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아픈 새끼손가락

발리에서 생긴 일 ep16

by 글짓는 목수

“哇~ 好舒服啊,对吧?雯雯” (우아아아~ 너무 좋아 그치 웬웬)

“哦 是,你拍我一下” (어? 응 그래, 자! 나 좀 찍어봐)

“哎呀~ 你又来了,过了吧,我们休息享受现在吧” (야~ 이제 그만 좀 해라, 좀 쉬자)

“快快,拍一张” (어서어서, 한 장만.)

“你这样万一把手机掉在水里怎么办?” (핸드폰 물에 빠지면 어쩌려고…)

“没事,这手机最新款的完全防水的” (괜찮아, 이거 완전방수 최신폰이잖아)

“天啊” (휴우~)


우리는 바투르 화산을 내려와 화산마을에 있는 온천을 찾았다. 호수가 내려다 보이는 경치 좋은 곳에 관광객들을 위해 온천이 개발되었다. 마치 계단식 논처럼 만들어진 여러 개의 온천탕은 바투르 호수와 우뚝 솟은 아방산(Mt. Abang)을 마주 보고 있었다.


등산 후 뜨거운 온천수에 몸을 담그니 피로가 사르르 녹아내리는 듯하다. 이 와중에도 수영복 화보를 찍으려고 온갖 포즈를 취하며 온천탕 앞에 놓인 야외 썬 배드에 누워서 야시시한 표정을 짓고 있는 웬웬은 자신이 무슨 모델이라도 된 것처럼 행동한다.


도대체 누가 누구의 매니저인지 헷갈린다. 너무 편한 친구가 매니저가 되면 생기는 특이한 현상이다. 이럴 땐 그녀가 귀찮고 성가시게 느껴진다. 그래서 가족 친구 간에는 금전적 이해관계가 엮이면 피곤해진다. 단순한 금전관계는 끊어내면 그만이지만 혈연과 지연은 끊기가 어렵다.


하지만 웬웬이 없으면 난 사실 현실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되어버렸다. 작게는 공과금 납부하는 일부터 세금정산 그리고 잡다한 금전적 물질적 계약 관계 등등 내가 온전히 이상세계에 머물 수 있는 건 웬웬이 온전히 현실 세계의 잡다한 일들을 처리해 주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전엔 이 모든 일은 나의 전 남자친구의 몫이었다. 난 그에게 감사했다. 그것이 사랑의 힘이라고 생각했었다.


[사랑은 오래 참고 사랑은 온유하며 투기하는 자가 되지 아니하며 사랑은 자랑하지 아니하며 교만하지 아니하며 무례히 행하지 아니하며 자기의 유익을 구하지 아니하며 성내지 아니하며 악한 것을 생각지 아니하며 불의를 기뻐하지 아니하며 진리와 함께 기뻐하고 모든 것을 참으며 모든 것을 믿으며 모든 것을 바라며 모든 것을 견디느니라]


- [고린도전서 13:4~7] -


전 남자친구는 교회를 다니고 있었다. 과거 어느 날 그가 교회에서 예배 중에 나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나는 사랑이 이렇게 많은 의미를 품고 있는지 몰랐다. 사랑은 그냥 느낌이라고만 생각했다. 그 느낌이 주는 나의 심리 상태라고 생각했다. 그 심리상태가 지속되면 사랑이 지속되는 것이고 그 심리상태가 사라지면 사랑이 식는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가 보내준 구절 속의 사랑은 너무도 복잡하고 어려웠다. 그때 나는 사랑이 단지 느낌이 아니라 훈련을 통해 삶으로 보여지는 것이란 걸 깨달았다.


삶은 정말 복잡하고 어렵다. 현실의 사랑도 그러하다. 그때 그가 보내준 메시지가 나의 마음을 움직였고 그래서 그날 이후 나도 그를 따라 교회를 나갔다. 그리고 나는 그를 따라서 보이지 않는 존재를 향해 함께 기도했다. 그 존재가 무엇인지 또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모른 체 그를 따라 두 손을 모으고 눈을 감았다. 기도가 끝이 나면 그는 항상 나를 꼭 안아주었다. 나는 그런 행위가 그의 사랑을 지속하는 원동력인 것 같아 보였다. 그래서 나는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 나와 그 사이에 그 존재가 우리 둘을 연결시켜 주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교회에서 주구장창 얘기하는 ‘삼위일체’(三位一體)라는 말이 성부와 성자 그리고 성령이 아니라 나와 그와 그리고 우리 둘을 이어주는 보이지 않는 또 다른 존재로 이해했다. 그렇게 우리는 어렵고 힘든 시기를 함께 이겨나갔다. 그리고 내가 극작가로 화려하게 등단 후 이 모든 행위들은 다른 현실적인 것들에 밀려 점점 사라져 갔고 그 행위가 사라지면서 사랑도 함께 사라져 가고 있었다. 현실의 풍요는 그가 사랑하는 대상을 바꾸어 놓았다.


