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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종훈 Sep 03. 2024

새벽부터 맥주를 마시는 공항이라니!

새벽의 어둠이 서서히 걷히고, 여명이 드리우기 시작한 뮌헨 국제공항.


아직은 낯선 6명의 여행자들은 긴 비행 끝에 무거운 피로감을 안고도 새로운 여행의 시작에 대한 기대감으로 가슴이 뛰었다. 새벽에 도착하는 비행기의 장점은 한가한 공항의 여유도 얻을 수 있다는 것. 한산한 입국심사대를 거쳐 나오면 캐리어들은 수하물 컨베이어를 돌고 있었다.


약 20시간 만에 맡는 새벽 공기는 상쾌하고 차가웠다. 7월의 한창때인데도 말이다.


공항의 유리문을 열고 1 터미널과 2 터미널 사이의 광장으로 나선 순간, 우리들은 바깥공기를 깊이 들이마시며 유럽 땅에 도착했음을 실감했다. 비행기 안의 답답함과는 전혀 다른 신선한 공기가 피부에 와닿았다.


뮌헨 공항은 단순한 공항이 아니라, 유럽 문화의 일면을 경험할 수 있는 작은 도시와도 같았다. 우리들은 공항 곳곳을 둘러보며 독일 특유의 질서 정연한 분위기 속에서 유럽의 활력을 느꼈다. 이곳은 단순히 여행의 관문이 아닌, 독일 문화를 경험하는 첫 장이었다.

특히나 우리들의 발길을 끌었던 것은 공항 내에 자리한 양조장이었다. 뮌헨 공항의 명물 중 하나로, 맥주를 사랑하는 독일인들의 정신을 여실히 보여주는 장소였다. 전통적인 양조 방식으로 만들어진 맥주의 향이 공기 중에 은은히 퍼지고 있었다. 몇몇 유럽인들은 새벽부터 맥주를 즐기며 환한 얼굴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피곤할 법도 한데, 그들의 얼굴에는 여유와 즐거움이 가득했다. 겨우 새벽 7시인데...

"새벽부터 맥주라니, 참 독일다운 모습이네요." 이 여행의 리더인 나는 일행들의 표정과 컨디션을 살피며 말했다. 는 이 낯선 풍경이 조금은 신기했지만, 동시에 매력적이라고 느꼈다. "이게 바로 유럽의 여유로움인가 봐요." 40대 중반의 지니는  말에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공항 내 양조장은 단순히 맥주를 마시는 곳 이상이었다. 독일의 전통을 체험할 수 있는 장소이자, 여행의 시작을 축하하는 의식과도 같은 곳이었다. 60대 초반의 캐럴은 조금 망설였지만, 이내 밝은 표정으로 바텐더에게 다가가 독일의 전통 맥주를 주문했다. "이왕 온 김에 제대로 시작해 봐야죠." 그녀는 고소한 향의 맥주를 한 모금 마시며, 이 여행이 남다른 경험으로 가득할 것임을 직감하는 표정이었다.

다른 이들도 하나둘씩 맥주를 주문하며 분위기에 동참했다. 50대 후반의 데비는 독일식 브레첼과 함께 맥주를 즐기며, "전 평소 술을 거의 마시지 않는데, 아침부터 이렇게 시작하는 것도 나쁘지 않네요!"라고 웃었다. 그들의 얼굴에는 비행의 피로 대신 기대와 설렘이 자리 잡았다. 우리들은 조금씩 서로에게 말을 건네기 시작했고, 여행의 어색함도 서서히 사라졌다.

뮌헨 공항의 활기찬 풍경은 우리에게 독일과 유럽 여행의 첫맛을 보여주었다. 여기서 느낀 여유로움과 밝은 기운은 앞으로의 여정을 더욱 기대하게 만들었다. 맥주잔을 부딪치며 우리는 함께 여행할 시간들을 축복했다. 아직은 서로 낯선 사이였지만, 이 작은 경험이 그들의 첫 연결고리가 될 것임을 누구도 의심치 않았다.

그렇게 여섯 명의 여행자는 뮌헨 공항에서의 첫 만남을 독일식으로 축하하며, 앞으로 펼쳐질 여정을 위한 힘찬 시작을 알렸다. 이른 아침부터 느낀 상쾌한 공기와 맥주의 맛, 그리고 유럽인들의 밝은 모습은 이 여행의 출발을 더없이 특별하게 만들어 주었다.


*여행 동행자분들의 성함은 실명을 쓰지 않고 닉네임으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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