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리에서 생긴 일 ep18
“快出去吧。 Karek 在外面等着呢” (어서 나가자, 카렉이 밖에서 기다리잖아)
“过一会儿再走嘛” (조금만 더 있다 가자)
“已经过两个小时了” (2시간 다 지났어)
“Wenwen, you look a little drunk, so let’s get out.” (그래요 웬웬 씨 좀 취한 거 같은데 나가시죠)
“No I’m not, I need more drinks” (저 안 취했어요. 좀 더 마시고 싶은데…)
“呀 这丫头 快快起来” (야~ 좋은 말로 할 때 일어나라 빨리!)
“哎呀,你别那么生气好不好” (아놔! 알았어, 계집애 성질은…)
웬웬은 술기운이 올라 얼굴이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나는 그녀를 일으켜 세웠다. 그리고 탈의실로 가서 옷을 갈아입고 다시 주자창으로 나왔다.
“What took you so long?” (왜 이렇게 늦었어?)
“Sorry Karek. You look her. You can guess what happen I think.”(미안 카렉! 보시다시피)
카렉은 얼굴이 붉게 달아오른 웬웬을 보더니 눈치를 챈 듯 아무 말 없이 차 문을 열어줬다.
“Peter, come with.. me” (피터~ 나랑 같이 가~요)
“Where is your accommodation?” (숙소가 어디세요?)
“It’s in Ubud.” (우부드요)
“Really? We are same place as well. We can give you a ride if you want.”(그래요? 저희랑 같네요, 필요하심 같이 타고 가셔도 괜찮아요)
“I'm grateful for that”(그래 주심 저야 감사하죠)
“Yes, Please get in our car, let’s have a drink there again.”(그래요 같이 가요, 우부드 가서 한 잔 더 해야죠)
웬웬은 그 남자의 팔짱을 끼며 그 남자와 차 뒤 좌석에 나란히 앉았다. 내 자리를 그 남자가 대신했다. 나는 조수석에 앉았다. 어느새 해가 기울어가고 있었다. 우리는 다시 우부드에 있는 숙소로 향했다.
“What is your name?”(이름이 어떻게 되세요?)
“Ah, I forgot to tell you my name, I’m Peter.”(아 참 이름을 안 알려드렸네요. 전 피터라고 해요)
“I’m Peiyun. You are alone here for trip.”(전 페이윈이라고 해요, 혼자 여행 오셨나 봐요?)
“Yes, I like traveling alone.”(네, 혼자 여행하는 걸 좋아해요)
“May I ask what you do for living in Korea?” (한국에서 무슨 일을 하세요?)
“Ah, actually I’m living in Australia.” (아~ 사실 전 호주에 살고 있어요)
“Wow, Really? Are you an Australian? I really want to go to Australia. I want to see Koala and Kangaroo.” (와우 정말요? 호주 사람이세요? 나 호주 정말 가보고 싶은데, 코알라도 보고 싶고 캥거루도 너무 보고 싶어요)
나는 그와 간단한 인사와 대화를 나누었다. 그가 호주에서 왔다는 사실에 놀란 웬웬이 나와 그와의 대화를 끊었다. 피터는 한국인이지만 호주에 살고 있는 한인 이민자였다. 일 년에 한 번씩 한 달가량 혼자 해외여행을 다닌다고 했다. 그리고 그는 호주에서 요리사로 시작해 지금은 외식업 관련 비즈니스를 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자 웬웬의 얼굴에 화색이 돌며 그의 곁에 더욱 가까이 붙어서 이것저것 물어보기 시작했다.
“Wow, you’re a cook and business owner? What kind of restauran you have?” (와우~ 뭐야 뭐야 요리사 사장님이셨어요? 무슨 레스토랑을 운영하세요?)
“Well.. I run seafood restaurant mainly. ”(주로 시푸드 레스토랑을 운영해요)
“Oh I like very much of seafood. Can I have some when I go to Australia?”(와~ 나 해산물 정말 좋아하는데… 피터님 제가 호주 가면 먹을 수 있나요?)