나는 헷갈렸다. 그 동안 그가 오래 참고 사랑한 건 또 다른 진정한 사랑이 나타나기까지 견디는 과정이었던 것일까? 물론 그 진정한 사랑이 삶의 마지막 순간 신에게 돌아갈 사랑이었다면 아주 이상적인 판타지 러브 스토리가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현실의 사랑은 언제나 변함없이 변해간다. 나는 그때 성경에 드러나지 않은 사랑의 또 다른 모습이 ‘기만’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알고 보니 예수도 그가 사랑한 제자의 기만과 배신에 의해 죽었더라. 이상적인 사랑은 언제나 현실적인 사랑에 패배하는 것이 현실의 삶이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항상 이상적인 러브 스토리를 꿈꾸면서 현실적인 사랑에 이리저리 휩쓸려 다니는 것 같았다. 그래서 그들은 모두 내가 만든 판타지 멜로드라마를 보면서 대리만족을 느끼는 것이리라. 그리고 다시 현실의 기만적인 사랑을 견디며 이어가는 것처럼 보였다. 덕분에 나는 밥을 벌어먹고 산다. 그것도 아주 풍족하게…


“你拍了吗?”(찍었어?)

“嗯”(어)

“让我看看, 嗯。。。你出来站在这里拍我吧。这个角度更好看”(어디 보자? 음… 너 물 밖으로 나와서 여기 서서 이 방향으로 찍어봐)

“你少来啊。”(휴우~ 적당히 하자 좀)


지금 내 앞에서 아무런 가식 없이 자신의 밑천을 모두 드러내는 저 천박함에 가까운 순수함은 기만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웬웬의 개인 SNS 팔로워들은 그녀의 화려한 사진 뒤에 숨겨진 이런 천박함을 알리 만무하다. 나만 알고 있는 진실이다.


웬웬은 전 남자친구처럼 사랑이라는 감정을 이용해 나를 기만하진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 왜냐 이건 느낌이 만든 사랑이 아닌 시간이 만들어낸 우정이기 때문이다. 사랑은 빠르게 빠져드는 것이고 우정은 서서히 스며드는 것이다. 시간을 가지고 서서히 물들어간 우정은 기만이 스며들 자리가 없다.


어린 시절 어머니가 손가락에 봉숭아 물을 들여주었던 기억이 있다. 잘게 으깬 봉숭아 잎과 꽃잎을 손톱 위에 올려놓고 하얀 천 조각과 검은 비닐봉지로 칭칭 동여매고 하루가 지나도록 예쁘게 물들 손톱을 상상하며 잠자리에 들었다. 그렇게 상상의 시간을 거쳐서 스며든 색은 쉽게 지워지지 않았다.


지금 웬웬의 손톱에 칠해진 화려하게 반짝이는 매니큐어는 얼마 뒤면 또 다른 색깔과 디자인으로 바뀔 것이다. 싫증 나면 그때그때 지우고 새로운 색으로 바꾼다. 하지만 내 손가락에 물든 봉숭아는 몇 달이 지나도록 아직도 지워지지 않는다. 그 색을 오래도록 간직하고 있다. 화려하게 칠해진 사랑보다 서서히 스며든 우정이 오래가는 법이다.


그것이 사랑과 우정의 가장 큰 차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나와 웬웬의 우정은 순수하던 학창 시절 적잖은 시간을 함께 하며 만들어진 것이었다. 그 우정은 좀 남다르고 특별했다.


---- 플래시백 [학창 시절] -----


“哎! 他妈的,你找死啊? 你觉得我们说的就不像话吗? ”(야~ 이 썅년아~ 죽고 싶어? 우리말이 말 같지가 않지?)

“不是,我说的是真的,昨晚酒都卖光了所以就拿不了”(아니야, 진짜야. 어젯밤에 가게 술이 다 팔려서 가져올 수가 없었어, 정말이야)

“哦~ 真的吗? 你妈卖酒卖得很厉害哟,很快发财了呀,听说你妈卖身也厉害 哈哈”(오 그러셔? 느그 어미는 술을 정말 잘 파시나 봐, 술 팔아서 금방 부자 되겠어. 소문에 몸도 잘 판다면서?)

“没有啊!”(아니야!)

“肏你妈, 没有什么没有啊,这个臭丫头穿成这个样子不就是卖身的女儿嘛,”(아니긴 이년아~ 누가 몸 파는 년 딸내미 아니랄까 봐, 입고 다니는 꼬라지 하고는)

“不要骂我妈,傻逼”(우리 엄마 욕하지 마~ 이 개새끼들아!)

