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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누보 May 21. 2019

나만의 쉼, 느림의 미학

#1. 필름 카메라


2016년으로 기억한다.


한창 매너리즘에 빠져있었다.

회사생활의 무료함과 새로운 취미를 물색하던 중 여자 친구가 생일 선물로 중고 필름 카메라 선물을 주었다.


어렸을 적 내 기억 속의 필름 카메라와는 사뭇 달랐다.


사실 찍는 것보다는 당연히 찍히는 것이 주였던 나는 소위 말하는 '필름의 감성'은 전혀 생각지 못했다.


배트맨이 유행인 시절


오랜만에 마주한 필름 카메라.


찬찬히 어루만졌을 때 감성을 느낄 겨를 없이 투박함이 강하게 느껴졌다. 묵직함도 함께.


사장님으로부터 필름 카메라의 기본적인 사용법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들었다.


필름을 넣고 감는 법, 포커스의 중요성, ISO, 셔터스피드, 반셔터 활용법 등.



다소 생소했다.


50mm 단렌즈를 이리저리 조절하며 포커스를 맞춰봤다. 그리고 남대문 앞 여자 친구의 모습을 처음으로 필름에 담았다.


내가 아는 카메라가 아니었고 사진을 찍는 것이 여간 불편했다. 디지털의 익숙함과 내가 찍은 사진을 바로 확인할 수 없다는 답답함이 그 순간을 지배했다.

허나 필름 카메라의 매력에 빠진 건 오래 걸리지 않았다. 자연스럽게 그 매력을 체득했다.


작은 프레임 속 그 순간을 담기 위해 정성을 들였다. 피사체에 맞춰 포커스를 조절하고 셔터스피드에 맞춰 조리개를 열고, 닫고.


한 장, 한 장 나름의 열과 성을 다했다. 때로는 포커스를 틀어 나름의 느낌 있는 사진을 찍어보려고 애를 썼다.


셔터를 누를 때 들리는 소리, 그 느낌, 그 순간이 나를 움직였다. 묵직함과 무거움은 오히려 나에게 차분함과 안정감을 주었다.


결코 서두르지 않았다.
조바심으로 채우는 것은 맞지 않았다.


첫 롤을 완성하기까지 일주일의 시간이 소요되었다.


사진관에 첫 필름을 맡겼다. 그리고 또 일주일이 흘렀다.


궁금증, 기대감과 설렘의 반복.


드디어 첫 롤이 현상되었다.

처음 그 느낌은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

그냥 다 좋았다. 나의 생각과 느낌이 고스란히 느껴져 너무도 맘에 들었다.

이렇게 나의 새로운
'느림의 미학'은 시작되었다.





나의 첫 롤

Canon AE-1 50mm f/1.4, AGFA vista plus 200



빛과 그림자 1





빛과 그림자 2






삶과 일상






선의 조화





탈출구





라라랜드






 치토스의 추억





복잡한 상념





오늘도 삶의 새로운 미학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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