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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종훈 Sep 21. 2024

소설....잃어버린 길

Chapter 3: 잃어버린 길

파리에 남아 있는 동안, 나는 3년 전 그녀와 함께했던 장소들을 다시 찾아다니며 기억의 파편들을 되짚었다. 센강을 걸었고, 몽마르트르 언덕을 올랐고, 그날의 카페를 다시 찾았지만, 어디에서도 그녀의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매일 나는 같은 길을 걸으며, 3년 전 그녀와의 마지막 대화를 반복해서 떠올렸다. 그녀가 남긴 마지막 말들이 머릿속에서 계속해서 맴돌았다. "어쩌면 모든 것은 이제부터 시작일지 몰라요." 그 말이 마치 예언처럼 나를 끌어당기고 있었다.


어느 날, 나는 셰익스피어앤 컴퍼니 서점을 찾아갔다. 고서들이 빼곡하게 꽂혀 있는 서점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다. 여행 중 우리는 그곳에서 낡은 책을 구경하며 파리의 지식을 흡수했던 기억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하지만 그날의 기쁨은 이제 내겐 멀게만 느껴졌다. 서점에서 나와 노틀담 성당으로 발길을 돌렸다. 그녀와 함께했던 추억이 더욱 선명해질수록 내 마음은 더 무거워졌다. 노틀담 성당 앞 광장은 여전히 붐비고 있었지만, 나는 그곳에서 무언가 잃어버린 것처럼 느껴졌다.


성당 근처의 카페에 들어가 잠시 쉬기로 했다. 그 카페는 주로 여행객들이 모여드는 곳이었다. 나는 창가에 앉아 여행하는 젊은이들을 바라보며 그들의 웃음소리에 잠시 위로를 받았다. 커피 한 잔을 마시던 중, 옆 테이블에 앉은 네 명의 젊은이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들은 서로 다른 국적의 젊은 여행자들처럼 보였고, 여행에 대해 열정적으로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들의 자유로운 대화 속에서 나는 갑자기 무언가를 놓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내 여행은 그녀를 잊지 못한 채 과거에 갇혀 있었지만, 이들은 미래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그들의 대화를 우연히 듣게 된 나는 그들과 눈을 마주쳤고, 그들은 나를 반갑게 맞아주었다. "혼자 여행하시는 건가요?" 그들 중 한 명이 묻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혼자입니다. 하지만 가끔은 함께하는 것도 좋겠죠." 그렇게 우리는 자연스럽게 대화를 시작했다. 그들은 유럽 곳곳을 여행하며 경험을 나누고 있었다. 그들의 활기찬 분위기 속에서 나도 다시 한번 여행의 설렘을 느낄 수 있었다.


그들과 대화를 나누던 중, 나는 문득 그녀와 함께 떠났던 프로방스가 떠올랐다. 그곳의 푸른 라벤더 밭, 따스한 햇살, 그리고 그녀와 함께했던 짧은 순간들이. 그 생각은 점점 강렬해졌고, 나는 갑작스럽게 프로방스로 다시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프로방스를 가볼 생각이에요," 나는 그들에게 말했다. 그들은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프로방스는 정말 멋진 곳이죠. 차를 빌려서 가시면 더 좋을 거예요."


나는 곧바로 렌터카 사무실로 향했다. 차를 빌려 프로방스로 떠나려는 계획은 나를 다시 그녀와의 기억 속으로 이끌고 있었다. 그날의 모든 것들을 다시 한 번 느끼고 싶었다. 그녀가 떠난 그곳에서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은 막연한 기대감이 나를 사로잡았다.


렌터카 사무실에서 절차를 밟던 중,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잠시 신경을 쓰지 않고 있었지만, 무언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문 너머로 들어온 사람은 다름 아닌 검은 코트를 입은 여자였다. 그 여자가 눈에 들어오자 나는 순간적으로 움찔했다. 그녀는 나를 알아본 듯 잠시 멈칫하더니, 다시 사무실 구석으로 들어갔다. 그 모습에 내 심장이 서서히 뛰기 시작했다.


‘대체 왜 또 여기에 있는 거지? 그녀는 나를 따라다니고 있는 걸까?’ 그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그녀가 나를 계속 쫓아다니고 있다는 막연한 느낌이 점점 확신으로 바뀌고 있었다. 나는 그녀가 무언가를 숨기고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그녀는 도대체 왜 나타나는 것일까? 그녀는 계속해서 나를 뒤쫓는 듯한 모습을 보였고, 나는 그 이유를 알고 싶었다.


렌터카 사무실에서 차를 빌리는 동안에도 나는 계속해서 그녀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녀는 나를 신경 쓰지 않으려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그 표정 너머로 어딘가 불안해 보였다. 그녀가 렌터카 사무실에서 서둘러 나가자, 나는 즉각 그녀의 뒤를 따를까 고민했다. 하지만 이내 멈췄다. '무작정 그녀를 쫓는다고 무엇이 해결될까?'


그날 밤, 나는 숙소로 돌아와 다시 침대에 누웠지만, 그녀의 모습이 자꾸만 떠올랐다. 검은 코트를 입은 여자가 나를 따라다니고 있다는 의심이 점점 커져갔다. 그 여자가 도대체 나와 무슨 연관이 있는 걸까? 그녀는 나를 알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나와 무관한 다른 목적이 있는 걸까?


이 미스터리는 풀리지 않은 채, 나는 프로방스로 떠나기로 결심했다. 그녀가 왜 나를 쫓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없었지만, 나는 먼저 내 길을 가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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