“我操 , 这疯丫,真的疯了啊。今天你没拿酒那就像你妈妈一样卖身吧。哈哈哈”(엇쭈! 이년 봐라, 이제 막 나가네, 오늘 술 안 가져왔으니 니 애미처럼 술값 대신 몸값으로 대신하자 하하하)


웬웬이 해가 떨어진 어두운 건물 공사장에서 학교 일진들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세 명의 일진 여학생들 사이에 덩치 좋은 남학생이 한 명 끼어 있었다. 그는 단추가 풀어진 교복 셔츠 안에 금색으로 ‘구찌(Gucci)’라고 적힌 셔츠를 받쳐 있고 있었다. 녀석은 교복 셔츠를 벗으며 야릇한 표정으로 웬웬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세명의 일진들이 웬웬의 양옆 그리고 뒤에 서서 그녀가 꼼짝하지 못하게 그녀를 붙잡았다. 남학생은 웬웬의 코 앞까지 와서 한쪽 입고리를 올리고 그녀를 내려다봤다.


“퉷!”

“쫘악! ”

“我操, 他妈的,你们堵住你的嘴!”(앗! 이 쌍년이, 야~ 이년 입 좀 막아!)


웬웬은 이글거리는 눈으로 그를 올려다보며 그의 얼굴에 침을 뱉었다. 그는 웬웬의 뺨을 후려갈겼다. 그리고 얼굴에 묻은 침을 닦으며 말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천천히 자세를 낮추며 시선을 웬웬의 사타구니 사이로 옮겼다. 그리고 양손으로 그녀의 치마를 잡고 순식간에 아래로 잡아당겼다.


"끼아아악!"

“吖 我操”,她大姨妈来了呀”(킁킁, 앗! 씨발! 이년 오늘 달거리 하는 날이네)


웬웬은 비명을 질렀다. 그는 생리대 패드가 들어간 그녀의 두툼한 팬티를 보고는 똥 씹은 표정으로 변해서 다시 일어섰다. 그리고 한 걸음 물러서더니 호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라이터로 불을 붙이고는 하얀 연기를 웬웬의 얼굴을 향해 내뿜었다.


“这个臭丫头今天真有运气呀,可不能这样放过去的吧,你敢在我的脸吐了痰应该有回报才对吧””(이 년 오늘 재수 졸라게 좋네, 그렇다고 그냥 이대로 보낼 순 없지, 내 얼굴에 침 뱉은 대가는 치러야지, 안 그래?)


남학생은 다시 담배를 입으로 가져가 깊게 빨아들였다. 담배는 주변의 산소를 빨아들이며 붉게 타들어 갔다. 그리고 붉게 타들어가는 담뱃불을 엄지와 검지로 잡고는 하얗게 드러난 웬웬의 허벅지로 가져가고 있었다.


“위이에에엥~”


그때였다. 어두운 공사장 뒤 어둠 속에서 굉음이 들려왔다. 그리고 그 굉음이 점점 가까워졌다. 놀란 일진 여학생들과 남학생은 뒤를 돌아보았고 어둠 속에서 누군가 걸어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들은 핸드폰 손전등 불빛을 그곳을 향해 비추었다.


그때 나는 그들을 향해 다가가고 있었고 나의 손에는 톱날이 돌아가는 전동 그라인더가 들려 있었다. 그 굉음은 엄청난 속도로 회전하는 톱날이 만들어낸 소음이었다.


“你们放过她”(웬웬을 놔줘!)

“哇哦 ~这疯丫头,简直是个劳民工的女儿啊 拿着角磨机出现啊”(아놔! 저 미친년 봐라, 누가 노가다 목수 딸내미 아니랄까 봐 그라인더를 들고 등장하시네)

“你们不让我说两句可好了”(좋은 말로 할 때 놔줘!)


나는 전동 그라인더를 눈높이까지 들고 금방이라도 휘두를 자세로 그들에게 다가갔다. 그들은 움찔하며 뒷걸음질을 했다. 그들은 내가 장난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전에도 한 번 교실에서 웬웬을 괴롭히는 모습을 보았고 그때 내가 사물함에 숨겨 두었던 전동핸드 톱(써큘러 톱)으로 그 일진의 나무 책상을 반으로 잘라버렸다. 그 일로 나는 정학을 맞았고 그 이후 학교에서 나의 별명은 ‘미친 노가다’가 되었다.


“呀~这一次我们也不能乖乖的退下”(야! 이번엔 우리도 순순히 물러날 순 없지)

“你看看这里不是学校还有我们的兵力比你多”(여긴 학교가 아냐 그리고 이젠 쪽수가 우리가 더 많아 보이지 않니?)

“霈云,别这样你走吧”(페이윈, 그러지 마 나 괜찮아 그냥 가!)


