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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하지 Aug 14. 2023

수영이 이렇게 사람을 바꿉니다

물 만난 물고기 되기 프로젝트 15

  수영을 시작한 지 4개월차가 되었다.

  첫날 2시간 반을 침대에 누워있던 나는 이제 없다.

  어떤 운동을 시작하고 내 삶이 이렇게 드라마틱하게 바뀐 적이 있던가? 수영이 가히 내 인생을 윤택하게 만들어 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늘은 수영을 시작하고 달라진 점에 대해서 말해볼까 한다.




  제일 먼저, 체력이 늘었다.

  수영 강습을 받고 온 첫날, 너무 힘들어서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침대에 2시간 반을 내리 누워있다가 이러다가 큰일 날까 봐 가까스로 일어나 달걀을 몸에 밀어 넣었던 그때가 기억난다.

  그때는 정말 체력이 없었다고 보아도 무방했다. 심지어 그때도 나는 내 친구들 중에서 그래도 체력이 좋은 사람 중 하나였다. 이것이 현대인의 체력을 대변하지 않을까?


  커뮤니티에서 기초체력에 관한 글을 본 적이 있다.

  '장을 보고 집에 와서 식재료를 정리해서 냉장고에 넣고, 요리할 거 꺼내 요리하고, 밥 먹고 설거지를 마친 뒤, 책상에 앉아 공부할 수 있는 체력이어야 한다.'

  이것이 기초체력이라면 나는 기초체력이 없었다.


  하지만 수영을 시작한 뒤로는 충분히 가능한 일이 되었다. 그만큼 나의 체력이 올라왔다는 것이 몸으로 느껴진다.

  내가 하고 싶은 활동들을 내 욕심껏 해도 내 몸이 지치지 않는다. 그게 수영을 시작하고 나서 느끼는 가장 큰 변화이다.




  두 번째는, 배가 너무 고프다. 기초대사량이 올라갔다.

  옛날에 박태환 선수의 인터뷰 같은 걸 본 기억이 있는데, 그때 박태환 선수가 그랬다. 먹고 자지 않으면 자면서 체중이 빠진다고. 기초대사량이 높아서 자면서도 몸이 계속 칼로리를 소비하는 것이다.


  물론 박태환 선수님 정도는 전혀 아니지만, 배가 너무 고파졌다. 이것이 나에게 큰 변화인 것이, 이 시리즈 글 초반부에도 밝혔듯이 나는 식욕이 별로 없는 사람이라 딱히 무언가를 먹고 싶어 갈망한 적이 딱히 없다.

  이런 내가, 허기를 자주 느끼고 뭔가를 먹어야 할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든다. 소위 말해 입이 자꾸 궁금하다.


  내 몸이 자꾸 나 몰래 칼로리를 소비해서 나를 배고프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이 말은! 내가 내 몸의 소리를 무시하고 칼로리를 넣어주지 않으면 내 몸 안에 있는 지방을 소비해서 살이 빠질 수도 있다는 소리!

  하지만 나는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나는 본능의 동물이기 때문에 배고프다는 신호가 들어오면, 주로 먹는다. 물론 식욕이 귀찮음을 이겼을 경우에 말이다.




  세 번째는, 땀이 많아졌다.

  정확히는 희한한 데서 땀이 난다. 예를 들어 무릎, 가슴팍 같은 곳 말이다.


  여름에도 땀이 별로 나지 않던 나인데, 무릎에서 땀이 나기 시작했다. 분명 여름에 의자에 앉을 때에 아무런 불편함이 없었다. 그런데 수영을 시작한 뒤로 무릎에 땀이 나기 시작하면서, 의자에 앉을 때 땀 때문에 주춤거리는 나의 바지를 한번 잡아당겨서 의자에 앉아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가슴팍에도 땀이 난다. 이 부분은 실로 겪어본 적 없는 일이라서 당혹스럽기까지 했다.

  여름에는 등 땀 때문에 주로 흰 티와 검정 티만 즐겨 입었었다. 땀에 젖어도 티가 크게 나지 않으니까.

  하지만 수영을 하고 가슴팍에 땀이 나기 시작하면서 흰 티를 입어도 땀이 '티가 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렇다, 그동안 그저 내 등 뒤에서 일어나는 일이었기 때문에 내 두 눈으로 확인하지 못하고 눈 가리고 아웅 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흰 티도 땀이 보인다. 조금 절망스러웠던 부분이다. 이건 좀 예전으로 돌아가고 싶다.


