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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소 Dec 30. 2019

지금까지 내가 고흐인 줄 알았다.

예술에게

예술을 위해서라면 내 영혼도 팔 수 있을 것 같아. 문학을 향해서 목숨까지도 내놓는 무모한 열정을 막을 수 있는 건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런 온도에 가슴이 지펴졌고 뜨거운 삶을 살고 말리라, 다짐했다.


하지만 사랑의 본질이 그렇듯이 내가 사랑한 예술은 어디에도 없었다. 사람을 포함한 모든 존재는 선악이 공존하는 양면적, 모순적인 존재였다. 나를 구원했던 예술은 이제 죽음이라는 결과를 들이밀고 있었다. 내가 감히 이렇다 저렇다 예술에 대해 말하는 것은 우습지만, 누구나 사랑에 대해 말할 수 있듯이 나의 예술은 그러했다. 더 극한의 감정과 절망을 경험해야지 더 좋은 예술을 할 수 있을 거라는 멍청한 착각에 빠졌다. 고통을 저울질하면서, 우울이 자부심이 되는 우울증 환자처럼 나는 잘못된 예술관에 도취해있었다.


대체 아프지 않고 쓰는 글이란 무엇일까, 생각하다가도 상처를 이용해 토해내는 글의 가치에 회의감을 가졌다. 점수 매기듯 내 글에 등급을 매겼다. 자존감은 바닥을 쳤다. 미술관에 가서 그림을 보아도, 내 헛된 자존심에 굳이 감명을 받고자 애를 썼다. 의미부여하는 인생을 살아온 나로서는 모든 것에는 어떤 의의가 있어야 했다.


이런 나를 버리고 싶어도 도저히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다. 모든 글의 결말을 해피엔딩으로 내려는 습성의 한 한국인은 스스로의 인생을 못마땅해 하고 있었다.


이 글은 절대 그럴듯한 교훈적 마무리를 짓지 않을 것이다할 수 없기도 하고. 다만 나와 같은 고민하는 사람 있다면, 조언 또는 대화 아니면 공감이라도 해주기를 바란다.


여하튼간 정말 충격이다. 나는 고흐가 아니었다. 죽음으로도 내 글은 빛을 볼 수 없을지 모른다. 그러나 이제 상관없다. 어떤 예술은 자신만을 위해서 만들어지기도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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