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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하지 Oct 24. 2023

출수킥, 그게 뭔데

물 만난 물고기 되기 프로젝트 20

   드디어 출수킥을 시연 중이다.


   처음에는 킥판을 잡고 물 표면에서 출수킥을 차는 것으로 시작했다. 킥판 출수킥은 입수킥보다 더 격렬했고 까딱하면 바로 허리에 힘이 들어가는 구조라서, 엄청 긴장하면서 출수킥을 연습했다.

   킥판 출수킥을 2바퀴 정도 돌았는데, 강사님이 전에 하던 입수킥+자유형 한 팔 돌리기 안에 출수킥을 끼워 넣어보라고 하셨다.


   네?

   일단 시키니까 시도는 해봤는데, 이거 정말 말이 안 된다. 출수킥을 언제 차야하는지 모르겠다. 타이밍이 이상한지 자꾸 발톱이 수영장 바닥을 세게 때려서 너무 아팠다. 이거 진짜 맞냐고요..

   이런 고충을 강사님께 얘기하니 당황하시면서 ‘키가 커서 그러세요...’라고 말씀하시더니 출수킥을 몸이 충분히 올라온 후에 차 보라고 하셨다.

   그래도.. 잘 모르겠다...


   결국 나는 팔 돌리기를 포기하고 팔을 위로 뻗은 상태로 입수킥+출수킥 연습을 하기로 결정하고, 그다음 수업부터 팔 돌리기를 빼고 입+출수킥을 혼자 연습했다.

   그런데 이번엔 팔이 나를 방해하는 것이다. 팔이 자꾸 물에 걸려서 입수도 뻑뻑하고 출수는 버거웠다. 출수가 안되니 번번이 숨을 잘 들이쉬지 못했고, 나는 이번에는 팔을 뻗는 것을 포기하기로 했다. 아예 팔을 몸에 착 붙여서 정말 몸의 꿀렁거림과 입+출수킥만으로 헤엄을 치기 시작했다.


  사실 이러니까 접영 발차기의 메커니즘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었다. 내가 자꾸만 잘 못 내려가고 잘 못 올라왔던 이유가 다리를 서로 꽉 붙이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이 확실히 느껴졌다. 또 힘도 부족했다. 생각보다 더 꾹! 세게 물을 밀어야 하는데, 여전히 잘 안 되는 것 같다.

   하지만 메커니즘이 이해가 되기 시작하자, 숨을 쉴 수 있을 만큼 몸이 수면 위로 올라오기 시작했고 속도도 조금씩 나기 시작했다.

   다리를 깍 붙이고 꾹 꾹 발과 정강이로 물을 밀면서 제대로 된 타이밍에 웨이브를 하는 것이 접영의 근본인 것 같다.

   이게 또 웨이브 타이밍을 찾는 것으로 넘어가게 된다. 웨이브, 즉 가슴 누르기를 하는 타이밍은 입수킥을 하자마자 해주는 것 같다. 머리가 방향키가 된 것처럼 입수와 출수를 조절해 주는데, 그 안에서 상반신이 웨이브로 머리와 다리 사이의 길을 잘 메워주는 느낌이다.




   한동안 팔을 몸에 붙이고 접영 발차기만 꿀렁꿀렁 연습하니 어느 정도 발차기가 몸에 익어가고 있었는데, 강사님이 손을 뻗고 해야 한다고 나를 정정해 주셨다. 그래야 글라이딩이 잘 이뤄진다고, 지금부터 습관을 잘 들여야 한다고 하셨다.

   아.. 팔 걸리적거리는데...

   나는 투덜거리는 표정으로 시키는 대로 팔을 뻗고 접영발차기를 시작했다. 오랜만에 팔을 뻗고 접영 발차기를 하는 거라 엄청 뚝딱일 줄 알았는데, 전혀 그게 아니었다! 내가 혼자 내 맘대로 했던 ‘팔 붙이고 접영 발차기’ 연습이 먹혀들었는지, 팔을 뻗어도 예전만큼 걸리적거리지 않고 숨도 어느 정도 쉴 수 있었다.

   역시 연습만이 살 길인가.


   자신감이 조금 붙었다. ‘이렇게 두 바퀴만 돌고 자유형 팔 돌리기를 섞어서 해볼까?’라는 생각이 절로 나왔다. 진짜 신기했다. 접영을 처음 배우기 시작할 때는 어떤 것도 끼워 넣고 싶지 않았는데, 이제는 내가 알아서 무언가를 끼워 넣어서 연습하고 있었다. 놀랍다. 이것이 성장인가.