“Of course, If you come, I'll treat you properly.”(물론이죠, 오시면 제가 제대로 한 번 대접하겠습니다)
“우아 짝짝짝, I should go to Australia once. , I look forward to it” (너무 기대되는데요 꼭 호주 한 번 놀러 갈게요)
“Yep, hope you come to Australia.”(네, 두 분 꼭 한번 호주 놀러 오세요)
웬웬은 그에 대한 호감을 몸으로 표현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두 팔로 그의 오른쪽 팔을 감으며 그를 그윽한 눈빛으로 쳐다보며 말했다. 또 웬웬의 끼 부리기 퍼포먼스가 시작되었다. 나는 시선을 차량 앞 유리로 옮기고 해가 지는 붉은 하늘을 바라봤다. 붉은빛이 산의 그림자 뒤로 사라지며 어둠이 내리기 시작했다. 나는 눈을 감았다. 나는 밖의 어둠이 오기 전에 눈을 감고 먼저 어둠 속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뒤에 앉은 두 남녀의 대화를 청취하며 그 상황을 상상했다.
그런데 누군가 나를 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눈을 떴다. 그때 내 뒷 좌석에 앉은 그의 시선이 창 밖 조수석 옆 백미러에 비쳤다. 선팅이 되지 않은 두 개의 앞 뒤 창문을 통과해 백미러에 비친 그의 시선은 비록 희미하긴 했지만 분명 나를 보는 것이 분명했다. 나는 그 시선이 어색해 다시 눈을 감았다.
“Peter, do you have a girlfriend?” (피터 씨, 여자친구 있으세요?)
“No, I don’t have.” (아뇨 아직…)
“No way, How can such a handsome and talented person not have a girlfriend. Maybe you have high standard for woman?”(에이 설마… 말도 안 돼. 이렇게 잘 생기고 능력 있으신 분이 여자친구가 없을 리가 눈이 많이 높으신가 봐요)
“hahah not at all.”(하하하 그렇지 않습니다)
“If so, what kind of woman do you like?”(그럼 어떤 여자를 좋아하세요?)
“Well…”(글쎄요…)
웬웬과 피터는 우부드까지 가는 차 안에서 끊임없이 대화를 나누었다. 그런데 그 대화는 거의 일방적이었다. 웬웬이 물어보는 것에 대한 그의 답변이었다. 마치 질의응답 시간 같았다. 그는 웬웬이 묻는 자신의 신상에 대한 질문들에 대해 일일이 답을 해주었다. 하지만 아주 단편적인 답변이었다.
나는 알고 싶지도 않은 그에 대한 여러 신상 정보들을 어쩔 수 없이 듣고 있었다. 나는 마치 라디오 사연을 청취하듯 그들의 대화를 엿들었다. 입력되는 정보가 많아지면 출력되는 정보가 많아지는 것이 작가들이다. 나는 그의 배경 정보들을 듣고 그가 살아온 삶을 상상하기 시작했다. 작가는 종종 일상에서 글감과 이야기 속 인물의 모티브가 될 만한 사람들을 찾는다. 나도 그렇다.
“Where do you live in Australia?”(호주 어디에 살아요?)
“I live in Sydney”(시드니요)
“Wow, Is there Opera House, right?”(와~ 거기 오페라 하우스가 있는 곳이죠?)
“Yes, there is Harbour bridge as well.”(네, 그렇죠 하버브리지도 있어요 하하)
“Do you live with your family?”(부모님이랑 다른 가족들과 함께 있으신 거예요?)
“No I don’t. l live alone. My parents are in Korea”(아니요 혼자 있어요)
나는 보통 새로운 인물을 등장시킬 때 그 인물의 색깔과 방향성을 정해놓고 이야기를 만들어간다. 물론 그 인물에게 어떤 스토리가 펼쳐질지 나도 알 수 없다. 써봐야 안다. 하지만 최소한 그 인물이 선한지 악한지를 구분해서 스토리를 만들어간다는 것이다. 일반적인 스토리는 대부분 권선징악의 내용을 담기 마련이고 선과 악을 대변하는 인물들이 등장하기 마련이다. 요즘은 영웅보다는 빌런(Villain: 악역)에게 더 많은 관심을 보이는 시대이다. 악이 판을 치는 시대이고 스토리도 악이 판을 쳐야 재미가 더해지는 법이다. 어둠이 짙어야 빛이 더욱 빛나는 법이다.
