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남자 EP 58 (개정판)
"这都是你的错!"(이게 다 당신 때문이야)
그녀는 응급실에 누워 있다. 다행히 빨리 지혈이 되어 위급한 순간을 모면했다. 그녀는 천사 같은 평안한 표정으로 즐거운 꿈이라도 꾸는 듯 감긴 눈꺼풀 위가 이리저리 미세하게 움직인다. 나의 연락을 받고 달려온 차오찡은 분노한 표정으로 여태껏 그녀에게서 본 적이 없는 언행을 나에게 퍼붓고 있다. 무성영화 속 장면처럼 나는 잠든 장주임의 얼굴만이 크게 클로우즈 업되어 눈 안으로 들어오고 주변부로 밀려난 차오찡은 손을 아래 위로 휘저으며 입만 벙긋거리고 있다.
"是我的错。所以你就帮我回韩国"(그래 내 잘못이야. 그러니까 내가 빨리 한국으로 돌아가게, 도와줘!)
차오찡은 장주임을 대신해서 사직서를 작성해서 제출했다. 그녀는 장주임은 어떻게든 자신이 설득할 테니까 사직 처리해 달라고 한다. 모든 건 자신이 책임지겠다며...
다행히 왕기사는 부총경리의 소개로 작은 물류회사에 화물기사로 자리를 옮기게 되어 적지 않은 위로금과 퇴직금을 챙겨 가장 먼저 회사를 떠났다. 리셉션 담당인 쑨 메이는 상해의 연기학원으로 가서 자신의 꿈을 펼칠 때가 된 것 같다며 처음 강경하던 태도는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다. 6개월치 급여에 해당하는 위로금이 그녀의 상해 초기 정착 자금으로 충분해 보였나 보다. 상해에 오면 꼭 연락하라는 말과 애로 영화배우에게나 어울릴만한 진한 윙크를 나에게 날리며 회사를 떠났다. 부총경리는 태평양 그룹 산하의 다른 계열사의 총괄 관리자로 자리를 옮겼다는 소문이 들려왔다.
직원들의 급여와 퇴직금 및 기타 지출되어야 할 비용 정산이 완료되어 은행에 예치되어 있는 투자금은 반으로 쪼개져 각사로 회수되었다. 며칠 전 총경리도 본사의 부름을 받고 양주 생활을 정리하고 급히 복귀했다. 사무실에는 나와 재무담당 류과장만이 남았다. 나와 류과장은 각사의 대표로 남아 사무실의 비품들과 기타 마무리 정리 작업 중이다.
"部长!您什么时候回国?"(부장님 언제 복귀하세요?)
"下周一上午在上海浦东机场回国"(다음 주 월요일 오전에 상해 푸동으로 복귀해요)
"真舍不得您走"(시원섭섭하네요 이렇게 헤어지려니...)
"我也很遗憾。要是你来韩国一定给我联系哟。我保证当你的导游"(저도 그렇네요 혹시 한국 놀러 오면 꼭 연락해요 제가 책임지고 과장님 가이드해 드릴 테니까?)
"真的吗?那我应该去一趟 哈哈哈"(정말요~ 꼭 가야겠는걸요 하하하)
이제 나도 돌아간다. 실감이 나지 않는다. 정말 세상일은 한 치 앞도 알기 힘든 것 같다. 아득해 보이던 파견 복귀가 이렇게 순식간에 이뤄질 줄 누가 알았겠는가?
[快要你的生日了吧? 那天晚上7点在上海豫园见吧!](곧 네 생일이지? 그 날 저녁 7시 상해 예원 입구에서 봐)
춘옌이 사라졌다. 퇴근 후 돌아온 집안 현관문 아래에 쪽지 한장만 남겨놓은채 사라져버렸다. 그녀는 어떻게 알았을까? 이것도 우연의 일치일까 생일 다음날이 귀국이다. 며칠간 그녀는 낮에는 사람들의 눈을 피해 시내를 전전하고 늦은 새벽이면 가끔 나의 집으로 찾아오곤 했었다. 그러다 그녀는 좁혀오는 공안들의 감시망을 느꼈는지 복잡한 상해로 도주했다. 크고 복잡한 상해가 작고 좁은 양주보다는 몸을 숨기기가 더 용이하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게다가 상해에는 과거 자신이 머물며 알던 지인들이 있어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새벽 공기가 꽤 서늘해졌다. 양주에서 모든 것을 정리하고 짐을 정리하고 이른 새벽 상해로 가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버스는 아직 깨지 않은 어둠을 뚫고 양주를 벗어난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반년간의 양주생활들이 파노라마처럼 머릿 속을 스쳐지나간다.
‘춘옌은 과연 잘 지내고 있을까?’
얼마 남지 않은 중국에서의 밤이 깊어간다. 다시 그녀를 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