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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lia Kim Aug 16. 2022

나는 인증한다. 고로 존재한다.

트렌드 분석


며칠 전 마케팅 스터디에서 20대들의 무지출 챌린지는 문제인가? 문제라면 왜 문제인지, 문제가 아니라면 어떤 현상으로 바라봐야 할지에 대한 갑론을박이 있었다. 우리 모두의 결론은, 이 챌린지 자체가 사회적인 문제까지는 아니고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것에 모두 동의했다. '무지출'을 문제점으로 인식하고 진지하게 바라보는 우리 세대들의 우려가 무색하게 20대의 진심은 후자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챌린지' 혹은 '인증' 자체를 하기 위해 챌린지 하는 것. 즉 목적보다 행위 자체가 중요하게 인식된다는 것이다. 




언제부턴가 새로운 트렌드가 떠오르면 그것에 재빠르게 동참하고 인증해야만 뒤처지지 않는 사람이 되었다. 대세 카페가 오픈하면 오픈런을 해서라도, 몇 시간이고 길게 줄을 늘어서야 해도 방문해 사진을 찍어 인증해야만 한다. 비단 한국뿐만 아니라 해외도 마찬가지다. 몇 해 전 루브르 박물관에서 모나리자를 보던 나는 이 현장이 어딘가 좀 기이하다고 느껴졌는데, 모나리자를 감상하기 위해 모인 게 아니라 모나리자를 인증하기 위해 모여있다는 사실을 실감했기 때문이다. 그때 그 알 수 없는 복잡한 감정을 뒤로한 채 몇 년이 흘렀지만 지금 '인증' 은 복잡할 것도, 이상할 것도 없는 일반적인 트렌드나 사회 현상이 되었다. 힙한 집단에 속하기 위해 인증이라는 행위는 더불어 살아가기 위한 필수사항이 되었다.




이제는 인증이 소속감과 자기표현의 수단을 넘어서서 내 인생을 강제할 용도로도 함께 작용하기 시작했다. 네이버 밴드가 40대 이상이 주류를 이루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10대, 20대의 비중이 많이 늘어났는데 '인증 미션' 서비스로 그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가령 일어나서 바로 이불 개기 인증, 1만 보 걷기 인증 등 생활 습관 챌린지로 큰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일어나 이불 개는 행위마저 인증해야만 그나마 굴러가지는 인생이 어떤 인생일지는 조금 많이 의아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지금 이 순간에도 무수히 많은 크고 작은 미션과 인증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고 많은 사람들이 열광하고 있다.





네이버 밴드의 홈트 인증하기 미션 2019년, 밴드는 MZ 세대의 유입을 위한 전략으로 '미션 인증' 기능을 출시했다. '갓생' 등 자기 계발에 힘쓰는 MZ들을 타깃으로 기획했다.






인증 행위 자체만으로 절대적 가치를 지닌다는 시대의 흐름을 읽으면서 나는 데카르트의 명제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가 떠올랐다. 우리는 일련의 사고행위: 의심하거나, 이해하거나, 긍정하거나, 부정하거나, 욕구하거나, 욕구하지 않거나, 또한 상상하거나 느끼는 등의 복잡하고 다양한 사고 과정을 통해 나의 존재를 확실하게 증명한다고 믿어왔다. 그런데 정작 현대인들은 이 명제에 아직도 동의할까? 이 명제를 현대판으로 바꾼다면 '나는 인증한다, 고로 존재한다' 정도가 되지 않을까. 내 생각과 느낌에 집중하기보다 '인증', 그리고 서버에 내 모습을 기록하고 저장해야만 고로 존재할 수 있는 시대인 것 같아 웃픈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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