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여전히 파리에서의 마지막 순간을 떠올리며 살아가고 있다. 아침에 눈을 뜨면 자연스레 그때의 기억이 떠올랐고, 밤이 되면 더 깊이 그리움에 잠겼다. 3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음에도, 그녀와의 마지막 순간은 내 마음에 깊게 새겨져 있었다. 그녀의 마지막 말, 자연스럽게 헤어지자는 그 말이 나를 매일 괴롭혔다.
그녀와 헤어진 후, 나는 더 이상 여행을 떠나지 않았다. 나에게 여행은 이제 그녀와의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통로에 불과했다. 그녀와 함께했던 그 골목, 그 카페, 그리고 그 화장실. 모든 것이 고통스러웠지만, 동시에 그 기억들에 의지해 살아가고 있었다.
나는 가끔 스스로에게 묻곤 했다. 왜 그때 고백하지 않았을까? 왜 그녀의 연락처를 묻지 않았을까? 나는 그녀에게 미친 듯이 끌렸지만, 자신의 감정을 쿨하게 억누르며 마지막 순간을 보내고 말았다. 쿨이라고 포장한 두려움이었고 뭔가 그럭저럭 잘되지 않을까하고 미루는 이상한 게으름이었다. 이제는 그 결정이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절실히 깨닫고 있었다. 매일 밤, 나는 그 순간을 다시 떠올리며 후회로 가득한 잠을 청했다.
3년 전, 나는 카페 화장실의 문이 열려 있는 것을 보고 코인을 쓰지 않고 무심코 주머니에 넣었다. 그리고 그 코인을 지금도 간직하고 있다. 작은 금속 조각에 불과하지만, 그것은 그녀와의 마지막 순간을 간직한 유일한 물건이었다. 그 코인은 내 가슴속에 불씨처럼 남아, 방 한구석에서 꺼지지 않고 그녀를 향한 그리움을 불러일으켰다.
그녀를 잊으려고 해 보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그녀와 함께 했던 시간이 너무나 짧았음에도, 내 마음속에서 그녀는 너무나 깊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 코인을 손에 쥘 때마다, 그녀와의 마지막 대화가 생생하게 떠올랐다. '비행기에서 우연히 만났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헤어지자'라고 했던 그녀의 말이 마음속에서 계속 울려 퍼졌다.
나는 자주 그녀와 함께했던 카페에서의 마지막 장면을 떠올렸다. 그녀가 사라지고 난 후, 남은 시간을 채우기 위해 손을 씻으며 천천히 숫자를 셌다. 그렇게 시간을 끌며 돌아왔을 때, 그녀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그리고 그녀의 마지막 메시지가 담긴 문자가 도착했다. 그녀가 찍은 그 자리가 그의 휴대폰 속에 여전히 남아 있었다.
그녀를 잊지 못한 나는, 그 코인을 다시 파리로 가져가야겠다고 결심했다. 파리의 그 카페에서, 혹시라도 그녀를 다시 만날 수 있을까 하는 희망을 품고 있었다. 비록 그것이 헛된 희망일지라도, 나는 다시 한번 그녀를 찾아가고 싶었다. 그냥 추억팔이 여행이 되더라도...
파리의 겨울은 여전히 차가웠고, 그날처럼 눈이 소리 없이 내리고 있었다. 나는 몽마르트르 언덕을 다시 올랐다. 그때와 다를 바 없는, 그러나 어쩐지 더 낯설고 무거운 발걸음으로. 그때 묵었던 호스텔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고, 옥탑방의 나무문도 여전했다. 하지만 문을 열고 들어가던 그 순간의 설렘은 이제 느낄 수 없었다. 무엇이 변했을까, 아니면 변하지 않은 것은 나 자신뿐일까.
방 안에 머무르지 못한 채 다시 길을 나섰다. 발길은 자연스레 그 카페로 향했다. 그녀와 마지막으로 함께했던 그 자리. 비록 3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모든 것이 그대로인 듯했다. 커피와 허브차의 향기가 여전히 공기 속에 맴돌았고, 창밖으로 내다보이는 파리의 골목도 변함없었다. 그러나 내 안에는 깊은 공허함만이 자리 잡고 있었다.
나는 카페 한구석에 앉아 그녀가 남긴 마지막 메시지를 떠올렸다. '어쩌면 모든 것은 진짜 이제부터 시작일지 몰라요.' 그녀의 말은 마치 예언처럼 나를 이끌고 있었다. 내가 그 순간을 다시 찾아야만 하는 운명처럼.
주머니 속에서 코인을 꺼냈다.
갑자기 카페의 문이 열리고, 한 여자가 들어왔다. 검은 코트를 입은 그녀는 한눈으로 봐도 카페 내부에 나 혼자 있는데도 구석구석 누군가를 찾는 듯 돌아보고는 아쉽고, 속상하고, 불편한 표정으로 돌아서 나가려고 했다. 그런데 그녀의 모습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그녀의 행동보다는 옷차림이었다. 검은 코트 안에 입은 옷은 여름옷이었다. 패션이야 각자의 취향이라지만 그녀의 옷은 계절을 뛰어넘은 멋이라기보다는 잘못된 느낌이 강했다. 여름옷을 입은 채로 갑자기 겨울인 곳에 던져진 느낌이었다. 그리고 그 위에 어울리지 않는 코트를 걸친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