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화 로또는 왜 사람을 끌어당기는가?

로또 이야기

by 청파 강성호

로또는 일종의 마법 같은 존재다. 단 한 장의 종이로 인생이 완전히 뒤바뀔 수 있다는 환상, 그것이 사람을 사로잡는다. 바쁘고 고단한 일상 속에서 손에 쥐고 있는 단 하나의 ‘탈출구’로 작은 종이에 사람들은 기꺼이 꿈을 담는다.


무엇보다 강력한 유혹은 ‘즉각적인 해결’의 환상이다. 누구나 알지만 외면하고 싶은 진실이 있다. 노력은 즉시 보상되지 않는다. 그러나 로또는 단 하루 만에 모든 문제를 지워줄 것 같은 착각을 준다. 부채, 집값, 관계, 직장… 모두 정리되는 상상을 하게 된다.


고된 현실 속에서 로또는 ‘상상력의 방’이다. 사람들은 로또를 사며 “내가 만약…”으로 시작되는 몽상을 펼친다. 큰 집, 여행, 회사를 그만두는 날, 하고 싶은 일의 목록. 현실에서 허락되지 않는 욕망을 마음껏 풀어내는 자유의 공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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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상상은 때로 그 어떤 예술보다 창의적이다. 그래서 로또를 사는 행위는 돈을 지불해 상상할 권리를 얻는 것과 비슷하다. 사람들은 로또를 통해 잠시나마 삶을 재설계해 본다. 그것은 기대이며 동시에 작은 저항이다. 현실에 매몰되지 않으려는 몸부림이다.


‘모두에게 열려 있다는 착각’도 로또의 마력이다. 나이, 학력, 출신, 성별, 직업, 자산… 아무것도 중요하지 않다. 누구나 숫자 여섯 개만 맞히면 된다. 이 공정성의 판타지는 현대사회의 경쟁 논리와는 다른 새로운 질서를 제공한다.


현대사회는 공정하지 않다는 불신이 깊다. 그래서 사람들은 제도와 능력을 통해 얻는 보상 대신,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는 ‘운’에 기대려 한다. 로또는 그 감정을 가장 직접적으로 반영한 도구다. 실력보다는 ‘순간의 기적’을 더 믿고 싶은 것이다.


로또는 복권이면서도, 사실상 현대인의 신화다. 옛날엔 하늘에서 벼락이 떨어지고, 신이 내려와 인간을 돕곤 했다. 지금은 숫자 여섯 개가 그 역할을 한다. 그것은 비현실이지만, 많은 이들이 매주 그 비현실 속에 한 발 들여놓는다.


그리고 재미있는 건, 대부분이 자신이 당첨될 확률이 거의 없다는 걸 알고 있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또는 매력적이다. 확률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기대'가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가 위로가 되기 때문이다. 희망은 숫자가 아닌 감정의 문제다.


이처럼 로또는 단순한 복권이 아니다. 그것은 시대의 심리학이자, 감정의 우물이다. 사람들은 돈을 벌려고 로또를 사는 게 아니다. 잠시나마 다른 삶을 상상하고, 그 상상에 기대기 위해 그것을 산다. 현실은 차가워도, 마음은 따뜻해지고 싶으니까.


결국 로또는 우리 마음속 결핍을 반영한다. 안정되지 않은 미래, 과로한 오늘, 무기력한 자기 자신. 그 안에서 로또는 하나의 상징이 된다. "그래도 혹시 모르지." 이 단순한 한마디는, 절망 속에서도 사람을 버티게 하는 강력한 심리 장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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