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안아주는 작은 빛
나는 때때로 지칠 때까지 걷는다.
땀에 젖고, 무릎이 무거워지고,
더 이상 한 발짝도 떼기 힘들 만큼 지치면
비로소 어떤 고요에 닿는다.
내 안의 소란이 모두 바닥을 드러낸 뒤에야
그 빈자리로 다른 무언가가 들어올 수 있는 것처럼
변산반도의 숲길에서 나는 그러한 순간을 만났다.
여름열기에 지쳐 멈추려던 찰나,
눈앞에 환히 피어난 노랑 상사화가 있었다.
나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꽃과 잎이 만나지 못하는 상사화의 외로움은
나의 외로움이구나.
닿을 수 없음을 알면서도 피어나는 용기.
결핍이 있음에도 더욱 선명한 존재.
그 꽃은 내 안의 외로움을 비추어주었다.
외로움은 나를 갉아먹는 벽이 아니라,
어쩌면 나를 꽃피우게 하는 토양일지도 모른다.
그 순간, 바람에 실려 파도 소리가 들려왔다.
아직 눈으로는 보이지 않았지만,
바다는 그곳에 있었다.
파도는 쉼 없이 부서지고, 다시 일어났다.
규칙적이면서도 매번 다르게,
마치 우리의 삶처럼.
무너짐은 끝이 아니었다.
무너짐 속에서도 다음의 리듬은 이어졌다.
나는 눈을 감고 그 부드러운 울림에 귀를 기울였다.
어떤 언어보다 정직한 위로가 거기에 있었다.
지칠 때까지 걷는다는 건
삶을 피하지 않고 끝까지 견디는 일.
그 끝에서 만나는 꽃과 바다는
언제나 그 자리에 있었지만,
내가 멈추어 서기 전에는 보이지 않던 풍경이었다.
변산반도의 노랑 상사화는
결핍을 다른 이름으로 부를 수 있는 힘을 주었다.
멀리서 들려온 파도 소리는
무너짐 속에도 여전히 삶이 있음을 알려주었다.
인생은 언제나 불완전하다.
그러나 그 안에도
충만과 위로는 분명히 존재한다.
돌아오는 길, 나는 생각했다.
지칠 때까지 걷는다는 건
무의미하지 않고
세상과 깊이 연결되는 방식이라는 것을.
지침 끝에 만난 꽃과 바다,
그 사이에서 나는 비로소 자유로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