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누보 May 30. 2019

나만의 쉼, 느림의 미학

#2. 바둑

바둑을 인생의 축소판이라 부른다.


19 ×19


361칸 속 셀 수 없는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적과의 독대에서 지극히 상대방의 수를 생각해야 한다.


더 나아가 자신을 극복해야 한다.




#1. 귀


대국 초반의 틀을 잘 짜야한다.


초반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귀'를 차지하는 것이다. 그곳에서부터 진정한 수싸움은 시작된다.


수많은 변수가 도사리고 있다.


나의 인생의 큰 틀은 잘 짜여 있는가?

과연 내 생각대로 내 주체적으로
움직이고 있을까?

어느 누구를 통해 어떠한 것을 방증할 수 있을까?




#2. 정석


바둑에는 '정석'이라는 것이 있다.


나도 알고 상대방도 아는 그 정석.
그 정석대로만 움직인다면 서로 편하다.


처음부터 끝까지 정석대로 둘 수도 있다.
무난함의 연속이며 결국 계가까지 큰 치열함 없이 마무리될 수 있다.


마찰은 없다.
되려 피하는 것이다.




#3. 중앙


'귀'와 '변'의 쟁점이 어느 정도 마무리된다면 그다음은 바로 정중앙이다.


중앙은 단 하나의 점이다.


즉 한 사람만 차지 가능하다.


섣불리 차지할 수 없다.
되려 역공을 당할 수 있다.


그 타이밍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항상 유념하며 그 기회를 엿본다.
중앙을 차지함으로 후반의 판세가 유리해진다.


지금의 나의 중앙은 무엇이며 언제 그 타이밍을 노려야 하는가.




#4. 패싸움


피를 말린다.


하나를 얻기 위해서는 다른 하나를 포기해야 한다.

과감히 포기해야 한다.
두 가지 모두 포섭하려다 패착에 빠진다.


욕심이 많다.


현실과 마주하고 있는 지금
그 욕심을 나의 무한한 노력만으로는 가당치 않음을 깨닫고 있다.


허나 아직 이르다.


패싸움을 이기기 위한 여러 가지 수들이 남아있다.

 

하나의 패싸움 승리가 연속적인 승리로 이어졌다.




#5. 축


한 치의 실수가 '축'을 이루며
점점 더 나비효과처럼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과감성이 필요하다. 


포기는 아니다.
핵심을 간파하고 그 핵심을 잡고
부수적인 것들을 타파해야 한다.


때로는
역으로 '축'을 이용하기도 한다.


지극히 선택의 문제이다.




#6. 반집


결국 끝은 있다.


그리고 승자와 패자가 있다.
정말 극히 드물게 장생이 나오는 경우가 있지만 실질적으로 바둑에서 비기는 경우는 없다.


'반집'


정말 절묘하며 오묘하다.


'와일드카드'


인생에 있어 '반집'을 항시 지니고 있어야 한다.
아직은 모른다.


그 누구도 모른다.


반집차 패배의 씁쓸함



#7. 복기


대국을 마친 후 복기를 해야 한다.

대국의 성패와 상관없다.


찬찬히 되짚어보면 알 수 있다.

그리고 깨달을 수 있다.


나의 실수와 상대방의 실수.


더 나아가 다양한 변수를 두어보면 응용도 가능하다. 수많은 연습 끝에 결국 내 것이 된다.


'묘수'도 발견한다.


단 하나의 묘수로 성패가 뒤바뀔 수 있다.


이세돌과 알파고 제 4국. 단 하나의 묘수 '78수'





모든 수에는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허투루 두는 수는 결국 무너진다.


하지만 단 한 판으로 모든 것이 판가름 난다고 생각지 않는다. 수많은 사람과 수 없이 많은 대국을 해야 한다.


그것이 승패를 떠나 진정한 '완생'으로 가는 길이 아닐까.


이전 18화 나만의 쉼, 느림의 미학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