   그렇게 오랜만에 접영발차기에 자유형 한 팔 돌리기를 끼워 넣어보니, 아니 이게 무슨 일인가! 정말! 내가 앞으로 슝슝! 나가는 것이 아닌가! 속도가 너무 놀라워서 당황스러울 지경이었다. 그리고 접영 특유의 리듬이 몸에서 느껴져서 은근히 재미있기까지 했다.

   이럴 수가, 접영이 재밌다. 접영으로 재미를 느끼게 될 줄이야. 모두가 말하는 접영은 절대 재미가 있을 수 없는 것이었는데, 내가 지금 재미를 느끼면서 접영을 하고 있었다. 와우.


   너무 차질 없이 잘 간다 싶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강사님께서 나를 붙잡아 세우셨다. “혹시 지난 번에 전면 호흡 했었나요?”

   네? 그게 뭐죠? 엥? 팔은 한쪽으로 돌리면서 전면으로 호흡을 하라고요?!

   너무 어이가 없어서 말이 안 나왔다. ‘숨을 들이쉴 수 있는 각이 안 나올 것 같은데.. 이거 맞나.’를 되뇌며 냅다 시키는 대로 전면 호흡을 시도해 보았는데, 악, 물을 씨게 들이켰다.

   측면 호흡보다 높이가 더 필요했다. 높이가 안되니까 숨을 들이쉬지 못했고 물만 더 마실 뿐이었다. 높이가 더 오르려면 발차기가 더 잘 되던지 세던지 아니면 팔로 물을 더 잘 잡아야만 했다. 하, 그런데 나는 지금 셋 다 안 돼서 물이 너무 무겁고 물을 자꾸 먹었다. 이렇게 물이 무거울 줄이야. 이건 아니잖아.

   그래서 그런지 오른팔이, 오른팔 쪽 어깻죽지가 너무 아팠다. 사실 과부하가 걸렸는지 조금씩 아파오고 있었는데, 접영을 시작하고 그 속도가 더 빨라진 것 같다. 그대로 두면 큰일이 날까 봐 스트레칭도 열심히 하고 어깨와 등 운동도 시작했는데, 요즘 좀 만만해졌다고 대충 해서 효과가 없었다. 다시 제대로 어깨에 신경을 좀 써줘야겠다.




   벌써 마지막 영법을 배우고 있다는 게 실감이 안 난다. 아직 더 배울 영법이 남은 느낌인 것 같기도 하고, 무튼 아직 이 반에 남아있고 싶다. 안돼 안돼, 아직 교정 반 가려면 멀었어. 나는 헥헥거리며 계단에 앉아서 쉴 수 있는 초급반이 좋고, 모두가 다른 진도를 나가서 뒤죽박죽이지만 그래도 서로 으쌰으쌰 할 수 있어서 살가운 초급반이 좋다.

   우리 수영장은 3레인 밖에 없어서 초급, 연수, 교정 이렇게 운영되고 있다. 그래서 초급에서 4가지 영법을 모두 배우고 교정반으로 올라가는 구조인데, 내가 그 4번째 영법을 배우고 있는 중이라는 것이다.


   한 3개월 차가 시작될 무렵까지도 옆레인에서 무얼 하는지 인식하지 못할 정도로, 또 우리 반 내에 누가 어떤 진도를 나가고 있는지를 알아채지 못할 정도로 ‘내 진도’에만 매몰되어 있었다.

   그래서 우리 레인 말고 다른 레인 사람들의 얼굴을 기억하게 된 지도 3개월 차가 되어서야 가능했고, 다른 사람의 진도를 눈여겨보게 된 것도 4개월 차가 된 후였다.

   다른 사람을 인식하고 나니, 더 수영장 다니는 재미가 있었다. 연수반은 묘기 대행진 그 자체였다. 배영을 이마에 물병을 올려놓고 했고, 허벅지에 풀부이를 끼우고 손만 찔끔찔끔 휘젓는 이상한 영법도 구사했다.

   특히 오리발이 너무 탐났다. 나도 오리발을 쓰고 추진력을 더 얻고 싶었다. 하, 인간의 마음은 간사하다. 초급반에 더 머물고도 싶다가도, 교정반에 가서 오리발을 사용해보고도 싶으니. 그래도 아직 무서움이 내 안에 남아있어서 이 정도의 쫄보 마음이라면 아직은 초급반이 맞다. 조금 더 발버둥 쳐보자. 오리발의 고지가 얼마 남지 않았다.


   오리발을 쓰면서 더 빠르게 물살을 가르는 쾌속 물고기가 되는 날을 고대하며, 오늘은 어깨 스트레칭이나 열심히 해야겠다!



<물 만난 물고기 프로젝트 2>로 이어집니다. https://brunch.co.kr/@kimhaji/104 / https://brunch.co.kr/brunchbook/mulgogiproject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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