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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가면

by 김병장병장 Mar 12. 2025

12월 31일이 지나고 1월 1일이 된다 한들 새해가 됐다는 실감이 나지는 않는다. 1월 1일이라 해도 여전히 두터운 패딩을 입고 외출하고, 어제와 같이 깊게 한숨을 내쉬면 하얀 입김이 쏟아져 나온다. 티비에서부터 스마트폰 화면 속 어디를 쳐다보든 새해가 밝았다는 걸 알리고 있지만, 주위 환경이 그대로니 도통 몰입이 되질 않는다. 세월이 흐르면서 일 년이라는 시간이 점점 짧게 느껴지는 최근은 더더욱 연말과 연초의 경계가 잘 느껴지지 않는다. 그래서 연말에 여행을 가 한 해의 마무리와 새로운 시작을 체감하려 했다. 허나 나는 마음만 빠니보틀, 곽튜브 뺨치는 100만 여행 유튜버였다. 오랜 집안 퉁수 경력으로 여행은 계획단계도 아닌 망상에서 폐지 돼버렸다. 결국 연말과 연초의 경계는 아직까지 별 의미 없는 어느 겨울날, 별반 다를 거 없는 어제와 오늘 같은 느낌으로 남아있다.


그러다 3월이 오면 1, 2월에 잊고 있던 새로운 한 해를 맞는 기분이 모락모락 피어난다. 3월은 겨우내 당연히 패딩을 입고 집을 나서려던 내게 망설임을 선사한다. 또 한숨을 쉬면 하얀 연기가 눈에 띄게 보이던 입김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없다. 내게 있어 연말과 연초를 하나로 묶던 겨울의 모습들이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이뿐일까. 단지 내 놀이터에서 뛰노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어느샌가 이어폰을 뚫고 귀 속으로 들어온다. 날이 풀러셔인지 겨울에는 도통 보이지 않던 꼬마들이 동면을 마치고 슬슬 활동을 시작한 것이다. 보통이면 이어폰을 매만지며 밖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차단하려 애썼겠지만, 3월의 이 기분 좋은 소음을 그냥 지나칠 수는 없다. 오히려 귀를 막고 있는 것을 슬그머니 흩트려 놓고 새해가 오는 것을 즐기기로 한다. 그러다 보면 나는 비로소 새해를 실감한다. '새로운 일 년이 시작됐구나'


이제 확신해서 말할 수 있다. 2025년이다. 상투적이겠지만, 뻔한 말은 진짜 별로 안 좋아하지만, 지금 이 시기에는 못 참겠다. "시간 참 빨리 간다~ 엊그제가 바로 24년이었던 거 같은데 말야" 다사다난했던 2024년이다. 개인적으로도 여러 사람에게도 그럴 것이라 생각한다. 그럼에도 시간은 더디지만 빠르게 지나갔고 2025년의 1월이 아닌 3월이 밝았다. 이제야 완연한 새해로 접어들고 있음을 느낀다. 설도 끝난 마당에 한참을 늦었지만 내겐 요즘이 해피 뉴이어다. 새해 복들 많이 받으시라. 25년은 최근 3월의 날씨나 공기, 흘러나오는 소리들처럼 모든 게 다 적당하기만을 바라겠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바로 나! 24년 누구보다 많이 힘들어하고, 괴로워했으며, 많이 아파 끙끙 앓았으니 이제는 모든 걸 이겨내길 바란다. 주저앉아 포기하고 펑펑 울며 시린 가슴 부여잡고 아파했으니 이제는 다시 한번 그런 시련이 와도 꿋꿋이 버텨내길 바란다. 3월이고 새해다. 기대하시라. 25년에는 해낼 테니 말이다.



p.s 오늘도 무사히. 25년에는 바라는 일들이 이뤄지고, 함께하고픈 이가 함께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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