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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보리 Oct 22. 2023

브랜딩의 시작,
어떻게 소개되고 싶은가

나는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걸까. 내가 사람들에게 무엇을 줄 수 있을까. 나는 무엇을 쓰고, 무엇을 그려내고, 무엇을 만들고 있으며, 무엇을 계속해서 외치는 사람인가. 현재 어느 곳에서, 누구와, 무슨 생각으로, 어떤 하루를 보내는 사람인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많다. 디자인 회사를 다니며 느꼈던 것, 여러 카페 알바를 통해 경험했던 것들, 내가 시골에 살고 싶은 이유나 퇴사가 나의 삶의 꿈이었던 이야기, 시골쥐가 서울에 온 듯 이 세상에 적응하지 못하고 방황하며 도망쳤던 날들에 대한 이야기, 제주에서의 일상과 여전히 내가 꿈꾸는 그 어떤 삶에 대한 이야기. 이 중에 내가 가장 하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인지, 오랫동안 하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인지 나는 찾아야만 한다. 나라는 존재의 본질과 내 삶 전체에 가장 가까우면서도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깊이 있고 끊임없이 말할 수 있는 소재. 그러니 내가 누구이며, 나의 배경은 어디인지, 어떤 것이 나와 잘 맞고 어울리는지, 무엇이 나를 감동시키고 나를 흔들고 무너뜨리는지. 스스로에게 계속 묻고, 대답하다 보면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살고 있는 이곳, 제주는 이야기를 시작하기에 정말 좋은 곳이다. 많은 사람들이 제주로 여행도 오고, 제주의 삶에 대한 로망이 있으니 ‘안녕하세요. 저는 제주에서…’라고 말을 시작하면 관심을 보인다. 그리고 제주에서 자신만의 삶을 뚜렷하게 살아가는 멋진 작가들도 많고, 작품으로 전시를 하거나 소품샵을 운영하시는 분들도 꽤 많다. 그분들의 이야기는, 나도 언젠가 이렇게 나만의 공간을 만들고 나만의 창작물로 그곳을 가득 채워보리라 꿈을 꾸게 해 주었다.


그러나 내가 이곳에 언제까지 살게 될지는 모르겠다. 한동안 강원도에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는데, 이유는 모르겠다. ”다 버리고 제주로 떠났어요“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은 만큼, “퇴사하고 강릉으로 이사했어요.”, “갑자기 동해로 이사했어요” 등의 이야기들도 많이 보았기 때문인 것 같다. 그리고 강원도가, 특히 강릉이라는 곳이 제주와 비슷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바다가 있고, 자연과 가까운 시골 마을들이 있는 곳. 그 조용한 곳에서 소소한 삶을 살아가는 작가들의 이야기도 간간이 들렸다. 그래서일까, 한동안 강원도에 푹 빠져 있었다. 제주라는 곳이 작가로서 무언가를 시작하기에 좋은 곳이라고 다들 나에게 말했지만, 나는 꼭 제주라는 좋은 타이틀 없이도 성공하고 싶다. 나는 제주에 사는 작가가 아닌, 작디작은연구소라는 이름으로 알려지고 싶다.


그러기 위해 나는 우리의 연구소와 내가 사람들에게 어떻게 소개되어야 할지 고민했다. 그게 곧 브랜딩의 시작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작디작은연구소는 이렇게 소개되면 좋겠다. '작가를 꿈꾸는 디자이너가 만든 작은 연구소‘, ’ 좋아하는 것들을 찾고, 연구하고, 만들어내는 곳‘, ‘좋아하는 다양한 것들을 만날 수 있는 곳’, ‘나의 일상을 알록달록하게 채워주는 곳’. 연구소라는 이름을 붙인 이유는, 직장을 다니면서 할 수 없었던 많은 일들을 우리가 만든 회사에서 도전하기 위해서이다. 이곳에서 나는 좋아하는 것과 해보고 싶었던 것들을 찾고, 하나씩 도전해 보고, 연구하고, 우리 브랜드와 비슷한 사람들이 함께 모여 좋아하는 것들을 마음껏 좋아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놀이터 같은 공간이 되면 좋겠다. 더 나아가 우리와 같은 길을 걷고자 하는 사람들이 꿈들을 이뤄낼 수 있도록 조금이나마 도움을 줄 수 있다면 좋겠다.


그리고 나는 어떻게 소개되면 좋을지 고민해 봤다. 처음에는 너무 근엄하고 딱딱해 보이는 대표라는 이름보다는 재미있게 연구소장 정도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문득, 남편이 나에게 늘 별명처럼 불러주던 ‘문구소녀’가 떠올랐다. 거창하지 않게, 이왕이면 조금 더 작고 소소하게 문구소녀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이렇게 소개되고 싶다. ‘작디작은연구소를 운영하는, 문구를 좋아하는 문구소녀 강보리 작가!‘


나의 연구소는 커지는 것보다는 넓어졌으면 좋겠다. 어떤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는 것도 좋지만, 그보다는 다양한 분야의 일들을 시도해보고 싶다. 이름처럼 아주 작디작은 연구소들이 하나로 모인 곳으로 만드는 것이 나의 큰 목표이자 꿈이다. 문구와 소품을 만드는 작은 문구소를 시작으로 빵과 쿠키를 만드는 작은 제빵소, 가죽과 나무로 작은 물건들을 직접 만들어내는 수제 공작소, 어떠한 순간과 지나가는 풍경들을 기록하는 사진소, 지금처럼 글을 쓰고 책을 펴내는 출판소 등. 우리의 이름 없는 평범한 재능들에 이름을 붙여서 하나의 작은 연구소로 만들어주는 곳. 비록 완벽하지는 않지만, 전문적이지는 않지만, 잘해보기 위해 계속해서 도전하고 연구하는 작디작은연구소는 온전히 나를 위해, 내가 즐거워서 하는 선택이 존재하는 곳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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