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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병태 Oct 24. 2020

[이슈] 혁신이란 무엇인가?

모든 조직이 혁신(革新, Innovation)을 부르짖는다. 그렇지만 혁신(革新)이 무엇인지, 얼마나 어려운지, 무엇을 지향해야 하는지 등에 대한 정확한 개념을 파악하지 않고 시도할 경우 성공하기 어렵다. 


혁신(革新)이란 ‘묵은 풍속, 관습, 조직, 방법 따위를 완전히 바꾸어서 새롭게 하는 것’을 의미한다. 혁신(革新)의 어원은 가죽 ‘혁(革)’에 새로울 ‘신(新)’이 더해진 개념이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혁신(革新)’은 가죽을 벗겨서 새롭게 할 만큼 고통과 어려움을 동반한다는 선입견을 갖기 쉽다. 그런데 가죽을 뜻하는 한자는 ‘혁(革)’말고 ‘피(皮)’가 있다. [주례(周禮)][1]에서는 “가을에는 피(皮)를 거두고 겨울에는 혁(革)을 거둔다(秋斂皮, 冬斂革)”고 하였다. 피(皮)는 “짐승 가죽을 벗겨 낸 것”을 의미하고, ‘혁(革)’은 “짐승의 가죽에서 그 털을 다듬어 없앤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혁(革)’은 이미 가공한 가죽을 더 새롭게 만든다는 의미이므로 가죽을 벗겨내는 ‘피

(皮)’의 고통을 넘어선 단계이다. 영어로 Innovation(혁신)은 in(안)과 nova(새롭다)가 결합한 것으로 ‘안에서부터 새롭게 된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개선(改善)과 혁신의 차이는 무엇일까? 개선은 기존의 기능에 하나의 기능을 추가하여 조금 더 좋은 성능으로 바뀐 것을 일컫는다. 그러나 혁신은 같은 속성에서 출발했지만, 전혀 다른 새로운 것으로 인식되는 것이 혁신이다. 그래서, 보통 혁신 제품은 그 브랜드 자체가 제품이 속한 카테고리를 대변한다. 권오현 전 삼성전자 회장은 ‘초격차 - 리더의 질문’[2]에서 개선은 조직의 손익으로 혁신은 조직의 사활(死活)로 평가된다’라고 할 만큼 개선과 혁신은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혁신은 새로워야 하고 가치 있게 바뀌어야 한다.   


그렇다면 ‘새롭다’고 혁신이라 할 수 있는가? 만약 이동형 MP3 플레이어를 혁신하기 위해서 이동형 MP3 플레이어를 hi-fi 오디오 시스템으로 만들어서 커다란 스피커와 앰프를 연결하여 MP3를 듣게 한다면 혁신일까? 예전과는 달라졌으니 새로운 것이다. 하지만, 이 제품을 혁신적이라고 평가하기 어렵다. 왜냐하면, 이동형 MP3 플레이어의 가치는 ‘이동하면서도 음악을 들을 수 있다’는 이동성, 편리함이라는 속성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혁신은 새롭기만 하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 새로움이 가치와 연결되어 있을 때 비로소 우리는 혁신이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다. 피터 드러커(Peter Ferdinand Drucker) [3]는 혁신을 “소비자들이 이제껏 느껴온 가치와 만족에 변화를 일으키는 활동이다”라고 정의하고 있다. 그러므로 기존 자원이 가진 잠재력을 더 높여 더 많은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혁신이고, 없던 것에서 혹은 아주 형편없던 것에서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혁신이다. 즉 혁신은 새로운 것도 중요하지만 가치 창출이 더 큰 의미를 갖는다.


