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쟁이 날치가 되는 꿈
물 만난 물고기 되기 프로젝트 19
접영 입수킥을 알려주신 지가 꽤 됐다.
그래서 ‘대체 다음은 언제 알려주십니까, 예? 빨리 알려달라고요.’ 라는 마음으로 입수킥만 냅다 2바퀴를 시전 했지만, 그래도 나의 바람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나는 당연히 입수킥 다음 과정이 출수킥인 줄 알고, 친구에게 ‘출수킥은 대체 언제 하나, 출수킥 알고 싶다, 출수킥 알려줘라 줘’를 외며 출수킥무새가 되어 있었다.
하지만 놀랍게도 입수킥 다음은 출수킥이 아니었다. 한 팔 돌리기였다. 와우, 이것이 한 팔 접영의 시작인가?
언제나 그렇듯이 강사님께서 나를 잡아 세우더니, 입수킥 후에 물에서 올라오고 있을 때 자유형 팔 돌리기처럼 왼팔을 돌리고 숨을 쉬어보라고 하셨다. 지독한 뚝딱거림의 시작이었다. 아니 어떻게 땐 뚝딱거림인데, 접영은 역시 만만한 놈이 아니었다.
팔을 돌리고 만세자세가 되면 다시 깊게 입수를 하며 입수킥을 하라고 하셨는데... 하, 가능한 동작입니까? 입수킥만 2바퀴를 시전 할 때 나왔던 나의 꿀렁거림은 온데간데없고, 기름칠 안된 로봇마냥 삐걱거리는 몸뚱이가 되어있었다. 어디 내놔도 부끄러울 지경이었다.
하지만, 나 김개구리, 어떻게 개구리가 되었는데! 이 정도 시련은 별 거 아니다! 날치가 되는 과정이 쉬우리라 생각한 적 없다!
언제나처럼 수업 막바지에 한 팔 돌리기를 알려주셨기 때문에 연습할 시간이 부족했고, 나는 모범생처럼 물에 남아서 한 팔 돌리기를 더 연습하다가 집에 갔다. 반에서 제일 늦게까지 수영을 하다가 나오는 기분이란, 정말 상쾌하기 그지없다. 마치 복습을 만족스럽게 끝마치고 하교하는 전교 1등의 순간 같다. (전교1등을 해본 적은 당연히 없다ㅎ)
뚝딱거리기는 하지만 접영, 꽤나 재미있다. 특히 발을 모아서 차서 그런지, 온몸이 물을 사악 가르는 느낌이 아주 일품이다.
어서 빨리 양팔을 양옆으로 휘두르며 멋쟁이 날치가 돼야지! 아자아자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