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싸움, '내 집이니 나가!'라고 할 수 있을까

<내 집>에 대해 착각하는 것

by 솔변

부부싸움의 단골 대사 중, 이런 말이 있다.



"내 집에서 나가!"

27437af9f9c6092a2be18624ce453e43.jpg -mbc 드라마 '세 번째 결혼' 중 한 장면.




부동산의 법적인 소유자는 어디까지나 등기에 이름이 올라가 있는 '명의자'다.

집을 팔거나, 임대를 주거나, 담보대출을 받을 때도 당연히 명의자만이 소유자로 취급된다.

때문에, 부부싸움을 할 때 '내 집에서 나가'라는 대사는 주로 소유자의 입에서 나올 수밖에 없다.


그런데, 부부사이에서도 부동산을 오로지 단독 명의자의 것이라 볼 수 있을까?




l 니가 사는 그 집 ♪ 그 집은 내 집이기도 해 ♬



결혼생활을 어느 정도 지속했다면 부동산의 명의가 누구의 것으로 되어있는지와는 관계없이 그 집은 부부공동재산이다.

다만, 그 집을 남편과 아내가 몇 대 몇으로 나누는지의 문제가 있을 뿐이다.


(※ 참고로, 결혼기간이 얼마나 되어야 부부공동재산으로 재산분할이 가능한지에 대한 법적 규정은 없다.

다만, 실무적으로는 너무 짧게 살고 갈라서는 부부의 경우, 각자의 돈이 함께 들어간 재산이 아니라면 부부공동재산으로 판단하지 않고'결혼 전 갖고 있던 대로 그대로 헤어지라'는 판결이 나오는 경우가 많다.

즉, 혼인기간이 늘어날 수록 점점 '공동재산'에 가까워지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혼할 때 왜 '내 집'을 나눠야 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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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돌이의 부모님은 일찍이 부동산 보유의 중요성을 깨달아, 갑돌이가 대학교를 졸업할 무렵 갑돌이 이름으로 서울에 소형 아파트를 마련해 두었다.

이후 갑돌이는 서른 살이 넘어 갑순이를 만나 결혼을 했고, 슬하에 두 명의 아이도 낳았다.


시간이 흘러 어느덧 40대 중반이 된 갑돌이는 갑순이와 잦은 갈등 끝에 이혼을 결심하게 된다.

이 무렵, 갑돌이가 가지고 있던 아파트는 처음보다 몇 배나 가격이 오른 상황이었다.


재산분할 논의를 위해 식탁에 마주 앉은 갑돌이와 갑순이.

갑돌이는 집을 제외하고 '결혼 이후 모은 자산'만 재산분할 리스트에 쓴 반면, 갑순이는 당연히 집도 나눠야 한다고 주장한다.


갑돌: 이건 내 집이고, 당신이 기여한 게 하나도 없는데 왜 집을 탐내?
"특유재산"이라는 말 못 들어봤어?
갑순: 특유재산이어도, 나도 맞벌이하고 애들 기르면서 십 년 넘게 살았는데 그 집에 지분이 있어!


팽팽하게 대립하는 두 사람.

누구의 말이 맞을까?


이혼소송에서 재산분할을 할 때, '특유재산'이라는 개념이 있다.

특유재산이란 '결혼 전부터 가지고 있던 자산'이란 뜻이다.

원칙적으로 특유재산은 부부공동재산이 아니므로 재산분할에서 제외되는 것이 맞다.


그러나 우리나라 법원에서는 '특유재산일지라도 다른 일방이 적극적으로 그 특유재산의 유지에 협력하여 그 감소를 방지하였거나 그 증식에 협력하였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분할의 대상이 될 수 있다'라는 기준을 두고 있는데, 단순하게 풀어 말하면 '결혼할 때 갑돌이가 집을 가져온 건 맞는데, 갑순이도 결혼생활에서 애 많이 썼잖아. 십수 년 부부로 살았으면 아내 꺼기도 하지~'라는 것이다.


즉, 갑돌이가 아파트를 지금까지 날려먹지 않고, 재산으로 유지한 데는 아내인 갑순이의 공도 있다고 인정하는 것이다.

따라서 법원에서는 갑순이의 손을 들어주고, 집도 포함하여 두 사람의 기여도에 따른 재산분할 비율을 판단할 것이다.


재산분할의 기여도는 무조건 반반은 당연히 아니고, '갑돌이와 갑순이가 부부로 산 기간, 각자의 경제활동 여부, 가사노동, 양육에 대한 기여'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정한다.