[행복한 가정은 모두 비슷하게 닮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
- 톨스토이 [안나 카레니나] -
톨스토이는 소설에서 말했다. 내가 톨스토이의 말을 좀 각색해서 표현하자면
[선한 자는 다들 비슷하지만 악한 자는 각양각색이다]
- 间写 (사이에서 쓰다) -
빌런 캐릭터가 이야기의 흥행을 좌우한다. 얼마나 악랄하고 얼마나 위선적이고 얼마나 교묘한지를 잘 보여줘야 한다. 독자는 그런 빌런에 대한 혐오와 분노가 커질수록 이야기의 흡입력은 강해진다. 욕을 하면서도 계속 보게 되는 것이다.
사람들을 하나 되게 만드는 것들 중에 가장 빠르고 효과적인 것이 미움이다. 사랑, 우정 존경 같은 것들로 사람들을 하나 되게 만드는 건 너무 오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아무나 할 수 없다. 예상치 못한 지독한 악마를 하나 만들어 내면 사람들은 그 대상을 미워하며 하나 된다.
‘他到底是什么人呢?’(도대체 어떤 인간이지?)
호기심만 자극하고 상상이 되지 않는다. 선악을 뚜렷하게 구별하진 않더라도 어느 방향으로 갈 인물인지는 정해야 한다. 하지만 그는 어느 방향으로 기울었는지 전혀 상상이 되지 않았다. 아직 정보가 부족하다. 내 귀에 들리는 그의 대답들은 색깔을 만들 수 있는 여지를 전혀 주지 않는 답변들만 하고 있었다. 단답형의 심플한 사실 확인 형 대답은 인물이 스토리를 품기 힘들다.
그는 색깔을 알 수 없는 남자였다. 이런 색깔 없는 사람은 나의 호기심을 더욱 자극한다. 난 호기심을 자극하지 않는 사람에겐 관심을 느끼지 못하게 되어 버렸다. 그 호기심에 귀를 쫑긋 세우고 뒷좌석의 대화를 감청했다.
“Why did you go to Australia?”(호주에는 어떻게 가게 되신 거예요?)
“I went to Australia as a working holiday at the beginning.”(처음에 워킹으로 갔었어요)
“if so, it's been a quite long time already”(그럼 꾀 오래되셨나 보네요)
“Yes, it’s been almost 10 years.”(네 10년이 다 됐네요)
“Wow! It’s such a long time.”(와! 정말 오래되셨네요)
일방적인 웬웬의 질문이 계속 이어졌다. 그런 웬웬은 자신이 알고 싶은 것들을 알아가면서 혼자 호감을 쌓아가는 듯 보였다. 점점 더 애교가 묻어나는 그녀의 말투에서 그것이 느껴졌다. 하지만 난 극작가다. 그 말은 상황과 장면에서 피어오르는 두 인물 간의 내면을 상상한다. 눈을 감고 그들의 대화를 들으면서 또 다른 상상을 이어간다. 하지만 둘의 대화는 감성이 전혀 피어오르지 않는다.
“We have a drink when we get in Ubud?”(우리 우부드에 도착하면 또 한 잔해야죠?)
“Ok, no problem. I have nothing to do anyway”(그러죠 뭐 저도 특별히 저녁에 일정도 없는데요)
“O yes~ well.. where we go? Let me search any good place in Ubud.”(오예 음… 어딜 가지? 좋은데 있는지 검색을 좀 해봐야겠네요)
웬웬은 기뻐하며 핸드폰으로 우부드에 있는 맛집들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Would you mind join with us, Peiyun?”(페이윈님도 가실 거죠?)
“霈云, 你也去吧”(페이윈 갈 거지?)
“哦 那好吧”(어?! 그 그래 뭐)
나는 게슴츠레 잠에서 깬 척 실눈을 뜨며 얼떨결에 대답을 했다. 그는 여전히 사이드 미러를 통해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他怎么总看着我呢’ (뭐지 왜 계속 날 쳐다보는 거야?)
그 시선이 왠지 불편하고 어색했다. 나는 차 안에 흐르는 뉴에이지 음악의 볼륨을 올리고 다시 눈을 감았다. 온천을 하고 나서인지 나른한 기운이 온몸에 퍼지며 잠에 빠져들고 있었다.
그리고 꿈속에서 또 한 명의 여자가 여러 사람들의 관심에 둘러싸여 있었다.
정확히는 그 한 여자가 만들어내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그리고 또 다른 한 남자의 시선이 그녀를 향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