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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 호감과 의심 사이

발리에서 생긴 일 ep24

by 글짓는 목수

“푸웃~ 콜록코올록”

“Are you Ok?” (괜찮아요?)

“你是…?” (당신은?)

“We get to see each other often. Right?”(우리 정말 자주 마주친다 그렇죠? 하하하)

“우와~”

“짝짝짝”


눈을 떴을 때 그 남자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나는 수 많은 사람들에 둘러싸여 있었다. 저체온증으로 정신을 잃고 물속에 빠졌다. 그 이후로 잠시 기억을 잃어버렸다. 그가 나를 구한 모양이었다.


“Peiyun, are you alright?” (페이윈, 너 괜찮아?)

“Oh, Karek, I’m Ok.” (어 카렉… 난 괜찮아)

“What a surprise! we met again“(오 카렉 또 만났네요)

“Wahoo, Unbeliable, I don’t think we can meet again like this.“(와우! 그러네요 이렇게 또 만날 줄은 몰랐네요)


카렉과 폴은 바투르 산에 만나고 이곳에서 또다시 만났다. 서로 우연한 만남에 놀란 표정이었다.


“You guys knew each other already. Your name is Peiyun, right? I’m Paul, now I got your name. anyway what do you feel after reborn? ”(둘 다 구면이네요 하하 당신 이름이 페이윈이었군요, 전 폴이라고 해요. 이제야 서로 이름을 알았네요, 다시 태어난 기분은 좀 어때요?)

“What? Yuck~”(네? 푸우우웁~)

“Oh my gosh! Ta-Ta- “(아~놔~ 퉷퉷)

“Oh, Sorry”(앗! 죄송해요)


나는 순간 뱃속에서 솟구치는 물을 또다시 토해냈다. 토해낸 물이 폴의 얼굴로 튀었다. 다시 태어난다는 느낌이 이런 건가. 속이 울렁거리고 머리가 띵하다. 기분도 속도 별로 좋지 않다. 나는 사실 다시 태어나고 싶지 않았다.


아니 지금 당장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다. 나중에 살만큼 살고 늙어 죽고 나면 다시 이 세상에 인간으로 태어나지 않았으면 했다. 삶이 너무 고단하지 않은가?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삶은 갈수록 고단하고 힘겨워진다. 그런 고통의 시간을 다시 또 겪고 싶지 않았다.

나의 존재가 느껴지지 않는 시간이 좋다. 실존하지만 존재를 의식하지 못하는 상태, 그런 상태가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런데 나는 내가 글을 쓸 때 나는 나를 의식하지 못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의식은 있지만 의식하지 못한다. 나는 어느 순간부터 이런 상태를 즐기고 있었다. 하지만 현실은 나를 이곳에 머물게 가만 놔주지 않는다. 나는 24시간 글만 쓸 수가 없다. 불가능이다. 현실에선 항상 나의 아이덴티티를 의식하며 그에 걸맞은 행동양식 따르면 살아야 한다. 내가 나를 내 안에 가둬버린다.


하지만 만약 현실의 가장 기본적인 의식주만 해결하고 나머지의 모든 시간을 글을 쓸 수 있다면 다시 인간으로 태어나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다. 그렇지 않다면 사양하고 싶다. 현실의 환경은 언제나 삶을 어지러운 고통 속으로 집어넣는다. 인간은 그 고통을 직면하고 극복하는 과정을 계속 반복해야만 한다. 사람들은 그것이 성장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나는 이 과정이 신이 인간을 세월이라는 시간 속에 가둬 벌을 받게 하고 있는 것이라 생각했다. 이걸 불교에선 윤회의 고리라고 얘기하더라. 교회에서도 인간은 태어나는 순간 죄를 가지고 태어난다고 하지 않았던가. 삶이 바로 죗값을 치르는 과정인 것이라 생각했다.


“It's best not to be born again ”(다시 태어나지 않는 게 제일 좋아)

“Why you think so?”(왜?)

“Just stay in the state of existence without consciousness. If you do so, you can reach to anywhere and anytime. ”(그냥 존재만 하는 상태로 있는 거야 의식 없이… 그럼 어디든 갈 수 있고 무엇이든 될 수 있지)

“What the heck are you talking?”(그게 도대체 무슨 말이야?)


카렉과 바투르 화산을 내려오며 나누었던 대화가 떠올랐다. 힌두교에서는 환생을 믿는다고 했다. 다시 태어날 때는 인간으로 태어날 수도 혹은 동물 혹은 식물 같은 다른 생명으로 태어날 수도 있다고 했다. 생명과 의식을 가진 존재는 죽음으로 향해 가는 고통과 두려움을 경험할 수밖에 없다. 생명과 의식은 고통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인간이 신경세포를 통해 통증을 느끼고 두려움을 느끼는 것은 생명을 연장하기 위한 반사작용이다. 통증을 피하고 부정적인 감정을 피하고자 하지만 이건 계속해서 찾아온다. 반복의 연속이다.


