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ulia Kim Sep 12. 2022

나이키 너는 생각이 다 있구나, 나이키의 리셀 금지

트렌드 분석


관련기사: 나이키 '재판매용 구매 불가' 약관 추가…리셀 시장 변화 올까              



나이키가 오는 10월부터 전문 리셀러로 판단되는 소비자의 경우 구매에 제한을 두기로 했다. 한정판 구매하기 어려웠던 일반 소비자들은 공정한 구매 기회를 가질 수 있어 환호하겠지만 오로지 공익적인 의미가 전부일까? 한정판 출시와 리셀로 더더욱 인기를 얻으며 수익을 올린 나이키의 리셀 금지로 리테일 시장은 어떻게 변화할지 결국 나이키는 어떤 것을 얻게 되는지 그 이면을 뜯어볼 필요가 있다.




‘상행위(재판매)를 목적으로 구매하는 거래이거나, 거래 정황상 상행위(재판매)를 목적으로 한 구매로 판단되는 경우 구매신청을 승낙하지 않을 수 있다’와 ‘상품 재판매 등의 목적으로 구매(인기상품 재고를 선점해 놓고 재판매 후 구매 확정하는 경우 등) 하거나 구매 후 반복적으로 반품하는 경우 회원 자격이 상실될 수 있다'

-나이키 약관 개정 중 리셀 관련 내용-




소비자가 나이키를 구매하는 데 있어 최대한의 공정성을 보장한다는 취지도 있지만 이는 최근 나이키의 비즈니스 전략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나이키는 지속적으로 wholesale을 통한 리테일 판매를 축소함과 동시에 D2C(자사몰)를 전폭적으로 강화하며 나서고 있다. 오프라인 또한 대리점을 줄이고, 직영점을 늘린다. 재고물량과 가격 결정력, 이익을 공고히 하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직접 관리와 통제가 수반되는 D2C가 강화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수십 년간의 브랜드 파워 1위 의류 브랜드를 판매하며 안정적으로 비즈니스를 영위해 왔던 대리점과 병행수입업자, 리셀러들은 이번 결정으로 더더욱 타격이 클 전망이다. 리셀 금지 정책과 더불어 나이키는 앞으로 더더욱 유통을 중앙집권화하는데 더 나아갈 것이다. 이번 약관 개정이, 그 시작의 도화선인 셈이다.



이 외에도 나이키의 여러 전략들을 살펴보면 정말 치밀하고, 완고하고, 꾸준한 면모를 엿볼 수 있다. 나이키는 매년 성장률에 대한 챌린지를 한다. 더 크게 성장하기 위해 매일같이 채찍질 당하는 우리 내들과 같지 않고, 10% 내외로만 성장하기를 제한하는 챌린지를 한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브랜드가 갑작스럽게 매출이 오르거나 볼륨이 커져도,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브랜드가 갑자기 판매가 늘면 생산 수량이 늘었다는 뜻이고, 동시에 희소가치가 떨어지며 재고 수량 또한 많아져 아웃렛에서 또한 보기 쉬운 브랜드가 되었다는 것을 뜻한다. 이는 장기적으로 볼 때 브랜드 가치 하락의 요인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지나치게 높은 성장률을 제한하고 경계하는 이유다. 나이키는 늘 나무만 보지 않고 숲을 보며 장기적 관점에서 브랜드가 롱런하는 우선순위에 따라 행보한다. 그 과정에는 언제나 완벽한 제품 중심 전략이 수반된다. 나이키는 콜라보나 프로모션 등 브랜딩을 위해 부가적으로 브랜드들이 행하는 일종의 요식행위들은 거들떠도 안보는 콧대 높은 브랜드로 알려져 있다. 그런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싶더라도, 미국 본사에서 직접 디렉팅을 했거나 본사가 최종 승인해주어야 한다. 나는 관련 업계에서 나이키와 종종 마주치며 아시아 총괄까지 컨펌받았으나 미국 본사 컨펌을 받지 못해 좌절된 프로젝트를 수도 없이 목격해 왔다. 지독하게 완벽주의자이며 또 권위적이어서 직원들은 싫어하지만 고집스러운 제품으로 엄청난 팬들의 지지를 받는다. 그럴만한 명분이 있는 브랜드임은, 확실하다.




이토록 나이키는 치밀하고 완고한 브랜든데, 이제껏 여러 국내 유통사와 플랫폼을 통해 각종 한정판과 오픈런을 허용해 준 것이 어쩐지 너무 제너러스 하다는 생각 들지 않나? 이번 약관 개정을 통해 내 가설의 퍼즐을 맞춰보자면... 앞으로 이런 전략을 펼칠 것으로 추론된다.



-> 리셀러 너네가 우리 제품 마음대로 가격 높여서 판매해서 최근 짭짤하게 수입을 올린 것을 알고 있어.
-> 지금까지 너네가 한정판, 오픈런 등을 통해 프리미엄 시장의 유통 확장해 준 대가라고 치고 과거는 넘어가 줄게.
-> 그렇지만 이제는 우리가 시장을 직접 통제할 거고, 결국 너희 역할이 필요 없어졌어.
-> 신 유통시장은 맛있게 잘 꿀꺽할게!
-> 아참! 이번은 약관 개정은 권고사직과 같은 마지막 경고야.
-> 밥 줄 끊기기 전에 다른 비즈니스로 얼른 이직해~


손에 직접 피 묻히지 않고 엑스트라들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키우게 한 다음 IP의 오너라는 권력으로 마음껏 꿀꺽. 그것이 나이키의 시나리오지 않을까.


나이키의 약관 변경으로 인해 하루아침에 리셀러들의 판도가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종국에는 나이키가 원하는 모습이 되어 있을 것이다. 나이키의 전략은 '완벽하게'가 '실패가 없을 때까지' 이니까.








                    

이전 11화 편의점에서 미래를 읽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