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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신옥 Nov 19. 2023

먹을 수 있고 걸을 수 있으니

~ 그냥 묻어두고 사는 거지 ~

오랜만에 친구를 만났다.

밥을 함께 먹었다. 잇몸 치료 기간이지만 시간을 함께하고 싶은 마음에 잇몸 불편한 것쯤이야 약속을 미룰 이유가 되지 못했다. 밥을 먹는 것은 그저 구실에 불과하고 그동안 쌓인 회포를 풀기에 바빴다.



친구는 나이가 차도록 결혼하지 않고 싱글인 아들 때문에 가슴앓이 하고 있었다. ‘혼자 살면 어떠냐?’는 내 말에 ‘자기 아들은 결혼을 했으니 그런 여유가 있지’라며 입장차이라고 우긴다. 밥을 먹으면서도 세상 사는 맛은 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친구는 알타리 김치가 맛있다고 연신 우걱우걱 씹는다.


잇몸 염증 치료 중인 내가 보기엔 그래도 무청 늘어뜨린 알타리 김치를 거리낌 없이 버적버적 잘도씹어 먹는 친구가 부럽다고 하니 친구가 눈물을 찔끔하면서 웃었다. 순간, 내가 너무 솔직했는가 싶어서 가슴이 아렸다. 그래도 먹고 싶은 것 마음대로 먹을 수 있으니 나보다는 낫다고 한수 더 떴다. 진심이었다.      



자리를 옮겨 차를 마셨다.

친구가 집에서 90이 넘은 시어머니 간병하는 어려움을 털어놓았다. 혼자 걷기조차도 힘들다고 했다. 일일이 부축을 해야 한다. 혼자서 집안에 있는 화장실까지만 걸을 수 있어도 좋겠다고 힘겨워했다. 이렇게 잠깐이라도 외출을 하려면 큰맘 먹고 요양보호사님께 부탁을 해야 한다고 한다.


그래도 나보다는 낫다며 ‘피식’ 웃었다.

나는 95세 친정엄마가 요양원에 있기 때문이다. 혼자서는 전혀 걷지 못하고 기저귀 생활을 하는 친정엄마에 대한 안타까움과 허탈감이 어깨를 짓누른다. 가슴에 차 있던 응어리가 자꾸 꿈틀거린다. 친구는 또 눈물을 찍어내면서도 자기는 그나마 다행이라고 여기는 눈치다.


그래도 나를 부러워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멀리 있고 일일이 면회 예약을 해야 얼굴이라도 볼 수 있지만 그래도 보고 싶을 때면 언제든지 가서 볼 수 있음을 부러워하는 사람들도 분명 있으니 사람의 만족이란 끝이 없다.



위로한답시고 친구에게 말했다.

못 걷는 양쪽 부모님들을 보면 이렇게 마음대로 걸어서 어디든 갈 수 있다는 것도 얼마나 다행이냐고 말이다.

      

이순간에도 전쟁 중이어서 생명의 위협을 느끼며 간신히 버티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

마음대로 먹을 수 있고 가고 싶은 곳 걸을 수 있으니 다행이라니 내가 너무 원초적인 삶에 만족하는 것일까! 나이 들어가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리라.     



집에 돌아와서 친구에게 사촌이 카톡으로 배달해 준 시 한 편 보내 주었다.

친구에게 보냈다기보다 쓰면서 스스로 되새김질 했다.



역시 짧은 시 긴 여운이다.          

 


           ~ 사 연 ~

                            유지나


   툭! 건드리면

   눈물 흘릴 사연들

   많습니다.     


   쿡! 찔러보면

   가슴 아픈 사연들

   많습니다.     


   톡! 터트려 보면

   어려운 사정들

   많습니다.     


   꾹~ 짜보면

   삶에 무게 없는 사람

   없습니다.     


   탁! 털어보면

   근심 걱정 없는 사람

   없습니다.     


   괜찮지 않지만

   괜찮은 척


   힘들지만

   힘들지 않은 척     


   우리 모두

   묻어두고 견디며

   그렇게

   살아내고 있는 거지요



삶의 총체적 무게와 사연은 평균내면 다 같을 수도 있다.

다만 각자 어떻게 받아들이고 살아가느냐에 달렸나 보다

그러니 우리 모두 그때그때

그래도 다행이라고 감사하며 살아도 무방하지 않을까!


    

          ( 사진은 카카오톡에서 다운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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