(한편, 갑순이가 쭉 가정주부였다고 해도 약간의 기여도 퍼센트가 달라질 수 있을 뿐 갑돌이 명의의 아파트가 재산분할 대상이 된다는 결론은 동일하다. 가사노동과 양육 역시 재산에 대한 기여로 인정되기 때문이다).


이혼전문 변호사로서 일하면서 느끼건대, 법원에서 재산분할 기여도를 판단함에 있어 고려하는 요소들 중 가장 영향력이 큰 것은 '부부로서 산 기간'인 듯하다.


혼인기간이 짧으면 짧을수록 특유재산이 분할대상에서 제외되거나 상대방이 가져가는 기여도가 낮은 반면, 혼인기간이 길어질수록 결혼 전부터 가지고 있던 자산인지 여부에 관계없이 기여도는 점점 50:50으로 기울게 된다.


(이는 단순히 집(부동산)뿐만 아니고, 현금이나 자동차 등 다른 자산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갑돌이 명의의 집은 대외적인 소유권은 갑돌이에게만 있지만 이혼할 때는 부부공동재산이 되므로 마냥 '내 집'이라고 주장할 수는 없는 것이다.


(+약간의 심화설명으로 들어가자면, 이혼을 해도 집은 법적으로는 여전히 갑돌이의 소유다.

다만 그중 일정 퍼센트는 갑순이 것이라고 보아, 그에 상응하는 현금을 갑순이에게 지급하는 방식으로 재산분할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가장 흔하다).


즉, 갑돌이 명의 100% 집이라고 해서 재산분할에서 갑돌이가 집의 가치를 다 가져갈 수는 없다.

또한, 부부가 50%씩 지분을 나눈 공동명의 집이라고 해서 재산분할에서 무조건 반씩 나눠가지는 것도 아니다.


이혼소송에서는 집의 명의가 누구냐에 관계없이, 그 집을 형성하고 유지하고 관리하기까지의 '기여도'에 따라 각자의 몫을 판단한다.



l "내 집"에서 배우자를 내쫓을 수 없을까요?



그렇다면, 집값을 나누는 문제가 아니라 물리적으로 배우자를 '내 명의 집'에서 쫓아낼 수는 있을까?


최근 피 터지게 싸우고 이혼하기로 한 갑돌이와 갑순이.

두 사람의 주거지 아파트 명의자는 갑순이였다.

(예시의 공평을 기하기 위해 이번엔 소유자를 갑순이로 바꿔보자).


갑순이와 갑돌이는 각자 변호사를 선임하고, 이혼소장과 반소장을 나란히 주고받았다.

이쯤 되면 둘의 관계는 남보다도 못한 사이인데, 문제는 갑돌이가 집에서 안 나간다.

갑순이는 "내 집에서 나가!"라며 소리를 지르지만, 갑돌이는 '내 집에서 왜 나가냐'며 뻗대기 바쁘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혼이 끝나기 전까지는 NO'다.


이혼 확정 판결이 나기 전까지는 두 사람은 법적으로 부부관계기 때문에, 갑돌이와 갑순이가 혼인생활을 하던 주거지에 살 권리는 명의가 누구 것인지에 관계없이 갑돌, 갑순 모두에게 있다.

즉, 이혼 소송이 최종적으로 끝날 때까지는 갑순이는 법적으로 갑돌이를 내쫓을 수 없는 것이다.


실제로, 이혼소송을 하다 보면 오히려 부동산 명의자가 집을 나와 월세를 얻어 살면서 소송을 진행하는 케이스도 종종 본다. 상대방 배우자가 꼴도 보기 싫은데, 내쫓을 방법이 없어서 본인이 집을 나오는 것이다.


또는, 부부가 서로를 내쫓기 위해 상대방 배우자가 부재한 동안 비밀번호키를 바꿔 달거나 상대방의 짐을 모두 내다 버리는 등, '점유를 위한 쟁탈전'을 벌이는 극단적인 사례도 목격하게 된다.




따라서, "내 집에서 나가!"라고 외치는 드라마 대사를 현실 이혼에 맞게 재구성하면 아래와 같다.


갑돌: 결혼기간 및 맞벌이여부, 가사노동과 양육에 대한 기여, 특유재산 등을 모두 고려했을 때

80%의 기여도가 나에게 있는 집에서 나가!

갑순: 허! 내 기여도가 40%는 되거든? 그리고 내쫓고 싶으면 이혼 확정판결문 가져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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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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