“It’s the return to the origin of all.”(만물의 근원으로 돌아가는 거지)


카렉은 아주 추상적으로 말을 했지만 나는 그가 하는 말의 과학적인 의미를 얼핏 이해할 수 있었다. 만물의 근원이 무엇인가. 원자이다. 만물은 모두 원자로 구성되어 있다. 하지만 원자는 생명과 의식을 가지지 않았다. 물리학의 개념으로 바라보면 나도 원자로 구성된 분자화합물이다. 하지만 물리학은 원자로 구성된 분자화합물에서 어떻게 생명과 의식이 생겨나는지에 대해선 설명할 길이 없다. 다만 물리학자가 바라본 생명체는 원자를 불안정한 상태로 유지시키고 있는 분자화합물로 보인다. 자유롭게 돌아다녀야 할 원자들을 억지로 붙들고 있는 형국이다. 이 생명과 의식을 가진 존재를 설명하려면 물리학으로는 힘들어 보인다. 만물의 이치를 설명하려는 학문이지만 생명과 의식을 설명할 수 없다. 그래서 물리학자에겐 삶과 죽음의 경계가 없다. 원자는 질량보존의 법칙에 따라 사라질 수 없다. 어딘가에 항상 존재하고 있다.


“I don’t know where I am but I’m everywhere.”(내가 어디에 있는지 모르지만 어디에도 존재하는 거야)

“what is tha….t”(그게 무슨…)


나는 카렉이 느끼는 추상적인 표현을 과학적인 표현에서 찾고 싶어졌다. 그리고 나는 그날 전자책에서 각종 물리학 서적에서 원자에 대한 내용들을 찾아 헤맸다. 그리고 한 가지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원자는 그 위치를 파악하기 힘들다는 것이었다. 그건 원자를 구성하는 전자의 위치를 알 수 없기 때문이었다. 원자는 분명 존재하지만 원자의 위치는 오직 빛만이 알 수 있다. 하지만 인간이 빛을 이용해 그것의 위치를 파악하는 순간 그것은 더 이상 그곳에 없다. 빛이 그것을 다른 곳으로 옮겨버린단다.


말도 안 되지만 이건 마치 내가 나를 의식하면 내(진정한 나)가 사라지는 것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내가 나를 의식할 수 없는 상태가 내가 실재하고 있는 상태가 아닐까 하는 상상을 하곤 했다. 그럼 현실에서 나를 의식하는 것은 내가 어디에 있고 어디로 가는지 계속 모르고 헤매고 있는 상태인가. 그래서 사람들은 현실에서 또렷한 의식을 가지고 보이지 않는 불확실한 세상을 눈에 보이는 확실한 세상으로 만들려고 발버둥을 치는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세상은 더욱더 불확실해진다. 모순이다.


“Is it so interesting world as much as you know? I feel so weird when I heard the world you guys are living. but you guys feel weird too when you heard the world I live.”(알면 알수록 알 수 없는 세상 같지 않니? 내가 너희가 사는 세상 얘기를 들으면 완전 딴 세상 얘기를 알아가는 것 같은데 정작 그 세계에 사는 너희는 지금 또 내가 사는 다른 세계를 알아가고 있잖아.)

“Oh, you’re right. I don’t know things much more as much as I know. We call it a swamp of knowledge” (오~ 정말 그러네. 아는 게 많아지면 모르는 것도 동시에 많아지는 거 같네, 음… 그걸 우리는 지식의 늪이라고 말하곤 하지)

“Swamp of knowledge?!”(지식의 늪?!)

“Yeah, trapped in the swamp never ever come out.”(응 한 번 빠지면 헤어 나오지 못하는 늪처럼 지식에 갇히는 거지)

“Well… It sounds pretty real. So it becomes pain when we going to understand the life and the universe with knowlodge.”(그럴 듯 한 말인데 하하, 그래서 앎으로 삶과 우주를 이해하려는 게 고통이 되어버리는 거지)


그러고 보니 바보가 가장 행복해 보인다. 카렉은 나처럼 지식으로 그것을 이해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녀는 믿음으로 공감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래서 그녀의 말은 추상적이고 모호하지만 그렇게 밖에 표현할 수밖에 없는 건 신이 세상을 그렇게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밖에 설명할 방법이 없었다.


