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안 까먹게 해주세요

물 만난 물고기 되기 프로젝트 14

  회사가 뭐라고, 자격증 시험이 뭐라고..

  3일이나 수영 강습을 못 나갔다.

  한 번은 회사 출장, 나머지 두 번은 자격증 시험이 코앞이라 강습에 나갈 수가 없었다. 다행히 자격증 시험을 잘 봐서 망정이지, 시험까지 못 봐버렸다면 이도저도 못한 상황을 만든 것을 후회하고 있을 것이다.

  본의 아니게, 피치 못할 사정으로 수영 강습을 3일이나 빠지게 되니까 수영의 소중함을 다시금 깨닫는다.

  지지난주에 하루 빠지고도 뭔가 버벅거리는 느낌이 있었는데, 지난주에는 2일을 빠졌으니 오늘 강습에서는 얼마나 삐걱될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우리 센터의 매달 마지막 강습날은 강습이 없고 자유수영을 한다. 고로 8월 31일 날에는 월요일임에도 불구하고 자유수영 시간이었는데, 나는 30분을 평영 발차기만 조졌다.

  할 때는 솔직히 재밌고 의욕에 불탔는데, 다음날 고관절이 너무 아프더라..

  다리는 너무 넓게 벌려서 차면 고관절이나 골반이 아프다던데, 아직 평영 초보가 맞긴 한가보다. 그래도 잘만 슝슝 나가던데..!

  그렇게 열심히 연습한 평영 발차기가 일주일 만에 도루아미타불이 되진 않았길을 간절히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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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도 자유형, 배영, 평영(은 발차기만^^) 이렇게 세 가지 영법을 할 줄 알게 되니 자유수영이 심심하지만은 않다.

  이거 이거 접영까지 다 배우고 자유수영만 끊고 다녀도 괜찮을지도? 오히려 행복수영 하게 될지도?

  평영을 하면, 내가 딱 부족한 운동부위에 자극점이 제대로 느껴진다. 중둔근과 내전근. 허리 쪽 디스크 협착이 있는 내게 가장 필요한 게 하체 근육인데 정확히 그 지점이 자극된다. 더불어 햄스트링까지. 아주 금상첨화다.

  그래서 그런지 더더욱 평영이 좋아지고 있다. 확실히 운동이 되는 느낌이다. 하체가 잘 먹는다. 이거지.

  평영 손까지 알게 되면 더욱 좋아하게 되려나? 빨리 개구리가 되고 싶다. 빨리 알려주세요, 평영손! 현기증 나니까!

  오, 해달(보노보노)에서 개구리라니! 개구리가 지나면 나비인가?! 이야, 별 게 다 돼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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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나에게 주는 선물이자 보상인 새 수영복이 왔다.

  설레는 마음을 가득 안고 시착을 해보았는데, 이럴 수가. 내가 원했던 색상과 핏이 전혀 아니었다.

  색은 기대했던 것보다 더 핑크스러웠고(개인적으로 핑크를 달가워하지 않는다),

  핏은.. 핏이라기보다, 체크 패턴의 디자인을 샀는데 그 체크들이 내 몸의 굴곡을 따라 오목렌즈 볼록렌즈처럼 넓어졌다 작아졌다를 반복 했다. 입고 보니 거울 속에 내가 진짜 별로처럼 보였다.

  굴곡이 크다는 것이 나의 장점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것이.. 그것이..! 이런 방식은 아니지!!

  아직 내가 나를 덜 사랑하는 모양이다. 우선 자존감을 더 갈고닦아 도전해야겠다. 아직 갈 길이 멀었다. 성장의 끝은 어디인가.

  수영복과 함께 노패킹 수경을 장만했는데! 이것은 정말 만족스러운 소비였다. 진짜 수경자국이 덜 난다.

  사실 자국이 아예 안 나는 기적적인 성능을 기대했지만, 내가 피부라는 것을 가진 동물이니 그 정도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이 정도의 자국은 집 가는 버스에서는 보이지 않는 수준이니 가히 성공적이다.

  어제는 메쉬수모가 도착했다. 오늘, 영광스러운 첫 데뷔탕트를 맞게 될 것이다.

  사실 수영을 시작하고 묘하게 두피가 아프고 머리카락이 잘 빠지는 느낌이 들었는데, 착각이길 바랐다. 하지만 두피에 느껴지던 고통이 날로 더해가는 것을 자각하고, 더는 나의 두피 건강을 모른 척할 수 없어서 바로 메쉬수모를 결제했다.

  특히 '머리카락은 리필되는데, 두피는 리필이 없다'는 글귀를 읽고 더는 지체할 수 없었다.

  오늘 메쉬수모를 사용해 보고 내 수영인생의 새 막을 열어볼 것이다.

  점점 업그레이드되는 나의 수영템들과 나의 영법들이 정말 뿌듯하다.

  그리고 점점 수영에 진심이 되어가는 내 모습도.

  내가 무언가를 사랑하게 되는 과정이 문득 새삼스럽고 또 사랑스럽다. 더더 친해지자고, 수영아, 물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