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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함와 저능함 사이

발리에서 생긴 일 ep25

by 글짓는 목수

"What happened in the pond before a moment? “(아까 연못에서 물고기들 그거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에요?)

“Oh, that one? It's not a big deal. “(아 그거요? 별거 아녜요)

“It was so weird, there was a lot of fishs surround you, I have never seen it. Did you see it, Karek? “(별거 아니라뇨? 물고기들이 떼 지어서 폴님 주변에서 난리도 아니었는데, 그런 거 처음 봤어요. 카렉 너도 봤지?)

“Yes. I saw that too“(어… 그래)

““Well, honestly it's a little uncomfortable to say. “(아 사실 이런 말까지 하진 않으려 했는데…)


우리 셋은 사원을 벗어나 사람들이 없는 한적한 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폴은 심각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이며 말을 이어가길 망설였다. 나와 카렉은 숨 죽여 그가 무슨 말을 할지 기다렸다. 카렉의 표정은 나보다 더 심각하다.


“I actually put some rice in the pond earlier “(사실 아까 연못에서 떡밥을 좀 뿌렸어요)

“What?! Rice? What do you mean?“(예?! 떡밥이요! 그게 무슨 말이에요)

“I felt sick in my stomach since this morning, you know it's been so long for waiting for the baptism on the line. I never think to start it again. I just kept holding my arsehole. I pooped a little in the pond in the end. I couldn’t imagine that too many fish were coming like that. I got shocked too“(먹은 우유가 상했는지… 아침부터 속이 좀 안 좋더라고요. 그렇게 오랫동안 줄을 서서 기다렸는데 다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수 없어서 계속 참았거든요. 결국 바지에 살짝 지렸는데… 아니 글쎄 물고기들이 뭐 며칠을 굶은 건지… 순간 그렇게 떼로 몰려올지… 저도 예상 못했네요 하하하 저도 깜짝 놀랐네요)

“What the… (Screaming)! It’s so dirty. “(뭐예요? 우웩! 더~러워 우욱!)

“Hahaha“(푸하하하)


그럼 난 똥물에서 12번째 물세례를 받은 거란 말인가. 생각하니 갑자기 헛구역질이 나왔다. 난 게다가 거기서 정신을 잃고 물에 빠져서 그 똥물을 엄청 들이마셨다. 갑자기 입에서 똥내가 나는 것 같았다. 폴은 머리를 긁적이며 연신 부끄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의 표정과 행동을 보고 있으면 거짓이 아닌 것 같았다. 순간 그의 순수하고 신비하던 모습이 저능하고 역겹게 변했다.

아무리 그래도 좀 전에 연못에서 벌어진 광경은 믿기 힘들 정도로 신기했다. 정말 물고기들이 많이 굶은 건가? 아니면 폴의 내용물인 그것이 미네랄이 풍부한 사료였던 것일까? 어떻게 그렇게 많은 물고기가 물보라를 일으키며 몰려들 수 있었던 걸까? 믿기 힘든 신비로운 광경이 정말 이런 더러운 에피소드였단 말인가.


“Sorry, Please keep the secret.“(미안해요, 비밀로 해줘요)

“No, you don't have to be sorry, but don't you think that's enough to put on a diaper? “(아니 뭐 미안할 거까진 없는데요 근데 그 정도면 똥 기저귀를 차셔야 하는 게 아닐까요? 큭큭)

“Hahaha“(하하하)


나의 목숨을 구해줬는데 똥물 좀 먹었다고 화를 낼 수도 없다. 여태껏 쌓아왔던 그에 대한 호감들이 똥물 사건으로 모두 상쇄되는 느낌이다. 카렉은 웃음보가 터졌고 그는 멋쩍은 표정으로 머리만 긁적거렸다.


“By the way, you are a Korean? “ (근데 한국 분 맞으시죠?)

“How could you know? “ (어떻게?)

“I saw that you were bring a Korean passport in the airport.“(그날 공항 입국장에서 한국 여권을 들고 계시던데요)

“Oh I see. Where are you from, Peiyun?“(아~ 보셨군요, 페이윈님은 어디 나라에서 왔어요?)