혁신은 기업 활동에서 필수 불가결한 요소이다. 기업은 가치를 창출할 때에만 존속할 수 있으며, 혁신은 가치를 창출하는 활동이기 때문이다. 기업이 영속하기 위해서는 성장해야 한다. 그 성장은 기존의 틀 안에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방식으로 성과를 창출하는 혁신을 통해서 가능하다. 모든 것의 경계가 무너져 내리고 그 안에서 융합되고 분화되는 급격한 변화의 시대에 혁신이 주목받는 이유이다. 혁신은 한때 유행하는 트렌드가 아니라 성장을 위한 진정한 처방이다.


그렇다면 혁신을 어떻게 이룰 수 있는가? 혁신이라는 말을 사회문화적으로 적극 사용하기 시작한 사람은 ‘슘페터(Schumpeter)’[4]이다. 그는 그의 저서 ‘자본주의, 사회주의, 민주주의’에서 혁신은 ‘창조적 파괴’라고 표현했다. 오늘날 많이 회자되는 말이다. 혁신의 핵심 개념이 사실상 이 말에 모두 담겨 있다. 혁신의 과정을 성취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틀과 관념을 일단 부수어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혁신은 일정 부분 또는 전면적인 파괴를 수반한다는 것이다. 파괴는 혁신을 위한 수단이며 과정이자 그로 인한 결과의 한 모습이다. 창조적 파괴가 중요한 것은 그런 전제조건 또는 과정을 통해야 혁신(革新)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는 기반이 조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줌 피자(Zume Pizza)[5]의 혁신을 예로 들어보자. 피자가 가장 맛있는 시간은 426˚C 화덕에서 5분간 구운 후

 4분 30초 후에 먹는 피자 즉 9분 30초 만에 먹는 것이 가장 맛있게 피자를 먹는 방법이다. 그런데 미국의 평균 피자 배송 시간은 45분이다. 그렇기 때문에 배달시켜 먹는 피자는 딱딱하고 맛이 없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줌피자는 가장 맛있는 피자를 직접 배달(Door to Door)하는 데 성공했다. 어떻게 했을까? 줌피자는 주문을 받으면 매장에서 사람과 로봇이 주문자의 요구에 따른 토핑 후 1분 초벌구이 하여 배달 차에 싣고 가장 맛있는 시간에 배달한다. 핵심은 배달차에 만든 화덕이다. 줌피자는 어떻게 하면 고객이 가장 맛있는 시간에 피자를 먹을 수 있을지 고민하였다. 오로지 고객만을 생각한 것이다. 그 결과 화덕을 배달차에 싣는 창조적인 파괴를 통하여 1차 초벌구이 한 피자를 화덕이 있는 배달차에 실은 후 집에 도착하기 8분 전부터 굽기 시작하여 정확하게 

9분 30초 만에 초인종을 누르는 것이다. 줌피자는 이런 방법을 통하여 가장 맛있는 시간에 피자를 배달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대발 시간도 평균 45분에서 22분으로 단축하였고, 미래의 배송 목표시간은 5분이라고 한다. 이것은 또 어떻게 가능한 것인가? 빅데이터를 이용하여 이때쯤 고객이 이러저러한 토핑을 얹어 피자를 주문한다는 통계를 가지고 미리 집 앞에서 대기했다가 주문과 가장 맛있는 시간에 배달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한편으로는 빅데이터를 통하여 나를 나를 다 알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기도 하겠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가장 맛있는 시간에 가장 빨리 피자를 받아먹을 수 있는 세상이 도래하게 될지도 모른다. 


