제시한 것이다.
3) 야규는 불의에 일어날 일에 대비하는 마음의 준비상태를 ‘기(機)’라고 한다. 다만 여기에서는 국정(國政)의 움직임이나 기미를 말한다.
출처 : 윤민철. (2018). 『병법가전서(兵法家伝書)』를 통해 본 야규 무네노리(柳生宗矩)의 무도사상. 인문사회 21, 9(1), 925-938
야규는 만물을 생장시키고 살리는 것이 천도인데 천도를 지키기 위해 병을 사용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정도의 것이 아니라 필연(必然)의 도리이므로 천도가 되는 것이다(前林清和, 1989: 67). 라고 한다.
천도를 지키기 위해 병을 사용함과 더불어 와비차로 문무양도를 추구하며 사리일치의 수행을 통해 금강역사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주인공에 몰입하여 소설을 쓰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