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풀의 노래

버려진 땅이 들려주는 희망의 언어

by 윤슬

길가에, 우리가 흔히 스쳐 지나가는 잡초가 있다.

누군가는 쓸모없는 풀이라 여기지만 나는 이 작고 연약한 생명들에게 이상하게도 위안을 얻는다.

비바람 속에서도 꿋꿋이 서있고 사람들 발아래 짓밟혀도 기어이 일어서고야 만다

회색 콘크리트 틈새에서도 을 피우는 그 모습은 내 마음속 지친 공간에서 작은 빛이 자라나는 것과 닮았다.

손길 닿지 않은 버려진 땅에서 자라난 풀은 정원을 어지럽히고 밭을 망친다고 흔히 무가치하다고 여긴다. 그러나 내가 오래 바라본 잡초는 또 다른 얼굴을 가지고 있다.

오히려 생명이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것을 가장 먼저 보여주는, 자연의 작은 예언자였다.

잡초는 버려진 죽은 땅에 맨 먼저 찾아온다. 돌이 많아 척박한 공터, 바람만 스쳐가는 황무지에도 작은 씨앗이 날아와 싹을 틔운다. 보드랍지 않은 흙이라도 잡초는 조금도 주저하지 않는다. 뿌리를 내리고, 그 뿌리는 흙을 단단히 붙잡는다. 무너져 내리려는 땅을 살포시 안아주듯, 잡초는 조용히 자리를 지킨다. 시간이 흐르면 낙엽이 쌓이고, 작은 곤충들이 찾아와 그들의 흔적을 남긴다. 메마른 흙은 서서히 기름져 가고, 그 위로 새로운 생명이 숨을 고르기 시작한다. 잡초는 언제나 가장 먼저 깃발을 세우는 개척자다.

땅속에서 일어나는 일은 더욱 놀랍다. 깊은 곳까지 파고드는 뿌리는 묵혀 있던 미네랄을 끌어올린다. 어떤 잡초는 오염된 물질을 흡수하며 흙을 정화한다. 눈으로는 볼 수 없지만, 흙의 결이 달라지고, 황폐했던 땅은 조금씩 살아난다. 잡초의 생명력이 결국 다른 풀과 꽃, 나무가 자라날 수 있는 길을 연다.

그뿐 아니다. 잡초는 또 다른 생명들을 품는다. 작은 꽃잎은 벌과 나비의 꿀이 되고, 무성한 잎은 작은 곤충과 새의 보금자리가 된다. 인간의 눈에는 어지럽고 무가치해 보이는 풀더미 속에서, 수많은 생명이 살아가고 있다.

잡초의 끈질김은 우리에게 말을 건다. 꺾여도 다시 일어서고, 비바람에 쓰러져도 새순을 틔운다. 삶이 황폐하다고 느껴지는 순간에도, 잡초는 속삭인다. “이 자리에서도 다시 살아날 수 있다”라고. 회복은 화려한 꽃이 아니라 가장 낮은 자리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을 직접 보여준다.

우리의 삶도 때때로 황무지 같다. 더는 열매가 맺히지 않을 것 같고,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빈 땅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잡초가 보여주는 장면을 떠올려 보자. 작은 씨앗 하나가 뿌리내리듯, 우리 안의 희망도 아주 작은 시작으로부터 자란다. 시간이 흘러 흙이 비옥해지듯, 우리의 삶도 서서히 빛을 되찾는다.

잡초는 쓸모없는 풀이 아니다. 그것은 자연이 들려주는 노래이자, 회복의 언어다.

눈길조차 주지 않았던 그 자리에서, 놀라운 생명의 힘이 자라나고 있다. 그리고 언젠가 그 힘은 우리들도 다시 일으켜 세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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