“I’m a Chinese.“(중국 사람이에요)

“Oh Nihaoma? 你爸爸妈妈身体好吗?“(오~ 니하오마, 아버지 어머니는 건강하시니?)

“Wow, Do you speak Chinese?“(우아~ 중국말하실 줄 아시네요)

“That’s all. Nothing anymore. hahaha“(이게 다예요. 하하하)

“….“(헐…)

“I can’t forget the dialog in the textbook when I was took a Chinese class in University. “(대학 시절 교양 중국어 수업을 들었는데 그때 외웠던 교재 1과에 나오는 다이얼로그는 아직도 잊히질 않네요 하하하)

“Ah.. I got it“(아... 네에…)


그의 중국어 발음이 너무 좋았다. 제1과 다이얼로그를 정말 열심히 외웠나 보다. 근데 그게 왜 하필 나의 엄마와 아빠의 건강을 묻는 질문이었을까? 그의 기대감을 한층 고조시킨 뒤에 주는 이런 허망한 실망감은 마치 롤러코스트를 타는 기분이다. 나를 들었다 놨다 반복하면서 한시도 나의 긴장을 늦추지 못하게 한다. 아마 이건 그에 대한 기대가 컸기 때문일 것이다. 항상 섣부른 기대는 언제나 실망으로 바뀌기 마련이다.


“By the way, what do you mean by being a little indebted? “ (근데 아까 신세를 좀 진다는 게 무슨 말이에요?)

“That's because my motorbike got a puncture... Can I get a ride? “(그게 내 오토바이가 펑크가 나서… 차를 좀 얻어 탈 수 있을까요?)

“Of course, no problem. We have enough space in the car “(뭐 그 정도야 제가 도와드려야죠, 어차피 차에 자리도 많이 남는데요 뭘)

“Thank you so much, by the way I have somewhere I need to go today…“(감사합니다. 근데 제가 오늘 좀 가봐야 할 곳이 있는데…)

“Where you go?“(어딜 가셔야는 데요?)


운전기사인 카렉이 폴에게 물었다. 그러자 폴은 핸드폰으로 자신이 가야 할 곳의 위치를 카렉에게 보여주었다. 그러자 카렉은 약간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Why you go there? “ (거긴 왜 가시려는 거예요?)

“Well… there are lots of things to see, Is it too far to ride me there? haha“(아~ 거기에 볼 게 많다고 하더라고요, 거기까지 태워주긴 좀 먼가요? 하하)


카렉은 머쓱한 표정을 지으며 머리를 긁적이는 폴을 물끄러미 쳐다봤다.


“Karek, where is it? Is it far from here?“(카렉, 어디길래 그래? 여기서 많이 멀어?)

“Well… it takes about 2 hours“(음… 차로 한두 시간 정도)

“Then let’s go, he saved my life. Of course I’ll help him “(그럼 가자, 내 생명도 구해주신 분인데 그 정도는 당연히 도와드려야지)

“Ok..“(그… 그래)

“Wow. Thank you so much. God bless you.“(오예! 정말 감사합니다. 신의 축복이 있으실 거예요 하하하)


그가 말한 곳은 발리섬의 동쪽 고산지역에 있는 한 사원이었다. 카렉은 그 사원은 발리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사원이라고 했다. 카렉의 조상은 오래전부터 발리의 동쪽 끝에 있는 그 사원 근처에 살았었다. 그리고 카렉은 지금은 돌아가신 할아버지로부터 그 사원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그곳의 마을 사람들은 아이가 태어나면 항상 제일 먼저 그 사원으로 데려갔다.


그곳에는 오래전부터 ‘천국의 문’이라는 마치 칼로 자른 듯 좌우 대칭으로 떨어진 커다란 탑 (Candi Bentar)이 있었다. 그 문 사이로 아궁산의 정상이 보인다고 했다. 그리고 탑 앞에 있는 연못에는 그 모습이 그대로 비치는 것이 아주 인상적인 장면을 연출하는 곳이었다. 사람들은 그곳이 신과 인간이 연결되는 문이라고 생각했다. 세상에 갓 태어난 아기는 그 문 앞에 놓여 신께 아이를 탄생을 알려야 하는 풍습이 있었다. 그 의식의 의미는 아이를 신께 바친다는 것을 의미했다. 세상에 태어난 아이는 부모가 아닌 신에게 속해 있는 독립적인 존재임을 마을 사람들은 굳게 믿고 있었다.