카렉의 말처럼 의식과 생명이 없는 상태로 존재하면 만물과 하나 되어 그런 고통에서 벗어난다고 믿고 있었다. 카렉의 이야기를 듣고 나니 내가 죽어서 나의 몸을 이루고 있던 모든 원자들이 뿔뿔이 흩어져서 세상 속에 떠돌며 순환하는 것이 영원히 사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교회에서는 항상 영원히 사는 영생을 입버릇처럼 얘기했지만 그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걸 이해시켜 주는 이도 없었다. 그리고 나는 정말 그들이 그것을 이해하고 떠들어 대는 것인지도 의심스러웠다. 하지만 또 이건 이해할 수 있는 지식의 범위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으면 또한 그들을 이해할 수밖에 없는 모순에 빠지곤 했다. 카렉의 얘기를 듣고 난 후 그 영생의 개념이 힌두교에서 말하는 환생의 고리를 끊는 것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에잇! 그럼 난 죽지 못하고 다시 인간으로 부활한 것인가 이 남자 때문에?! 난 영생할 팔자가 아닌가 보다’


폴이 나에게 처음으로 던진 물음에 나는 잠시 머나먼 상념의 여행을 떠나고 온 느낌이었다. 그가 아무 생각 없이 던진 질문 같았지만 나는 그 질문 하나로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고 돌아왔다.


“I feel pain when I reborn” (다시 태어나니 좀 고통스럽네요)

“What?!” (네?!)”

“우욱 꺼어어어 억~ I’m sorry (앗 죄송해요)

“Bless you! You are still alive totally. hahaha ”(축복드립니다. 아직 살아있네요 정말로! 하하하)


순간 입에서 긴 트림이 터져 나왔다. 나도 놀랐다. 너무 큰 트림 소리에. 물을 너무 많이 먹은 모양이었다. 폴도 살짝 당황한 눈치였다. 나의 몸은 여러 장의 사롱으로 칭칭 감겨 있었다. 마치 관 속에 놓인 미이라 같았다. 사롱패킹 덕분인가. 저체온증으로 내려갔던 체온이 다시 올라오면서 창백하던 얼굴에 핏기가 돌기 시작했다.


“Well… We got some connection in relationship. cause we met often like this. Do you think so? Peiyun? hahah ”(근데 우리 아무래도 인연인가 봐요. 후훗! 이렇게 자주 마주치는 거 보면, 안 그래요? 페이윈님? 하하하)

“Is that so? hahah”(그… 그런 건가요?! 흐흐흐)

“Look at your face. Like a strawberry. hahah”(얼굴이 빨개지셨네요 하하하)

“Yea? Well. Excuse me, could you release the Sarong, Blood circulation is disturbed now. ”(네?!... 근데 죄송하지만 이제 이 사롱들을 좀 풀어주시겠어요, 몸에 피가 안 통하는 거 같아요)

“Ah~ sorry, hold on.”(앗~ 죄송해요 네 잠깐만요)


내 몸에 칭칭 감긴 여러 장의 사롱이 몸을 꽉 조이고 있어서 팔다리를 움직일 수가 없었다. 보온도 좋지만 이건 좀 과하다 싶을 정도였다. 창백한 얼굴에 핏기가 돌아온 건 얼굴에 피가 쏠려서였던 모양이다. 이렇게 더 있다간 얼굴에 피가 날지도 모르겠다. 얼굴이 빨개지는 건 혈류량의 증가 때문이지만 그 원인은 여러 가지 있을 수 있다. 지금은 병목현상(Bottleneck Phenomenon)에 가깝다.


“嗬!现在才好了“ (휴~ 이제 좀 살겠네)

“Peiyun, are you Ok? you don't have to go to the hospital? ”(페이윈, 괜찮아? 병원 안 가도 되겠어?)

“I’m OK. I felt a little cold but now I feel better.”(어 괜찮아, 그냥 추워서 그랬던 거야)

“You’ve got in danger if he didn't save you”(너 정말 큰일 날 뻔했어. 저분 아니었으면 어쩔 뻔했니)

“Thank you so much, you’re Paul, right? How can I appreciate about your help?”(정말 고맙습니다 폴님이라고 하셨나요? 어제도 그렇고 정말 여러 번 신세를 졌네요 제가 어떻게 보답을 해드려야 할지…)

“No worries. from Now on, I can get some help from you. haha””(괜찮아요, 뭐 이제부터 제가 좀 신세를 지면 되죠 뭐 하하하)

“Yeah? What do you mean?“(네?! 그게 무슨 말인지?)

“First of all, let’s get out of here, too many people are watching us. “(일단 이곳을 벗어나시죠. 사람들의 시선이 너무 많네요 하하)


좀 전에 연못에서 일어난 신기한 해프닝 때문에 사람들이 그와 나의 주변을 둘러싸고 있다. 그리고 그는 입가에 옅은 미소를 띠며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미소의 의미를 알 수가 없다. 그래서 또 나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호감과 의심 사이의 호기심이다.

나는 호기심을 따라 그의 뒤를 따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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