이것이 혁신이다. 혁신은 안정적일 때는 추구하기 힘들다. 혁신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추진 동력이 있어야 하는데 안정적인 상황에서는 추진동력을 일으키기 어렵다. 그러므로 혁신은 무엇인가로부터 공격받을 때 또는 위기일 때 일어난다.  혁신(革新)을 일으키기 위해서는 어느 방향으로 갈 것인지에 대한 지향이 필요하다.  2020년 10월 15일 현대자동차 회장으로 취임한 정의선 회장은 취임사에서 현대자동차의 지향 방향과 혁신의지를 밝혔다. 그의 취임은 현대자동차의 혁신 즉, 현대차 3.0 시대로의 출발점을 알리고 모빌리티 산업이라는 대전환을 시시하는 의미를 갖는다. 정의선 회장은 취임식에서‘고객 제일'이라는 말을 9번이나 언급하며 강조하였다. 전임 회장인 정몽구 회장의 '품질 경영'과 비교되는 지향이다. 자동차 자체의 품질도 중요하지만 고객에게 맞춤형으로 대응하지 못하면 환경 변화에 적응할 수 없다는 혁신적인 메시지이기도 하다. “고객의 평화로운 삶과 건강한 환경을 위해 성능과 가치를 모두 갖춘 전기차로 모든 고객이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 친환경 이동수단을 구현하겠다”는 정의선 회장의 의지는 현대차 1.0 고유모델 개발, 2.0은 품질경영을 넘어 3.0 시대는 고객가치와 공감 경영을 추구하겠다는 의지이다. 이렇게 혁신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새로움과 가치 창출의 지향 의지가 필요하다. 

혁신은 새로워야 하고 거기에 가치를 담아야 하며, 조직의 사활을 걸고 추진해야 하는 것이다. 또한 환경 변화를 제대로 읽고 그에 맞는 보폭으로 함께 걸어가거나 조금 앞서가는 속도를 취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럼에도 혁신은 조직의 구조 직인 문제와 구성원의 적극적인 협력과 변하고자 하는 의지가 없으면 공염불(空念佛)이 되기 쉽다. 즉, 구성원 모두가 새롭게 업(業)의 개념을 세우고 한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혁신의 지름길이다. 혁신은 마음대로는 안되지만, 그래도 마음먹기에 달렸다. 이와 같은 혁신의 개념을 바탕으로 지금부터는 혁신에 대한 다양한 생각들을 펼쳐보자 



         

[1]《주례(周禮)》는 중국 주나라 왕실의 관직제도와 전국시대 각 국의 제도를 기록한 유교 경전이다.


[2] 권오현, 초격차: 리더의 질문, 쌤앤 파커스, 2020


[3] 피터 드러커(Peter Ferdinand Drucker, 1909.11 ~ 2005. 11)는 미국의 경영학자. 현대 경영학을 창시한 학자로 평가받으며 경제적 제원을 잘 활용하고 관리하면 인간생활의 향상과 사회발전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는 이런 신념을 바탕으로 한 경영관리의 방법을 체계화시켜 현대 경영학을 확립하였다.


[4] 슘페터(Schumpeter Joseph, 1883-1951)는 오스트리아 학파의 경제학자로서 빈(Wien) 대학 졸업. 그라츠(Graz) 대학, 빈 대학 교수. 1919년 오스트리아의 재무상(財務相)으로 제1차 세계대전 후의 재정난 수습에 힘썼으며, 1921년 빈 시(市) 바이다만 은행 총재가 되고, 그 후 독일의 본(Bonn) 대학 교수가 되었다. 나치스(nazis)의 압박을 피하여 미국으로 망명, 하버드(Harvard) 대학에서 강의, 미국 시민권을 얻었다. 그는 수리경제학(數理經濟學)의 영향을 받은 주관 학파(主觀學派)의 경제학자이다.


[5] 줌 피자(zume pizza)는 줄리아 콜린스(Julia Collins)와 알렉스 가든(Alex Garden)이 실리콘밸리에서 창업한 피자 브랜드이다. 평범한 배달 피자 프랜차이즈로 보이지만,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 기업답게 AI와 빅데이터를 이용한 스마트 공정으로 1분에 372개의 피자를 구워내어 최적의 맛이 나는 시간인 4분 30초 안에 갓 구운 피자를 Door to door로 배달한다는 강점을 내세워서 2017년 최고의 스타트업 기업 중 하나로 선정되었고, 2018년 소프트뱅크에서 무려 3억 7500만 달러의 투자를 이끌어낸 실리콘밸리의 대표적인 잘 나갔던 벤처기업 브랜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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