“When we are baby, we connect to God in a state of unconsciousness, and when we become adults, we come to this soul-washing spring water, and we connect once again with God in a state of consciousness”(우린 어릴 때 그곳에서 신에게 무의식의 상태에서 연결되고 성인이 되고 나면 이 영혼을 씻는 샘물에 와서 의식의 있는 상태에서 신과 다시 한번 연결되지)

“Well, It’s so interesting” (음.. 흥미로운데…)


카렉도 어린 아기였을 때 기억에는 없지만 할아버지 등에 업혀 그곳으로 올라가 신과 연결되는 의식을 치렀다. 그리고 그녀가 좀 더 자랐을 때 다시 할아버지의 손을 잡고 그 사원에 올라갔다고 했다. 그때 할아버지가 자신에게 했던 말을 떠올렸다.


----- [과거 회상 (카렉) ] -----


[현지 발리어로 할아버지와 대화]


“카렉아, 이곳이 우리가 신과 분리된 곳이란다.”

“할아버지, 그런 저 문으로 들어가면 신이 사는 곳으로 가는 거야?”

“그렇지”

“우아~ 나도 가볼래, 신이 사는 곳으로”

“그런데 그곳으로 가려면 순수한 영혼을 가져야만 한단다.”

“할아버지 그럼 나도 순수한 영혼이 될 거야”

“그래 허허허 그래야지”

“그런데 순수한 영혼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돼?”

“그건 말이지 조건 없이 사랑을 할 수 있어야 한단다”

“그게 뭐야?”

“음… 그건 말이지 네 엄마가 너를 사랑했던 것처럼 사람들을 사랑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야"

“으으흑흑흑… 엄마가 보고 싶어 으아아 앙"

“나중에 카렉이 저 천국의 문으로 하늘나라에 가면 그땐 엄마를 만날 수 있을 거야”

”알았어, 그럼 난 꼭 순수한 영혼이 될 거야!”

“그래 허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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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렉은 나에게 자신의 어린 시절 겪었던 이야기를 해주었다. 카렉이 어렸을 때 그녀의 어머니는 아궁산의 화산 폭발로 인해 돌아가셨다. 너무 어린 시절이라 정확히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엄마가 자신을 아주 아끼고 사랑했던 느낌은 아직도 기억이 난다고 했다. 그때 할아버지가 ‘천국의 문’에 대한 전설을 이야기해 주었는데 신과 함께 살던 인간이 죄를 짓고 이곳 발리섬의 동쪽으로 쫓겨나게 되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아주 먼 옛날 이곳에 누군가 나타나 신과 인간의 분리된 이 장소에 반으로 반듯하게 잘린 탑을 쌓아 올렸다고 했다. 그 자는 그 사이의 간격이 신과 인간의 분리를 의미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 간격은 무언가로 채워져야만 다시 신과 연결될 수 있다고 믿게 되었다고 했다. 이 이후 같은 모양의 탑들이 발리섬 곳곳에 만들어지기 시작했다고 했다.


"두 개의 떨어진 탑의 간극이 사랑으로 채워질 때 비로소 신께 닿을 수 있단다."