그때 웬웬을 양쪽에서 붙잡고 있던 일진 둘이 나의 양 옆으로 원을 그리며 나의 뒤로 천천히 발길을 옮겼다. 그리고 공사장에 널브러져 있던 각목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나의 앞에 있던 남학생은 입에 물고 있던 담배를 크게 한 번 빨아들이고는 나를 바라보며 연기를 내뿜는 동시에 그 담배꽁초를 나의 얼굴을 향해 던졌다. 나는 순간 손에 들고 있던 전동 그라인더로 나의 얼굴로 날아드는 담배꽁초를 막았다.


“퍽~!”


남학생은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달려와 나의 배를 발로 걷어찼다. 나는 그의 발길질에 들고 있던 전동그라인더를 손에서 놓쳤고 땅바닥에 나동그라졌다. 그때를 놓치지 않고 양 옆에 있던 일진 둘이 달려들어 각목으로 넘어진 나를 후려쳤다.


“아아악~”


나는 순간 얼굴로 날아드는 각목을 막으려 팔을 올렸다. 무언가 차갑고 날카로운 것이 나의 살을 뚫고 들어오는 것이 느껴졌다. 각목에 삐져 나와 있던 못이 팔뚝에 박혀 버렸다. 그 모습을 보고 나서야 엄청난 통증이 엄습하는 것이 느껴졌다. 나는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 일진도 못이 있었던 걸 몰랐는지 팔에 박혀버린 각목을 보더니 당황해하는 모습이었다.


“哎呀, 你干吗吧木头贴在胳膊上啊 哈哈哈 我帮你拿下来吧”(어라~ 왜 나무를 팔에 붙이고 다니니 내가 빼줄게 크큭)

“쑤욱~”

“으아아악!”


그때 남학생이 다가와 내 팔에 박힌 각목을 잡아당겼다. 깊숙이 박힌 못이 몸 속에서 빠져나가며 못 자국에서 붉은 피가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哦,你流血了呀,我帮你消毒吧 哈哈哈” (피가 많이 나네, 내가 소독해 줄게 으흐흐흐)

“别~不要啦 求你们了, 不要这样” (안돼 그러지 마~! 제발!)

“呀~ 把她抓紧啦” (야! 저년 좀 붙잡아)


남학생은 다시 담뱃불을 붙이더니 한 모금 크게 연기를 빨아드렸다. 두 명의 일진이 땅바닥에 쓰러진 나를 붙잡았다. 웬웬은 울면서 하소연하듯 소리쳤다. 그는 붉게 달아오른 담뱃불을 피가 새어 나오는 못자국 상처에 가져다 대었다.


“으아아아악! “


여태껏 느껴보지 못했던 통증이었다. 나는 발버둥을 쳤지만 두 명의 일진 여학생이 나를 땅바닥에 짓눌렀다. 나는 그 통증을 견디지 못하고 실신해 버렸다. 그리고 그 이후에 기억이 없다.




“你醒了,没事吗,霈云?”(깨어났어? 괜찮아 페이윈?)


내가 다시 깨어났을 땐 병원이었다. 다시 눈을 떴을 때 처음 보였던 게 웬웬이었다. 그녀는 양쪽 눈 두 덩이가 시퍼렇게 멍이 든 팬더의 얼굴로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哎呀, 你脸打扮得太性感了吧”(야, 너 얼굴에 색조 화장이 넘 섹시한 거 아니냐?)

“푸하하하”

“하하, 아아아~야야”


----- [플래쉬 백 ] 현재로 -----


그날 내가 했던 말이 웬웬에겐 정말 진심으로 들렸던 걸까. 그날 이후 이년은 눈 두덩이를 시퍼렇게 화장하기 시작했다. 내가 정말 괜한 소리를 했던 것 같다. 지금도 모델마냥 선배드에 누워서 시퍼런 워터푸루프 색조 화장을 한 눈두덩이로 나를 쳐다보고 있다. 나는 핸드폰을 들어 그녀에게 앵글을 맞추었다.


그때 나의 오른쪽 팔뚝에 그때의 상처가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봉숭아 물이 든 나의 새끼손가락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그때 팔뚝에 박힌 못이 나의 새끼손가락과 연결된 신경을 손상시켰다. 그래서 나는 오른쪽 새끼손가락을 마음대로 움직일 수가 없게 되었다.


그래서 글을 쓰려 키보드를 칠 때면 이 아픈 새끼손가락을 네 번째 손가락(약지)이 대신한다. 그래서 나의 오른쪽 약지는 타자를 칠 때 그 어떤 손가락보다도 가장 바쁘게 움직인다.


그리고 지금 선배드에 누워 있는 저 눈 두 덩이 시퍼런 년이 나의 아픈 새끼손가락을 대신하는 네 번째 손가락과 같은 존재가 되었다.

keyword
월, 금 연재
이전 15화그가 사랑한 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