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소 Feb 10. 2020

내가 네 아빠가 되어줄께

뽀르뚜가에게

나의 라임오렌지 나무

10살 때 이 책을 처음 읽었다. 그리고 처음으로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울음이 아닌 마음을 위해 우는 눈물을 목격했다.


20살 때 다시 이 책을 읽었다. 수능이 끝나고 허무와 허탈이라는 단어에 매료된 그때에도, 다시 의미라는 것을 목격했다.


아직 30살이 되기 전이다. 10년 주기로 이 책을 읽기로 결심한 것은 충동적이고 즉흥적인 계획이었다.

제제는 아팠고, 철이 들었고, 영악했고, 아이였다.

나는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여전히 제제였다.

아팠고, 철이 들었고, 영악하고, 아이인 채로.


나에겐 언제나 제제가 있다. 멍투성이 제제가 동생 손을 붙잡고 울고 있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언제나 뽀르뚜가 아저씨가 계신다.


나의 라임오렌지 나무에는 이런 장면이 나온다. 뽀르뚜가 아저씨는 제제에게 계곡에서 수영을 하며 놀라고 하지만, 제제는 옷을 벗지 못하고 머뭇거린다. 아저씨는 제제가 부끄러워서 그런가 보다 짐작하고 멀리 갈테니 마음 놓고 수영을 하라고 말한다. 아저씨가 멀리 가자 그제야 제제는 머뭇거리며 옷을 벗는다. 멀리에서도 한눈에 보이는 제제의 몸에 있는 수많은 멍과 상처에 아저씨는 충격을 받는다. 아이는 가족으로부터 받은 학대를 숨기는 법을 이미 알고 있었다. 슬퍼하는 아저씨를 보자 제제는 아저씨에게 묻는다.

아저씨, 저를 사랑하세요?

그럼, 제제야. 너를 너무나 사랑하지.

그렇다면 왜 저를 아버지로부터 입양하지 않으세요?

뽀르뚜가 아저씨는 슬퍼하며 말한다.

제제야, 너를 아버지로부터 뺏을 수는 없단다. 하지만, 내가 너의 아버지처럼, 그보다 더 너를 사랑해주마.

제제는 너무 기뻐  난생처음 마음으로부터 우러나오는 행동을 한다. 아저씨의 볼에 뽀뽀를 한 것이었다.


나의 뽀르뚜가는 나의 하나님이셨다. 그는 나의 아버지가 되셨고, 나를 사랑하셨다.

비록 뽀르뚜가는 기차에 의해 더이상 제제를 만날 수 없게 되었다.

하지만 제제는 언제나 뽀르뚜가 아저씨와 함께할 것이고, 나도 나의 뽀르뚜가와 영원히 그러하겠지.


이전 10화 아버지를 죽이고 싶을 때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