할아버지는 신과 인간의 분리를 연결하는 것은 사랑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 사랑은 인간이 생각하는 그런 사랑이 아니라고 했다. 그런데 인간의 언어로는 표현할 수 있는 가장 적합한 단어가 ‘사랑’밖에 없다고 말했다. 카렉의 할아버지는 이른 새벽에 일어나 항상 그 사원으로 올라가 기도를 드리는 것으로 하루 시작했다고 했다. 그런데 어느 날 할아버지가 아침 식사 때가 되어도 집으로 내려오지 않았다. 카렉은 엄마의 손을 잡고 할아버지를 데리러 사원으로 올라갔다. 그때 카렉은 할아버지가 ‘천국의 문’ 앞에 두 손을 모은 채 고개를 떨구고 앉아 있는 할아버지의 모습을 보았다고 했다. 할아버지는 더 이상 숨을 쉬지 않았다. 그때 어둠이 거치며 여명의 빛이 천국의 문 앞 수면 위에 반사되었다. 그 빛이 고개 숙인 그의 얼굴을 환하게 비추었다. 그때 카렉이 봤던 할아버지의 표정은 그 어느 때보다도 평화로웠다. 카렉은 그때 할아버지가 신이 말하는 ‘그 사랑’을 알게 된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는 신의 곁으로 떠났다.


“I don’t know the love my grandfather told me.”(난 아직 그 사랑 아직도 뭔지 잘 모르겠어)


카렉은 아직도 할아버지가 말했던 그 사랑의 의미를 깨닫지 못했다고 했다. 그건 자신은 순수한 영혼으로 되돌아가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 사랑을 알게 된다는 것은 자신이 완전한 순수함으로 돌아간 것이고 그날이 오면 천국의 문을 통해 신에게 돌아갈 수 있을 거라고 믿고 있었다.


“Wow, That’s amazing, I can’t wait to go and see it“(우아, 정말 신기하다. 빨리 가서 보고 싶은데)

“크어어엉~ 크어어어 엉”


그때 차 안에 코 고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폴은 뒷 자석에서 고개가 뒤로 꺾인 채 단잠에 빠져있었다. 침까지 흘리며 깊은 잠에 빠져 있는 듯했다. 그 모습이 안쓰러워 보일 정도였다. 입가에 침이 흘러내려 턱 끝에 맺힌 침방울이 자유낙하를 준비 중이다. 볼수록 가관이다. 무슨 어린아이도 아니고 어쩜 저렇게 태평하게 침까지 흘리면서 잘 수 있을까? 나는 차마 내키진 않았지만 곧 떨어질 침방울을 그냥 보고 있을 순 없었다. 가방에서 티슈를 꺼내 그의 입으로 가져가 닦으려고 했지만 티슈를 꺼내고 내가 다시 그를 봤을 땐 이미 그 침방울이 자유낙하 중이었다. 그리고 끈적한 침방울은 길게 꼬리를 늘어뜨리며 그의 옷에 떨어졌다.


“Oh, so disgusting “(아흐 더러!)

“What’s wrong?“(왜 그래?)

“It's no joke to drool “(침 흘리는 게 장난이 아니야)

“하하하”

“Don’t you think he is so weird?“(이 사람은 너무 좀 이상하지 않니?)

“what“(뭐가?)

“Pooped in pants and drool like this... He looks like a little kid.“(하는 짓이 무슨 어린애도 아니고 말이야, 바지에 똥을 지리질 않나, 침을 흘리며 자질 않나…)

“Yeah I think so, probably he is so pure?“(그러게 하하하, 너무 순수해서 그런 건 아닐까?)

“Pure? It’s subnormal, you think?“(이게 순수한 거니? 저능한 거 아니고?)

“Hahah, if so, the subnormal saved you. Anyway, he is my saver. “(하하하, 그럼 넌 저능아가 구해준 거네, 어쩌겠니, 그래도 생명의 은인인데…)

“I know. The impression he gave me before was quite attactive but now I watched him closely, I didn't like him exactly.“(그러게 스쳐지나갈 때 줬던 인상은 호감이었는데, 가까이서 지켜보니 확실히 비호감이네 하하)

“haha, Ideals and reality are different, aren't you? “(하하하 이상과 현실은 다른 거지 안 그래?)

“what are u talikng~“(뭔 소리니?)


순수함과 저능함은 분리된 것일까? 어쩌면 현실 세계에서 순수함이란 저능함으로 비칠 수밖에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단지 어린아이가 그런 모습을 보이면 순수하게 보이지만 다 큰 어른이 그러면 저능함으로 보일 뿐이다.


어쩌면 우리는 저능해지지 않으려 순수를 잃어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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