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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하지 Sep 18. 2023

인어공주 언니, 존경합니다

물 만난 물고기 프로젝트 18

  접영 발차기를 배웠다.


  평영을 배우고 바로 배워서 그런지 처음에는 평영 발차기와 헷갈렸는데, 하면 할수록 재밌다. 드디어 물고기가 되어가고 있다.

  접영 발차기가 두 발을 동시에 같이 차는 방식이기 때문에 발차기의 힘이 물속에서 확실히 잘 느껴진다. 하지만 동시에 허리에도 힘을 받는다. 아직 코어가 온전한 상태가 아니라서 하복부나 엉덩이보다는 허리에 가장 먼저 자극이 온다.

  하, 이거 옳지 않다. 이 방향으로 가면 접영도, 허리도 모두 잃는다. 접영 발차기를 할 때 조금 더 아랫배에 힘을 꽉 주고 움직여 봐야겠다.


  접영 발차기를 처음 배우는 과정이다 보니 당연히 킥판부터 잡고 하는데, 진짜 쉽지가 않다. 언제 숨을 쉬어야 할지 감을 못 잡겠다. 4번 차고 쉬라는데 숨을 쉬러 나올 때도 발차기를 하면서 나와야 하는 건지, 정신이 없다.

  그래도 접영 발차기를 하면서 자유형 발차기를 다시 생각해 보게 됐다. 사실상 접영 발차기와 자유형 발차기는 원리가 같다. 발등부터 정강이 부분으로 물을 미는 것인데, 접영은 두 다리가 하나처럼 움직이는 것이고 자유형은 따로 움직이는 것일 뿐이다. 그런데 자유형 발차기는 왜 이리 힘든지, 정말이지 알 수가 없다.

  자유형만 할 줄 알 때는 발차기를 촵촵촵촵촵 하면서 짧고 경박하게 찼었는데, 접영 발차기를 배우고 나서는 자유형에서도 접영처럼 물을 밀어보려고 노력 중이다.

  역시 모든 영법은 유기적으로 다른 영법에도 영향을 미치면서 배움을 주고받는다. 정말 수영이라는 운동, 맘에 든다.




  열심히 접영 발차기를 하고 있는데, 강사님이 다짜고짜 킥판을 뺏어가시면서 나를 멈추셨다. 누가 봐도 진도를 빼겠다는 심산이었다. 나와 같은 진도의 수강생분까지 데리고 오셔서는 그냥 ‘물에서 차렷하고 발차기를 하면서 웨이브를 하면 된다’고 하셨다. 실화?

  나와 수강생 분은 어처구니없는 얼굴로 강사님을 쳐다봤고, 강사님은 이런 반응이 익숙하다는 듯 그냥 하다 보면 된다고 말하셨다. 정말 다짜고짜였다.

  내가 다급하게 “숨은 어떻게 쉬어요?”라고 물었고, 또 강사님은 너무도 평온한 얼굴로 “그냥 일어나서 쉬시면 됩니다.”라고 말씀하셨다. 이거 맞냐고요ㅠ


  그렇게 강사님은 우리를 다짜고짜 출발시켰고, 나는 물속에서 꿀렁거리기 시작했다. 응? 뭐지? 킥판을 잡고 발차기를 했을 때보다 훨씬 앞으로 잘 나가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숨은 벌떡 일어나서 쉬어야 했다. 숨이 긴 사람이 이기는 싸움이었다.

  그때, 같이 고군분투하던 수강생님이 이렇게 말씀하셨다. “이거 신종 고문 아니에요?” 동의한다. 진짜 신종 고문이나 다름없었다.


  이것도 하다 보니 익숙해지는 게 신기했다. 그러면서 동시에 ‘코’가 진짜 잘데기 없다는 생각을 했다. 자꾸 코로 물이 들어와서 날 괴롭혔다. 코로 들어온 물 때문에 온 머리가 시큰거려서 눈물이 절로 났다. 이놈의 코만 아니면 더 오래 길게 발차기를 할 수 있는데, 정말 아가미가 있었으면 좋겠다.

  그런 의미에서 아쿠아리움 인어공주 언니 정말 존경합니다. 당신은 정말 아가미가 있는 거 아닌가요? 저도 나눠주세요,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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