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 이야기
복권 열 장을 샀다.
물론 오랜만에 수동으로 샀다.
메이메이 친구가 며칠 전 ‘기운 좋은 번호’라고 알려준 걸 바탕으로
하나하나 정성껏 눌러 찍었다.
위치는 혜화로.
내가 개인적으로 ‘기운이 흐른다’고 여기는 그 길목의 한 식당.
풍수적으로 봐도 꽤 괜찮은 곳이다.
서울과학고 방향에서 내려오는 지세가 곡선처럼 감돌고,
혜화로터리로 모아지며 부드럽게 힘이 응축되는 자리.
그곳에 조용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작은 식당이 하나 있다.
이 집이 좀 특이하다.
전국에 5~6곳뿐이라는
‘식당 겸 로또 판매점’.
밥도 팔고, 꿈도 판다.
게다가 이 집은 그냥 ‘파는 집’이 아니라
실제로 2등도 나오고, 3등도 나온 이력이 있는 실전 명당이다.
나는 이 집을 ‘기운의 집’이라 부른다.
정확한 명칭은 ‘더 올림’이지만,
내 마음속에서는 이미 혜화로의 복된 자리다.
복권을 사는 날,
아직 점심시간 전이라
사무실 들어가기 전에 들려 샀다.
열 장이다.
‘이 중 하나쯤은 걸리겠지’라는
사람 좋은 기대를 품고 말이다.
그리고 며칠 후, 결과 확인.
전부 꽝.
푸하하하, 이건 웃음이 터져 나올 수밖에 없었다.
1172회 1등 당첨 번호가 “1, 9. 24, 40, 42, 44”
10장 전부, 단 한 숫자 9만 걸리는 묘한 대단함.
오히려 정석으로 다 틀리는 그 명쾌함에 감탄했다.
그래도 마음은 무너지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더 즐거워졌다.
‘그래, 이번엔 꽝이었지.
그래서?
나는 온기가 흐르는 그 집으로 또 간다.’
누군가는 말한다.
“한두 번 꽝 나면 그만 사지 왜 또 사요?”
하지만 나는 안다.
복권을 사는 것은 꿈을 사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 집은 아직 나에게 할 말을 남겨두고 있다.
‘사장님 여기서 산 복권이 1등 되었어요!’ 하는 말
식당은 내 사무실과도 가깝고,
사장님도 음식맛도 깔끔하다.
“또 오셨나”는 인사와 하고 주인과 인사를 나누고,
내가 좋아하는 “수육백반”으로 희망을 먹었다.
그리고 다시 이번에는 자동으로··· 10장.
밥도 먹고, 복권도 사고!
복권 사고, 밥도 먹고!
밥도 로또도 내일을 위한 꿈이다.
사장님이 유쾌한 대답이 돌아왔다.
“제가 아들만 셋이라, 돈 많이 벌어야 해요!”
같이 간 일행이 한마디 거든다.
“여사장님, 아들만 넷이라 힘들겠네요!”
나는 속으로 한마디 응원해 줬다.
“사장님 여기가 명당입니다. 좋은 일 있을 겁니다!”
유괘 한 집이다.
그리고 음식이 맛있다.
어쩌면 인생이란,
바로 이런 마음으로 다시 걷는 걸지도 모르겠다.
꽝이 나도 웃을 줄 알고,
다시 같은 자리에서 희망을 살 줄 아는 사람.
나는 오늘도 혜화로의 기운을 등에 업고,
기세 좋게 복권을 산다.
그리고 믿는다.
기운이 흐르는 그 길목 끝엔
내 이야기의 반전이
꼭 기다리고 있으리라고...
로또 1등 당첨점.
이것 달도록 해야지요 하하하
복권이 꽝이라도
인생은 늘 ‘당첨 확률 100%의 오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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