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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말 Aug 12. 2019

회사사람들과 먹는 사료이야기

상대방을 배려하며 메뉴선택하는 방법

                                                                   

한 끼를 해치워야 한다는 

의무감으로 먹는 음식은 

식사가 아니라 사료에 가깝습니다.

이기주 / <언어의 온도> 중에서 / 말글터


                                    

위의 글을 읽으며 참 반가웠습니다. 전 지인들과 대화를 할때면 다음과 같은 말을 자주합니다.


"회사사람들과 먹는 밥은 입으로 먹는게 아니라 창자로 먹는거야~!"  라구요.


동의하지 못하시겠다구요? 이상하네요. 다들 그런줄 알았는데... 아무튼 전 그래요. 함께 먹는 사람이 불편해서 일 수도 있구요. 업무가 자꾸 생각나서 일 수도 있어요. 내 시간을 뺏겨서 일 수도 있구요... 아무튼 별로 맛이 없어요. 아니 맛을 못느낀다는게 맞겠네요.


제 생각엔 같은 음식이라도 언제, 어디서, 누구와 어떻게 그리고 컨디션 등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고 생각하는데요. 회사사람과 함께 먹는 밥은 맛이 없어요. 그래서 맛으로 안 먹어요. 오후시간이 힘들까봐 먹어요. 사료라고 생각하고 먹지요.


그런데도 매번 저에게 뭘 먹을꺼냐고 물어봅니다. 나름 저를 위한 배려인가봐요. 하지만 전 처음가본 식당이에요. 제 앞에 계신분은 이곳에 와보셨나봐요. 또 저에게 물어요. 먼저 고르라고 해도 막무가내 입니다. 아무거나 시키래요. 말이 안통해요.                    


© eminens, 출처 Pixabay

                                   

앞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저에게 메뉴판은 단순하게 보여요.

사료 : 6000원

사료 : 7000원

사료 : 8000원


그럼 전 당연히 '6000원짜리 사료 주세요' 라고 합니다. 그랬더니 표정이 굳어지더라구요. 잠깐 생각을 하더니 8000원짜리 사료를 시킵니다. 왜 물어봤을까요? 


본인이 와 본식당이고 먹어봤던 음식이면 먼저 이야기해주면 좋지 않을까 싶어요. '내가 지난번에 와봤는데 그 음식 맛이 괜찮더라' 라고 해주면 참 좋잖아요. 아니면 따로 시키던지요. 뭘 먹어도 어짜피 내겐 사료이지만 그래도 그게 진짜 배려이지 않을까 싶어요.




                                                       

상대방을 배려하며, 
메뉴선택하는 방법

                                  

조금 다른 경우이지만, 결혼전 아내와 연애를 할 때도 식사메뉴를 고르는게 쉽지 않았어요. 연애초반엔 아내의 식성을 잘 몰랐으니까요. 그래서 제가 선택한 방법은요. 일단 점심식사후에 통화를 했어요. 다른이야기를 하며 자연스레 점심으로 뭘 먹었는지 물었죠. 그러면 저녁에 그 메뉴는 당연히 제외합니다. 그런다음 다른 종류의 식당으로 두군데 이상을 알아놔요. 


예를들어 점심에 김치찌개를 먹었다면 저녁메뉴로는 일식과 중식 식당을 알아두는 거죠.  그리고 실제 데이트를 하며 묻습니다. "가까운 곳에 돈까스 맛있게 하는 집이 있는데 어때요?" 라구요. 보통 이렇게 물으면 "네 좋아요"라고 하는게 순서이지만 꼭 그런건 아니에요. 약간 머뭇거린다는 느낌이 오면, "아니면 중식은 어때요? 조금만 걸으면 유명한 집이 있어요"라고 말을 하죠. 그럼 십중팔구 둘중에 한군데로 가게 되요. 


그런다음 식당에 도착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집은 짜장면이 유명해요. 들어가는 야채의 식감이 정말 좋더라구요" 라던지, "제가 먹어보진 않았는데 볶음밥을 먹어본 친구말이 느끼하지 않고 밥알이 탄력있는게 좋았다고 했어요"라는 말을 한마디 해주면 선택하는데 훨씬 도움이 되지요. 이런 작전으로 연애할때 아내에게 점수를 좀 땄어요. '준비쟁이'라는 말을 듣기도 했구요.




                                   

이런게 진짜 배려라고 생각합니다. 어려운 고민은 제가 거의 다 하구요. 선택은 상대방이 하도록 하는거죠. 


앞에 사료를 고르던 상황으로 다시 돌아가볼께요. 상대방은 제게 메뉴를 고르는 선택권을 주었지만 저는 상대방이 뭘 좋아할까? 라는 일을 하게 됩니다. 메뉴를 고르는 순간부터 이미 맛있는 식사시간은 물건너 갔죠. 뭘 먹어도 어짜피 사료이긴 하지만요. 


기회가 되신다면 직장동료분들과 이런이야기 한번쯤 해보시는건 어떨까요? 만약 저처럼 점심을 사료로 먹는 동료가 있다면 완전 땡큐겠죠? 앞으론 본인이 드시고 싶은 것만 드실수 있으니까요. 반대로 본인이 저같은 사료파라면, 자연스레 동료에게 앞으로의 메뉴선택을 밀어버릴수 있을꺼에요. 저도 방법을 좀 바꿔봐야겠어요. 몇가지 해보고 기회가 되면 또 말씀드릴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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