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구리가 되는 법
물 만난 물고기 되기 프로젝트 16
평영 손을 배웠다.
원래부터 허리가 안 좋아서 지레 겁먹고 엄청 걱정하고 있었다. 평영이 허리에 안 좋다는 소문을 듣고..
처음 평영 손을 배울 때는 ‘이렇게 하면 내가 숨을 들이쉬는 공간이 나온다고?’라고 생각했었다. 너무 깔짝이는 느낌이라서. 안정적으로 숨 쉴 수 없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내 마음대로 물을 깊게 퍼서 올라왔더니, 숨은 편하게 쉴 수 있는데 그만큼 몸이 너무 많이 가라앉는 것이다. 다시 올라오는데도 한참이고.. 평영 손만 배우는 중이었기 때문에 자유형 발차기를 하느라 발은 퍼덕대는데 몸은 너무 더디게 물에 올라오는 느낌이었다.
하면 할수록 ‘이게 맞나, 이제 맞나’를 되뇌면서 물을 헤집고 다녔는데, 결국 처음으로 돌아가서 깔짝하는 느낌이 맞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물을 깔짝 수면 바로 아래서 조금만 끌고 와서, 합장할 때는 세게 풀파워로, 그다음엔 잽싸게 머리 위로 똥침!
이런 생각을 가지고 평영 손을 하니까 덜 가라앉고 힘도 덜 드는 느낌이었다. 꽤나 성공적.
그리고 그날 수업 마지막에 강사님이 이렇게 말씀하셨다. “수영에서 숨 쉬는 동작이 가장 불필요한 동작이에요. 속도가 주는 구간이기 때문에. 그래서 숨 쉴 때 물 밖으로 조금만 나오고 빨리 들어갈 수 있게 해야 돼요.”
자유형 호흡할 때도 이 말씀을 똑같이 하셨는데, 그때는 몸으로 이해가 안 됐었다. 근데 평영 손을 하고는 몸으로, 피부로 이해가 된다. 숨 쉴 때 물 밖으로 입만 깔짝하는 것이 속도가 잘 난다. 힘도 덜 든다!
다음 수업 막바지에 드디어 콤비를 배웠다.
평영 발을 먼저 차고, 그다음에 평영 손, 다시 평영 발, 평영 손 순으로 하는 간단한 것이었다.
하지만 이리도 간단하지 않을 수가..
내내 평영 손과 자유형 발을 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자꾸 자유형 발을 중간중간에 넣고 있었다.
내가 뚝딱거리고 있으니, 강사님이 ‘발차기를 차고 온몸에 힘을 빼고 직선 상태를 만들어 줘야 한다’며 다시 해보라고 하셨는데,
세상에 이런 일이. 바로 이것이었다.
몸에 힘을 빼는 구간이 있다니!
자유형과 배영을 하면서 계속 몸에 힘을 빡! 주고 해서 그런지, 몸에 힘을 뺀다는 것이 너무 어색했었다. 하지만 다짜고짜 몸에 힘을 빼고 보니, 평영 발차기의 탄력으로 쭉 물을 치고 올라가는 느낌이 제대로 드는 것이다.
그렇게 발을 착 붙인 직선 상태에서 평영 손을 하니 한결 할만했다. 평영 손을 하고 들어와서 발차기를 하고를 계속 반복하며 연습했다. 수업 막바지여서 그런지 감을 못 잡았는데 수업이 끝나버려서 난생처음으로 수업이 끝나고 혼자 3바퀴를 돌았다. 이리도 뿌듯할 수가..
아직도 타이밍이 어색해서 뚝딱이지만, 그래도 물을 쭉쭉 밀고 가는 재미가 있다. 자유형, 배영보다 훨씬 좋다!
더 제대로 하게 되고 익숙해지면 평영이 정말 나의 최애 영법이 될 것 같은 느낌이 온다.
진짜 제대로 개구리가 된 느낌이다. 내가, 내가! 개구리라니!!!!
저 물에서 쫌 개구리예요. 하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