  그래도 땀이 난다는 것은 내 몸에게는 확실히 좋은 일이다. 뼈가 많은 무릎까지도 나의 피와 수분이 잘 돌아 퍼지고 있다는 것이니까. 이것이 신진대사라는 것인가.




  네 번째는, 장기가 짱짱해진 게 느껴진다. 멀미가 줄었다.

  원래 나는 차멀미를 심하게 했다. 그래서 버스보다는 지하철을 선호하는 사람이었다. 장시간 버스에 탈 일이 생기면 플레이리스트를 잘 꾸려서 내내 창밖을 보며 음악을 감상했다. 멀미가 심해서 어쩔 수 없었다.


  이건 나도 최근에 깨달은 것인데, 이제는 버스에서 핸드폰을 오래 봐도 멀미가 오는 느낌이 덜하다.

  아예 사라졌는지는 모를 일이긴 하다. 나는 아직 내 몸을 가지고 실험해보고 싶지는 않다. 멀미가 오면 몸이 너무 힘드니까.

  하지만 장기가 짱짱해졌는지, 예전보다 니글거림이 사라졌다. 소화가 잘되는 건가?

  옛날에는 장기와 장기 사이가 낙낙해서 이리저리 부딪혀 멀미가 느껴졌다면, 지금은 장기들이 제 위치에 쫀쫀하게 붙어있어서 흔들릴 일이 없어진 느낌이다. 내 몸이 짱짱해졌다. 확실하다.




  마지막으로, 피부가 좋아지고 아랫배가 들어갔다.

  피부 얘기는 언젠가 한 적이 있으니 넘어가고, 아랫배 얘기를 좀 더 해보려고 한다.

  아랫배는 나의 오랜 숙원 사업이었다. 상복부는 운동을 하면 티가 났는데, 아랫배는 정말 도무지 뭘 해도 진척이 없었다.


  하지만 수영을 시작하고, 더 정확히는 평영 발차기를 시작한 이후로 아랫배가 점점 들어가고 있다. 놀라운 발견이다.

  평영 발차기가 몸의 코어를 잡아야 효율이 좋기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닐까 미루어 짐작해 본다.

  바지의 허리춤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바지는 입을 수 있다. 왜냐면 엉덩이와 허벅지는 다부져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또 다른 변화인데, 몸무게는 절대 줄지 않는데 몸의 사이즈는 변하고 있다.

  지방이 점차 사라지고 근육이 붙어야 할 곳에 잘 붙어가고 있다. 체중계로는 티가 안 나는데 전신거울을 보면 티가 나는 그런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왜 체중은 빠지지 않는 걸까. 살짝 의문이다. 물론 체중을 빼고 싶다는 열망은 없지만 어딘가 조금 아쉬운 건 사실이다. 칫.


  작은 변화가 더 있다면, 손톱이 빨리 자란다.

  수경재배가 잘 먹히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손톱이 빨리 자라고 있고, 손톱의 상태는 그리 좋지 않다. 왜냐면 우리 수영장 물은 락스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몇몇 수영인들은 비오틴이라는 영양제를 챙겨 먹는다는데, 나는 그저 손톱영양제와 핸드크림을 열심히 바르는 것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수영을 처음 시작할 때까지만 해도 이런 변화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그저 '물을 덜 무서워해보자, 물에서 좀 놀아보자.'라는 마음으로 시작했던 운동이 이토록 내 삶을 송두리째 변화시키고 있다. 정말 놀라운 일이다.


  나는 수영이 이렇게 좋은 운동인지 몰랐다.

  <유퀴즈>에서 어떤 의사 분이 '오래 살고 싶으면 유산소 운동을, 멋지게 살고 싶으면 근력 운동을 해라.'라고 했던 말이 떠오른다.

  오래 살고 싶은 생각이 딱히 없었는데, 이렇게만 간다면 진짜 오래 살 것 같다. 시름시름 가늘고 길게 사는 것이 아니라 진짜 건강하게 행복하게 오래 살 수 있을 것 같다.


  수영은 내가 미뤄둔 삶의 의지와 욕망을 깨워준 선물 같은 운동이다. 올해 최고의 선택이다. 오랫동안 수영을 즐기면서 행복하게 살고 싶다. 수영이 내 삶의 일부가 되는 그날까지 더 부지런히 수영해야지.

  수영아 고마워! 오래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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