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중년 생존전략 1장-현실을 읽자}
필자는 전남 영광에서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나왔다. 군 소재지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위치한 초등학교였다. 우리 동창들은 매년 봄, 가을에 모임을 한다. 1박이나 2박으로 만나면 20여명 정도의 동창들이 만나서 수다를 떨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2023년 봄 모임은 모임을 시작한 지 10주년이라고 해서 전남 여수에서 2박3일로 모임을 했다. 역시 스물 두명 정도의 친구들이 모였다. 아무래도 수도권에 사는 친구들이 많고, 광주 등 고향 지근 거리에서 사는 친구들도 있다. 15년전 쯤 미국 조지아로 건너간 친구 윤철이도 참석했다. 술을 하다가 친구가 말을 꺼냈다.
“내 기억에는 우리 친구들이 120명대였던 것 같다. 그중에 10%는 아마 벌써 세상을 떴을 걸”
옆에 친구가 고개를 저으면서 그렇게 많이 죽었을까하고 갸우뚱했다. 우리는 이미 우리 곁을 떠난 친구들을 회상했다. 그 중에는 안타깝게 스스로 목숨을 끊은 친구도 있고, 사고로 죽은 친구도 있고, 병마로 목숨을 잃은 친구도 있다. 그렇게 하나둘 헤아리니 열명이 넘는 친구들의 이름이 불렸다. 윤철이 말이 사실이었다. 54살을 살아내는 것도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확인했다. 우리 학교 일만은 당연히 아니다.
1969년 우리나라 출생자 숫자는 100만5천명 정도로 집계된다. 그런데 지금 우리나라에서 54살 인구가 93만2천명 정도다. 물론 이 숫자는 그간에 이민 등 과정을 거친 숫자이기 때문에 완전히 태어난 숫자와 죽은 숫자가 합을 맞춘 수치는 아니다.
어떻든 적지 않은 친구들이 세상을 등졌다. 특히 이런저런 이유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친구들도 많다. 사업실패 등도 있고, 우울증처럼 정신이 아픈 이도 있다. 또 암 등 병마로 세상을 등 진 이들도 있고, 교통사고 등 사고로 세상을 떠난 이도 있다. 이런 흐름은 남의 이야기만 아닐 것이다.
문제는 오랜 시간 이야기하다보면 자신이나 가족 중에 큰 곤란을 겪지 않은 이는 극히 드물다는 것이다. 본인은 물론이고 가족 등으로 비롯된 다양한 아픔이 있고, 죽음은 주변에 깊은 골을 만든다.
문제는 우리 세대들도 이제 인생 후반에 대한 큰 시각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필자가 어릴적 고향 마을에도 초상 소문이 간간히 들렸다. 집성촌이었기 때문에 돌아가신 분들은 대부분 집안 어른이었다. 1970년대 초반만 해도 50대에 돌아가시는 것은 크게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전쟁의 상흔을 가진 어른이 많고, 생활도 넉넉지 않은데다, 술이 과한 분들이 많아서 상대적으로 남자들은 50대에 많이 돌아가셨다.
1970년 우리나라 사람들의 기대수명은 62.3세였다. 남녀의 기대수명은 여성이 8살 정도가 높으니 당시 남자가 50대에 사망하는 일은 전혀 이상한 것이 아니다. 이후 기대수명은 2021년 83.6세로 약 21년 늘어났다. 특히 여자의 기대수명은 86.6세로 남자의 80.6세에 비해 6년이나 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