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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방적 관계

서로가 서로를 인정하고 존중할 때 건강한 관계가 유지된다.

by 장기혁 Mar 22.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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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문득, 오래전 방위병으로 군 복무하던 시절의 한 기억이 떠올랐다. 당시 저녁 시간을 쪼개 학사 논문을 대필하는 아르바이트를 해서 20만 원을 벌었던 적이 있었다. 좋은 관계를 유지해 오던 행정반 선임에게 저녁을 대접하겠다고 했지만, 내 호의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대신 그는 광명에서 신촌까지 택시를 태워달라고 했다. 그때 나는 상대가 내가 생각하는 만큼 우리 관계를 소중히 여기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기분이 씁쓸했다. 행정반 선임들이 서울대와 연세대 출신들이라 친해지고 싶었지만, 결국 그것은 나 혼자만의 생각이었다.


어제 갑자기 그 일이 떠오르며 ‘일방적인 인간관계에서는 이용당하기 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이가 들수록 사람에 대한 기대가 줄어들고, 점점 더 독립적인 삶을 추구하게 되었다. 인간관계를 확장하기보다는 불편한 관계를 정리하고 있다. 많은 사람이 외로움을 견디지 못해 결국 자신에게 독이 되는 관계를 유지하거나, 새로운 관계를 맺었다가 후회한다. 나는 그런 후회를 하지 않기 위해 혼자 있어도 외롭지 않은 삶을 만들어가고 있다.


아내와 딸, 그리고 몇 명의 친한 친구만 있으면 충분하다. 덕분에 경조사에서 자유롭고, 의미 없는 모임에도 나가지 않아 시간 낭비가 없다. 또한 인간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도 훨씬 적다.


하지만 최소한의 관계라도 유지하려면 노력이 필요하다. 아무리 친했던 친구라도 관리하지 않으면 멀어질 수밖에 없다. 과거의 친분만 생각하거나, 너무 계산적으로 접근하거나, 현재 친구의 상황을 배려하지 않으면 관계를 지속하기 어렵다. 관계의 깊이에 따라 멀어지기 전 감내할 수 있는 횟수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심지어 가족 사이에서도 자신의 역할을 다하지 못하거나 선을 넘으면 결국 멀어지고 고립되게 된다.


인간관계에서도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가까운 사람들에게 평소에 더 잘하고, 진심을 다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는 남을 의식하거나 기대지 않고, 오직 나의 기분과 행복에 더 집중할 것이다. 무의미한 인간관계는 더 정리하고, 특히 직장에서는 동료 이상의 관계를 기대하지 않기로 했다. 군대의 선·후임처럼, 함께 근무하며 각자의 책임과 의무를 다하고 그에 따른 보상을 받는 것이 최선이다. 회사에서 친구나 가족 같은 관계를 바라지 않겠다. 앞으로는 더 쿨하게 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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