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투. 다리 짧은 시고르 자브종(ㅋㅋ시골 잡종). 현재 몸무게 8kg의 중형견으로 7개월령 수컷이다.
7개월 전, 우려하던 일이 벌어졌다. 어머니 집 개 조이의 중성화 수술에 대한 얘기가 오가던 중 조이는 그만 동네 강아지랑 눈이 맞아 가을이 한창일 때 주먹만 한 새끼 다섯 마리를 낳았다. 이미 어머니 집에는 고양이 네 마리와 조이, 밥만 먹고 가는 또 다른 고양이 두 마리까지 꽉 찬 동물농장이었다. 집 마당에 차를 대고 내리면 젖비린내 풍기며 솜뭉치 강아지들이 우르르 굴러와 반기고 고양이들은 데크에 올라가 손님을 맞이하는 풍경이 벌어졌다. 이미 먹여 살피는 동물이 많은데 강아지 다섯 마리까지 보태 식구가 늘었으니 난감했다. 어머니는 조이의 강아지들을 덤벙이들이라 부르며 예뻐하셨으나 힘에 부친 게 역력했다.
두 달간 동네는 물론 주변 여기저기에 강아지 분양을 소문냈지만 데려가겠다는 사람이 없었다. 강아지들은 신발을 물어가는 등 말썽을 부리며 신나게 뛰어다녔지만 우리는 점점 걱정이 되었다. 마냥 귀엽다고 예뻐하기엔 강아지며 고양이들이 너무 많았다(총 12마리). 마음 약한 나는 그러다 덜렁 한 마리 데려가겠다고 말하게 될까 봐 볼 때마다 내 입을 틀어막고 외면했지만 뜻대로 되진 않았다. 반 강제로 동네 이장님에게 한 마리를 맡기고 남은 네 마리를 보면서 결국 제일 큰 대장으로 보이는한 마리를 데려왔다. 그 날이 12월 2일이었고 마침 녀석이 두 달이 되어 동물병원엔 두달이라고 등록하고 집에 와 투투라 이름 지었다. 주변을 물색하니 다행히 데려가겠다는 가정이 있어 우리는 투투를 보냈다.
이럴 줄 알았다며 입양 보내는 날 눈물이 났다. 하지만 키울 순 없었다. 낮에 돌볼 사람도 없었거니와 우리에겐 이미 탱이가 있었다. 혼자 자란 탱이는사회성이 부족하여 어린 투투를 싫어했고 투투는 대형견인 탱이에 비해 체구가 너무 작아 위험했다. 이미 한 차례 탱이로부터 걷어차여 눈을 다치는 불상사가 일어난 후라 더 정이 들기 전에 보내는 것이 답이었다. 서운한 마음 한편으론 숙제를 마친 개운함도 있어 사료는 물론 기저귀와 장난감들까지 바리바리 싸 보내며 행복하게 잘 지내길 빌었다.
투투의 흔적을 지운 지 나흘 되던 날 개털 알러지 때문이라는 변명과 함께 투투는 되돌아왔다. 에둘러 말하는 진짜 내용은 투투의 에너지가 감당이 안 될 뿐 아니라 밤에 잠을 안 자고 울어 가족들이 힘들어했다는 것이다. 갈 때와 달리 접혀 있던 두 귀가 쫑긋 선 모습으로 돌아온 투투는 우리를 보고 오줌을 지리며 꼬리가 끊어져라 반가워했다. 입양 갔던 집의 말과는 달리 투투는 돌아온 날 밤에 울지도 않고 잠을 잤다.
두달이 투투
집안에서 개를 키우지 않는 우리였지만 추운 날씨 때문에 어린 투투를 밖에 내놓을 순 없었다. 게다가 터줏대감이자 노견인 탱이는 투투를 받아들이지 못해 할 수 없이 따뜻해질 때까지 집안에 두기로 했다.
배냇털이 빠지기 시작하자 우리 가족은 날마다 콧물을 질질 흘렸고 시도 때도 없이 재채기를 해댔다. 자주 청소기를 돌리고 온갖 접착테이프를 사용해도 집안은 털 투성이었다. 그동안 공기 청정기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살던 우리는 급기야 커다란 공기청정기를 들여놓았고투투를 다시 보내야 한다며 날마다 전화번호부를 뒤졌다. 그러나 이미 개를 키우고 있거나 다른 이유들로 인해 전화를 받은 이웃들은 난감해하며 고개를 저었다.
자신의 입장을 아는지 투투는 매우 영리하게 굴었다. 단번에 배변훈련을 마쳤고 "앉아" "기다려"와 같은 기본적 명령어를 빠르게 익혀 실행했다. 다른 집 강아지들처럼 소파나 벽지를 물어뜯지도 않고 가구에 흠집을 내지도 않았다. 터그 놀이를 좋아하여 장난감을 주면 사다 준 보람을 느끼도록 열심히 가지고 놀았다. 집안의 불을 끄면 놀다가도 잠자리에 들었고 아침이 되면 꼬리를 흔들며 마치 오랫동안 헤어진 이산가족을 만나기라도 한 것처럼 좋아했다. 새로운 입양 가정은 끝내 나타나지 않았고 어느덧 우리는 투투와 함께 하는 일상을 보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