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행복한워킹맘 May 12. 2019

깍두기는 하루 익히고 다른 2개는 냉장고에 넣을 것

시어머님표  김치 vs. 친정엄마표 김치



첫째 반모임 후 집에 오니 밤 10시.

기진맥진 들고 간 짐을 던져두고, 애들 두 놈 씻으라 욕실로 몰아넣고 부엌에 오니 식탁에 뭔가 놓여있다


'깍두기는 하루 익히고 다른 2개는 냉장고에 넣을 것'


낯익은 필체
'아~ 어머니가 깍두기 해주셨구나.'
너무 피곤해 그냥 골아떨어졌다.

다음날 아침, 다른 2개가 무엇인지 확인해 본다.



오이김치와 시원한 물김치, 어머님의 시그니처 김치 3종 세트이다.

오이김치

사진으로 보면 꽤 매울 듯 하지만 신기하게도 전혀 맵지가 않다. 매운걸 못 먹는 둘째를 위한 맞춤 김치이다.


매운 걸 좋아하는 김치 마니아 내가 먹어도 아삭아삭 청량한 오이 본연의 맛이 느껴지는 것이 자꾸자꾸 손이 간다.


매운 김치 못 먹는 아이들 대상으로 좀 팔아볼까 사업 아이템으로 잠시 생각해 보기도 했던.


아이들이 잘 먹는 김치이다.



물김치

동치미 국물 베이스에 열무김치와 파프리카, 양파가 어우러진 시원 달짝한 맛이 일품이다.


잔치국수 삶아 말아먹어도 꿀맛

군고구마랑 같이 먹어도 좋고

삼겹살 먹다 기름질 때 국물 들이켜도 좋고

어떤 음식과도 궁합이 최고다!


깍두기

김치 마니아 워킹맘 며느리를 위한 매콤 아삭 깍두기이다.

아직 덜 익어 무 날것의 맛이 느껴졌지만 한 입 베어 먹어보면 안다.

'음~ 좀 더 익혀 먹음 맛있겠다'

이 한통은 내가 다 먹어야 하는데, 부지런히 먹어야겠다.

 

그럼, 남편 꺼는?

주말에만 몇 끼 집에서 먹고 거의 회사 밥 먹는 사람이라, 그리고 아무거나 잘 먹는 사람이라 특별히 코멘트하지 않았다.


하지만 남편은 이 3가지 김치 다 잘 먹는다.

아무렴, 어머님의 최고의 사랑은 우리 남편, 아들이다.




시어머님 김치 vs. 친정엄마 김치                    


친정엄마도 한 요리하셔서 가끔 김치를 공수해 주신다.


젓갈 넉넉히 들어간 배추김치

알싸한 파김치

깊은 맛의 총각김치

엄마의 시그니처 3종 세트이다.


냉장고에선 시어머님 표 김치와 친정엄마표 김치가 항상 배틀을 벌이고 있다.


어떤 김치가 먼저 떨어지느냐?


"어미야~ 김치 떨어졌으면 더 갖다 먹어라~"

"예, 어머님 지난번 꺼 거의 다 먹어가서, 좀 더 가져 갈게요."


냉장고에 지난번 김치가 남아어도 가끔 더 먼저 들고 오기도 한다.

자식들이 잘 먹는 게 부모들의 행복임을 부모가 되어보니 알게 됐으니까.


이쯤 되니 내가 원래부터 김치 마니아였는지, 김치를 먹어야 해서 마니아가 되었는지 헷갈린다.


워킹맘으로 일하며 가까이에 시부모님이 사신지 10년이 넘었다. 퇴근하면 시부모님 댁으로 몸이 먼저 간다.


물론 초반에 갈등도 있었고, 어머님이 한테 서운해하신 적도 많이 있다.


음식 주신다는 거 괜찮다고 안 받아 올 때도 많았는데, 이제는 주신다는 건 다 받아온다.

 

시어머님이 주시는 건 무조건 '감사합니다~' 하고 넙죽 받아 와야 한다. 

설령 좀 맛이 없거나 별로 필요가 없더라도 말이다.

부모님들은 뭐라도 하나 더 주고 싶어 하는데 그걸 거절하면 서운해하시기 때문이다.


워킹맘, 고부간 갈등 극복 노하우 첫 번째는 바로 이것이다.

이전 19화 우정호를 함께 탄 우리, 형제인가 부부인가?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