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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한워킹맘 Apr 07. 2020

앗! 아버님이 또 설거지를 하셨다

새벽 6시 30분에 설거지를 하는 이유

퇴근하여 집에 와보니 싱크대가 깔끔하다.

'앗, 아버님이 또 설거지를 하셨네.'


요 며칠 퇴근 후 아이들과 함께하는 저녁이 늦어졌는데 밥을 먹고 나면 게을러진다. '설거지를 하고 자야 하는데' 생각하다 아이들과 이야기하고 책 읽고 잠을 재우다 보면 나도 같이 잠이 들어 버린다.


"연재야~. 할아버지한테 설거지 그냥 놔주시라고 꼭 말씀드려~"


"응, 엄마 알았어요. 그런데 할아버지 설거지 벌써 하셨는데요."


어젯밤 개수대에 남겨둔 그릇이 생각나 출근하자마자 전화를 했는데, 그 사이설거지를 하셨단다. 아이들이 코로나로 학교를 가지 않아도 아버님은 늘 7시 30분에 우리 집으로 건너오신다. 아프시기 전에는 5년을 넘게 새벽 6시 30분에 어김없이 오셨던 분이다. 손주들 일어날 때까지 우두커니 거실에 앉아 책을 읽으시곤 하시는데, 언젠가부터 설거지까지 하시는 바람에 며느리를 아주 곤란하게 만드신다.


"연재야~. 할아버지한테 재활용 쓰레기 안 버리셔도 된다고 꼭 말씀드려. 엄마가 퇴근해서 버린다고. 알았지?"


재활용 쓰레기도 몇 번을 말씀드렸지만, 퇴근해 보면 깨끗해진 베란다를 보게 된다.



"어? 연재야 저기 화분 언제 바뀌었지?"


"엄마, 그거 할아버가가 지난번에 하셨어요."


앞 베란다에서 쑥쑥 자라는 고무나무 화분갈이를 못해주고 있었는데 어떻게 아셨는지 벌써 아버님의 손길이 다녀갔다. 그렇게 아버님은 우리 집 살림을 나보다 더 많이 하고 계신다. 일하는 며느리 살림 못한다고 흉 보실 수 있을 텐데 일절 말씀도 없는 아버님이시다. 유난히 더 핼쑥해지신 얼굴을 볼 때마다 마음이 아프지만 아버님의 손길을 계속 느끼고 싶어 나는 어쩌면 할 수도 있는 설거지를 안 하나 보다.


며칠 전에는 10분 정도 시간이 남아 새벽 6시 30분에 설거지를 하고 출근을 했다. 며느리를 새벽에 설거지 하게 만드는 시아버지. 싱크대, 베란다의 화분 그리고 깨끗해진 뒷 베란다를 볼 때마다 나는 그런 아버님 생각날 것 같다. 아들은 아빠를 닮는다는데, 언젠부턴가 주말마다 남편이 빨래를 챙기기 시작했다.


"얘들아~. 빨래 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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