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행복한워킹맘 Apr 29. 2020

일요일 밤마다 집을 나서는 아빠를 위한 레드카펫

전생에 나라를 구해야 할 수 있다는 주말 부부를 10개월째 해오고 있다. 일요일 저녁 7시가 되면 남편은 구미로 내려갈 준비를 한다. 일치감치 저녁을 먹고 양치를 하고 가방을 챙기고 아이들과 인사를 하는 루틴이 이어져 오고 있다.


"연재야, 지금 뭐 하는 거야?"

"응, 엄마. ㅋㅋㅋ 기다려봐"


남편이 양치하러 화장실에 들어간 사이 둘째가 요가 매트를 들고 오더니 화장실 앞에 쭉~ 까는 것이 아닌가. 늘 엉뚱한 이야기를 하고 엉뚱한 짓을 많이 하는 우리 집 귀염둥이 마스코트. 요가 매트로 어떻게 레드 카펫을 만들 생각을 했을까. 아빠가 나오기 전에 빠르게 매트를 깔고 그 길 끝에 아빠가 지고 갈 가방을 올려 둔다. 동생의 엉뚱한 행동을 지켜보던 첫째는 작은 생수병을 들고 오더니 가방 옆에 세팅을 한다. 드디어 화장실 문이 열리고 나온 남편



"어이쿠"  


아빠의 한마디에 아이들은 깔깔대고 는 행복한 웃음을 짓는다. 10개월 반복하던 우리의 일상은 요가매트 하나로 웃음이 피어다. 동갑내기 사내커플로 결혼한 남편과 서로의 표정만 봐도 짧은 탄식 하나만 들어도 기분이 어떤지 금세 알아채는 '가족'이 되어가고 있다.   


주말부부를 처음 시작할 때, 지인들 단톡 방에 시작을 알리니 많은 분들의 위로와 격려가 쏟아졌었다. 놀란 것은 주말부부 해보신 분이 16 중 4명이나 있다는 사실이다. '와~. 주변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주말부부를 하고 있구나' 위로와 용기를 얻었다. 주말부부가 정말로 얼마나 될까 궁금해 기사를 찾아봤었는데, 2018년 기준 전체 유(有) 배우자 가운데 맞벌이가 차지하는 비중은 46.3%였다고 한다.   


[ 자료 출처 : 중앙일보, 2019.06.26 ]

1인 가구 579만, 열 중 넷 무직.. 맞벌이는 40대, 고학력이 많다. [ 출처 : 중앙일보]

기사 내용 중 재미있던 것은 부모연령대별 맞벌이 비율이었다. 초등학생 이상의 자녀를 둔 40~49세에서 맞벌이 비율이 52.1%로 가장 높았다. 딱 내 이야기다. 기사에서는 자녀의 교육비 등을 장만하기 위해 맞벌이 비율이 높다고 설명하고 있는데, 아이들의 교육비를 떠나 40대는 가장 열심히 일하는 나이 대니 그러지 않을까 싶다.




주말 부부를 하는 사연 그들의 만남과 짧은 헤어짐도 모두 다른 모습일 것이다. 집을 떠나는 사람도 집에서 일상을 보내는 남은 가족들도 저마다 아쉬움, 서운함 등 많은 감정을 품으며 지낸다. 나의 경우 아이들이 어느 정도 커서 체력적(?)인 어려움은 적지만 마음 한구석 허전함은 어쩔 수 없다. 맞벌이로 어려운 시기를 보내는 가정이 있다면 작은 위로를 건네드리고 싶다.


내일부터 시작되는 연휴로 남편은 오늘 집으로 돌아온다. 오늘 저녁엔 그가 좋아하는 족발을 사놓으려 한다. 남편이 올라오는 날마다 야식을 먹고 있다. 남편이 와서 좋은 건지 야식을 먹어서 좋은 건지 헷갈리기도 하지만^^ 오늘 저녁은 행복한 날이다.



이전 07화 워킹맘 살림, 거지 같아도 웃음이 있는 스토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