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연필 그림일기
휴일이면 어느 집이나 빨래를 한다. 빨래의 양이나 내용에 따라 식구들의 한 주간 삶이 보이는 것이 빨래다.
세탁 바구니의 빨래를 세탁한 후 빨랫대에 널면서 알았다. 아들의 양말이 없다는 것을.
작은 아들은 대학 3학년에 재학 중이다. 제대 후 복학 한 학교가 2학기 종강을 하던 날, 아들은 나를 학교로 초대했다. 학교의 오래된 건물과 새로 지은 건물들을 소개해 주었고 자신이 많이 이용하는 구내 카페테리아나 도서관, 친구들과 스터디하는 장소들도 차례로 보여주었다. 자신이 학교에서 어떻게 생활하는지 보라며 종종 친구와 함께 간다는 파스타 식당에서 피자도 사주었다. 내가 대학을 다니던 시절과는 또 다른 풍요로운 시설들을 아들은 누리고 있었다. 그런 환경에서 청춘을 누리는 아들을 보며 나는 기쁘고 흐뭇했다. 우리는 점심을 먹고 지하에 위치한 문구점에 들러 노트와 펜을 사고 학교 명성에 맞는 굿즈를 판매하는 상점에서 소소한 것들을 기념으로 샀다. 하지만 그땐 몰랐다. 불과 두 달 후쯤 코로나라는 바이러스가 우리 생활을 뒤흔들어 새 학기가 시작되어도 아들이 학교에 가지 못하는 초유의 사태가 일어나리라는 것을. 다정한 아들의 팔짱을 끼고 캠퍼스를 산책한다는 것은 허락될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을 그땐 알지 못했다.
처음엔 1학기만 온라인 수업을 할 거라 여겼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는 예상보다 장기화되었고 결국 아들은 2학기에도 학교에 가지 못하고 온라인 수업으로 강의를 듣고 과제를 제출하고 있다. 아들의 생활은 집안에만 국한되었고 친구들의 모임이나 동아리 활동, 대학 시절의 풋풋한 연애 같은 것은 중지되고 말았다. 최근에 방역 단계가 완화되면서 주에 한 번 대면 수업을 위해 학교를 가지만 그마저도 제한된 수업으로 이루어져 아들은 실망을 감추지 못했다. 요즘 같은 시험기간엔 휴일에도 학교에 가느라 일찍 집을 나서고 늦게 돌아오곤 했는데 지금 아들은 웬만해선 외출조차 하지 않고 컴퓨터 앞에만 앉아있다. 컴퓨터의 교수님과 대화하고 컴퓨터에 올라온 자료를 읽으며 컴퓨터로 친구들과 만난다. 형이 결혼하면서 사 준 신발은 신을 기회도 없고 MT도, 여행도 가지 못한다. 자랑스럽게 보여주던 캠퍼스 생활은 그저 추억이 되어버린 채 슬기로운지 어쩐지 확인할 길 없는 방구석 대학 생활을 하고 있다. 그래서 빨래에 아들의 양말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