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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li Aug 03. 2024

언어의 사회성

투투 이야기


투투에게 "기다려"는 "나비"입니다.


투투가 처음 집에 왔을 때 뼈다귀 모양의 강아지 비스킷을 간식으로 주면서 아빠는 투투에게 "기다려!"라는 명령어 대신 "나비~"라고 말했습니다. 왜 "나비"냐고 물으니 비스킷이 리본 모양이고 "기다려"보다 "나비"가 더 예쁜 말이 아니냐고 했습니다. 그래서 투투는 "나비~"하고 말하면 얌전히 기다립니다. "기다려!"라는 말보다 "나비~"에 더 잘 반응합니다. 



"나비"라는 말을 들은 투투는 간식을 바라봅니다. 엄마가 한 번 더 "나비~"라고 하자 투투는 고개를 옆으로 돌립니다. 그 모습이 새침해 보여 엄마는 웃음이 납니다.


 안 볼란다!


투투에게 미안하지만 얼마나 기다릴 수 있는지 시간을 재 봅니다. 10초, 20초, 30초가 지나도 투투는 고개를 돌린 채 꼼짝을 안 합니다. 견물생심이야. 안 볼란다, 하는 거 같습니다. 웃음이 납니다. 고개 돌린 채 기다리는 투투는 괴로울까요? 엄마는 그 모습이 귀엽기만 합니다.


1분이 지났습니다. 1분이라는 시간은 투투에게 어떤 시간일까요? 1분은 짧지만 투투에게도 짧을까요? 본능을 제어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간식을 눈앞에 놓고 1분이 넘도록 투투는 참고 있습니다.



엄마가 드디어 먹으라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간식을 바로 먹지 않고 엄마를 바라봅니다. 진짜 먹어도 되나? 하고 확인하는 것 같습니다. 다시 한번 먹으라고 간식을 가리키니 간식이 아닌 엄마의 손을 봅니다. 다시 먹으라고 그릇을 밀어주니 그제야 간식을 먹습니다. 한 개가 아쉬웠는지 그릇을 여러 번 핥아봅니다. 참고 기다린 투투가 대견해서 간식을 더 주었습니다.


엄마의 손과 말을 확인하는 투투
기다린 끝에 간식을 먹는 투투


엄마는 보여주기 위해 투투를 훈련하는 것이 아닙니다. 서로 불편하지 않게 잘 지내려면 최소한의 예의와 질서가 필요합니다. 엄마도 투투도 기다림을 배워야 더 좋은 관계를 가질 수 있습니다. 이 같은 인내심은 개들에게도 안정감을 준다고 합니다. 기다린다는 것은 신뢰를 바탕으로 하기 때문입니다. 엄마는 투투가 성장할 수 있다고 믿기에 기다리는 것이고 투투는 엄마에게서 보상이 주어진다는 것을 믿기에 기다립니다.


"기다려!"라는 말보다 " 나비~"에 집중하는 투투가 흥미롭습니다. 언어는  사회적 약속임을 아는^^ 투투는 매우 훌륭한 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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