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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rah May 31. 2023

종교를 가지면 우울증에 도움이 될까?

개인적 의견입니다.



내 우울을 나아지게 한
지분의 50퍼센트는
종교의 힘.


   엄마는  부처님 오신 날이 되면 절에 등을 달러 가신다.( 절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법사님이라고 불리는 신점을 봐주는 분이 하시는 조그마한 암자이다.)  우리 집은 외가, 친가 모두 불교 내지는 무속신앙을 믿는 집이고   남편 역시도 친가, 외가 모두 불교와 가까운 집안이다. 교회에 다니는 사람들을 "예수쟁이"라고 부르는 그런 집.  그렇게 환경에서  살아왔던 내가 얼마 전 세례를 받았다. 남편과 아이 모두. 가족 전체가 세례를 받았다.  일 년에 제사가 여덟 개씩 있는 집안에서 자란 내가  세례를 받고 하느님을 믿게 된 것이다.


   교회를 처음 간 건 일 년 전 이맘때.  역사가 백 년이 넘었고  한번 예배를 드리면 수백 명이 예배를 보고 1층도 모자라 2층까지 꽉 들어차는 그런 대형 교회였다.


  교회에 처음 나갔던 날부터 나는 예배시간 1시간 내내 울었다. 어떠한 생각이나 감정이 생겨서 우는 게 아니었다. 그냥, 울음이 났다.  차라리 슬프거나 우울하거나 라는 이유가 있어서 우는 거라면 이해나 할 수 있겠건만, 이건 그것도 아니니 이해가 안 됐다. 아무리 그치려고 해도 그쳐지지 않았다. 교회를 다닐 수 있게 안내해 준 선생님은 "은혜를 받았다"라고 했다. 아무나 우는 게 아니라면서.( 지금도 가끔 울지만 은혜를 받는다는 게 정확히 뭔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교회 맨 뒷자리에 앉아서 설교를 하던지 찬송을 부르든지 말든지 계속 펑펑 우는 짓을 두 달이 넘게 했다.  


   날씨는 점점 더워지는데 수백 명씩 있다 보니 숨 쉬는 게 힘들어졌다. 공황이 올라왔다.  계속 다니기엔 무리가 있다는 판단이 들 때 즈음에 정말 인연이 닿았다고 밖에는 표현할 수 없는 방식으로 다른 교회를 가게 되었다. 기도소라는 곳이었고, 우리 가족을 포함해 신자는 모두 7명. 사람이 적어서 마음에 들었다. 고요하고 경건한 예배방식이 있는 곳. 그런 곳에서 나는 하느님과 마주했다.


   불상을 근 사십 년을 보고 살았던 내가 교회에 적응한다는 것은 꽤나 힘든 일이었다. 찬송가라는 것에 적응하기까지 6개월이 넘게 걸렸고 (사실, 처음에 찬송가 들었을 때 웃겼다..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그냥 웃겼다.) 기도라던가 식순, 하다못해 주기도문 같은 것들은 아직도 못 외운다. 일 년이 다되어 가지만 아직도 낯설다.


   아직까지 익숙해지진 않았지만
종교라는 게
 내 우울함을 누그러뜨리는데
크게 힘을 발휘했다.


   1. 교회를 다니면서  사랑에 대한 관점이 바뀌었다. 나는 남의 것에 욕심을 내지도 않지만 베풂없는 사람이었다. 그런 내가 사랑이 모든 것인 종교를 만났고, 사람을 사랑하는 것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나 자신을 먼저 사랑하는 연습, 타인을 사랑하는 연습을 하면서  긍정성이 생겼고 그런 연습으로 인해  감정적인 변화가 생기면서 마음에 숨통이 조금씩 트이는 느낌이 들었다.


   2. 교회에 다니지 않았다면 지금 우리를 상담해 주시는 신부님도 만나지 못했을 것이고, 올 초 힘들게 겪었던 일들도 무사히 넘어가지 못했을 것이다.


  

   3. 자기 계발 서적이나 종교서적을 읽는데 많이 도움이 됐다. 예를 들자면 "부는 어디에서 오는가"라는 책에 첫 명제가 생각하는 물질이 우주를 채우고 있으며,라는 구절이 있는데 만일 내가 신앙이 없었다면 여기서부터 그냥 책을 덮었을 것이다.  과학적으로 증명도 안된 헛소리로 치부했을 책종류.. 게다가 나는 그 어떤 것도 잘 못 믿는 사람이다. 확률과 통계를 통해서 선택을 하고  나름의 근거를 가지고 선택하고 움직일 뿐이지만 그것도 완전히 그것을 믿어서가 아니다. 그런 내가 종교라는 걸 만나서 영성을 믿고 의지하는 과정을 지나고 있다. 마음을 여는 과정을 거치면서 여러 책들의 이해가 가능해졌다.


   4.  종교 속에서 감사의 기쁨을 배우게 되었다. 나에게 감사란 누군가 나를 위해 뭔가를 주거나 이익이 되는 행위를 했을 때만 하는 것이었다. (이전까지 내가 느끼는 가장 큰 기쁨은 무언가를 성취하거나 이루었을 때의 기쁨이었다. 성과를 내는 게  중요한 사람이었다.)   작은 것에도 감사하고, 주어진 것에 감사하고 이 삶이  얼마나 감사할 것 투성이라는 걸 배워간다. 감사함으로써 느껴지는 기쁨을 느꼈을 때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큰 힘을 발휘했다.  


  종교가 생기고 감사, 희망, 사랑 등에 영향을 받고 생각을 한 것들이 긍정성을 높이는 결과로 이어져서 우울함을 이겨내는데 상당히 힘이 되어주었다.


  아직 해보지 않았다면, 종교를 가져보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그것이 어떤 종교라도 괜찮다.  안 맞으면 그만 두면 되지만 적어도 경험은 해보았으면 좋겠다. 그 속에서 나를 도와줄 실마리를 찾을 수도 있을지 모르니까.




  교회를 가게 된 계기는 다른 글에 따로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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