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행복한워킹맘 May 20. 2019

워킹맘 살림, 거지 같아도 웃음이 있는 스토리

11만원 냉장고부터 0원 전자레인지까지

매주 수요일은 재활용 쓰레기 버리는 날이다.


이사 오고 나서 처음으로 재활용 쓰레기를 버리러 간 날,

폐지 버리는 커다란 포대자루에서 와이책 5권과 바닥에 내동댕이 쳐진 우산 3개를 득템 했다.


와이 책 5권을 알라딘 중고매입 바코드로 찍어보니 개당 2천 원은 받겠다.

앗싸~ 돈 벌었다.

주운 것보다 더 거지 같은 집에 있는 우산 몇 개는 이젠 버려야겠다.


좀 구질구질한?

그렇다고 쓰레기통을 막 뒤지는 건 아닌데,

이제 얼굴 두꺼운 아줌마가 다 됐나 다.  


결혼 11년 차가 되니 신혼 때 산 가구들은 벗겨지고 깨지고 흔들거리고 하나 둘 못생겨진다.

그렇다고 고장 나진 않았으니 버리지는 못하겠고, 필요한 것이 생기더라도 새걸로는 잘 못 사겠다.


이런 거지 같은 마인드 탓에 구질구질 득템 살림 몇 개가 있다.




양문형 냉장고, 중고 11만 원


아이 둘이 엄청 먹어대니 시집올 때 샀던 기본형 냉장고가 좁아 양문형 냉장고가 필요했다.

2016년 1월에 지역맘 카페서 구매


중고 구매 12만원 + 배송비 8만원 - 9만원 (기존 보유 냉장고 중고로 팜)

= 총 11만원


11만원에 새것 같은 냉장고를 들이던 날, 너무 행복했고 3년째 잘 쓰고 있다.


신혼 때 샀던 기존 냉장고를 9만원에 팔고, 냉장고를 가지러 왔던 아저씨 표정이 기억난다.

'뭐~ 이런 거를 9만원에 파냐고.. ' 어이없는 표정.  


8년이랑 나랑 함께 했던 냉장고,

나의 어리버리 신혼 시절 수많은 요리의 탄생을 지켜봤던 소중한 냉장고였는데, 9만원은 너무 싼 거 아닌가요?   




화이트 아일랜드 식탁, 중고 6만원  


이번에는 네이버 중고나라 물건.

이사 오면서 산 게 딱 2개인데 그중 하나가 요놈이다.


34평에서 27평으로 이사 오면서 부엌 수납공간이 작아져 전자레인지, 에어프라이어 들어가는 아일랜드 식탁이 필요했다. 일주일 간을 네이버 중고 나라를 지켜본 끝에 득템한 아이   

8만원에 올린 것을 5만원으로 부르고, 결국 6만원으로 최종 네고하여 구매하였다.


중고 물건을 사며 협상의 기술을 배운다. 


이 아이를 가지러 일산에서 직접 잠실까지 남편이랑 갔던 스토리가 더 재밌있다.

보기랑 다르게 엄청나게 무거워 스포티지 뒷좌석에 실기가 얼마나 어려웠는지,

일요일 아침 9시 남의 아파트 주차장에서 둘이 낑낑댔다.


대기업 차장 부부가 이러고 있다고 둘이 낄낄대며 하루 종일 웃었고,

운반을 위해 미리 대차까지 구매한 치밀한 남편 덕에 무사히 모셔 왔다.




린나이 가스레인지, 0원


이번 이사 오는 집은 가스레인지가 없어 사야 했다.

한 달 먼저 이사한 시댁도 사야 했는데, 새 가스레인지 사서 놔드렸었다.

우리 집 가스레인지는 시어머님이 구해 주셨다~.  0원에


시댁 바로 밑에 층이 이사 나가면서 버리고 갔다면 깨끗이 닦아 두신 가스레인지를 어떻게 안 쓸 수가 있나.

3 구인데 1개는 점화가 안되지만 다른 2개는 아주 잘 작동하여 문제는 없다.

내가 매일 요리를 하는 것도 아니고 일주일에 3~4번 주말에만 하는데 이것도 충분하지.


다만, 사용하다 보니 생각지 못한 변수가 발생했다.

전자레인지 사진에 함께 찍힌 발판이 힌트이다.

발판의 용도가 무엇일까?



사진을 보면 가스레인지 높이가 보통 것보다 높다.

그리고 내가 키가 좀 작다 보니(안 밝힐 수가 없네..  ㅜ.ㅜ)  요리를 할 때 팔을 들어 올려 저어야 하는 사태가 발생하고 말았다.


요리를 하다 보니 팔이 계속 아파, 왜 그런가 한 참 뒤에 사실을 깨달았다.


어디 가서 얘기도 못하겠고..


이 사실을 뒤늦게 안 남편은 그냥 웃는다.


워킹맘이 요리를 하면 얼마나 한다고 그냥 써야지.

발판도 사용하기 나름인 것을,


근데 요즘 요리하고 나면 예전보다 피곤한데. 나이탓 있겠거니.. 한다.  설마..




살림살이 구질구질 중고, 헌거 써도 괜찮지 않은가?

내 인생이 구질구질한 건 아니니까!


내가 나를 깔보지 않으면 아무도 나를 깔보지 못한다.


오히려 스토리가 함께하는 물건이라 옛 기억 소환하며 가족과 함께 웃을 수 있어 좋다.


거지 같아도 웃음이 있는 워킹맘의 살림살이가 난 좋은 것을 말이다.  




이전 06화 워킹맘 엄마가 가장 행복하게 웃었던 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