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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401호 VIP 2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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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치도치상 Feb 25. 2024

오키나와에서 크리스마스를

콩콩이의 응가가 감사한 엄마 아빠

"안돼!"

엄마 아빠가 한 눈을 판 사이 콩콩이는 침대에서 바닥으로 떨어졌어요. 엄마와 아빠는 놀랐고 콩콩이는 더욱 놀라서 앙앙 울었어요.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어요.


콩콩이는 한 참을 울다가 울음을 그쳤어요. 엄마 아빠는 그래도 바닥이 딱딱하지 않고 푹신한 편이라서, 침대 높이가 높지 않아 크게 안 다쳤을 거라 짐작했어요. 콩콩이의 상태도 그렇게 나쁘지는 않아 보였어요. 맘마도 곧잘 받아먹었거든요.


30분 정도가 지나자 콩콩이는 몸을 부르르 떨기 시작했어요. 콩콩이는 엄마의 품에서 떨어지는 걸 거부했어요. 기저귀를 갈려고 눕히자 콩콩이는 엉엉 울면서 떼를 썼어요. 엄마는 콩콩이를 다시 안아주었어요. 콩콩이는 힘도 없어 보였어요. 아빠는 VIP의 동공 상태를 확인했어요. 동공이 아빠 손가락을 따라 움직이지 않았어요.


엄마 아빠는 콩콩이의 상태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아빠는 묵고 있는 호텔의 프런트로 내려갔어요. 프런트에서 아빠는 응급차를 불러달라고 했어요. 엄마한테는 카톡 메시지를 보냈고요. 엄마는 다시 응급차를 부르지 말라는 응답을 아빠에게 주었어요. 일본은 응급차 비용이 비싸다네요. 여행자 보험으로 환급이 안될 수도 있다고 했어요. 엄마는 대신에 호텔 아래 마련된 렌터카를 알아보라고 아빠에게 말했어요.


아빠는 렌터카 직원과 얘기를 나누었어요. 직원은 웬 횡재냐 싶어서 열심히 영어로 설명했지만 아빠는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 못했어요. 렌터카 직원은 의사전달이 어려웠나 봐요. 빨리 차를 빌려서 40분이나 떨어진 병원으로 가야 하는 데 계약 약관과 필수 시청 동영상이 발목을 잡고 있다고 아빠는 느꼈어요. 다급해진 아빠는 손짓발짓을 해가면서 간신히 무슨 의미인지 알아들었어요.


아빠는 계약서 사진을 찍어서 엄마에게 메시지를 보냈어요. 다행히 계약서는 큰 문제가 없어 보였어요. 엄마는 콩콩이와 기저귀 가방을 둘러업고 로비로 내려왔어요. 엄마는 유창한 일본어로 렌터카 직원과 얘기를 나누고는 계약서에 사인을 했어요.  


아빠는 심장이 쿵쾅거렸어요. 온갖 생각이 다 떠올랐어요. 혹시 콩콩이에게 큰일이 생기면 어떡하지? 일본 병원에 입원하게 되면 어쩌지? 큰 수술을 받아야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그래도 아빠는 운전에 집중하기로 했어요. 콩콩이를 걱정하다가 더 큰 사고가 나면 안 되니까요. 일본은 왼쪽 통행이다 보니 헷갈렸거든요.


아기용 좌석에서 콩콩이는 갑자기 앙앙 울기 시작했어요. 그러더니 콩콩이는 얼굴이 빨개지기 시작했어요. 엄마 아빠는 혹시 뇌진탕 증상이 아닌지 걱정이 되었어요.


40분이 그렇게 오랜 시간으로 느껴지긴 처음이에요. 마침내 병원에 도착했어요. 아빠는 콩콩이를 안고 엄마는 기저귀 가방을 챙겼어요. 엄마는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직원과 일본어로 얘기를 나누고 문진표를 작성했어요.


아빠는 수상한 냄새를 감지했어요. 이게 어디서 나는 냄새지? 일본 병원은 매우 깨끗하고 쾌적했어요. 병원에서 이런 냄새가 날 리가 없었죠. 아빠는 찾아냈어요. 콩콩이의 엉덩이에서 나는 냄새였어요!


아빠와 엄마는 콩콩이를 화장실로 데려갔어요. 어마어마한 양이었어요. 아빠와 엄마는 기저귀를 갈고 엉덩이를 씻겨주었답니다. 개운해진 콩콩이는 고요한 병원에서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어요. 콩콩이는 낯선 곳에 오면 주위를 많이 살펴요. 그러다가 마음이 편안해지면 소리를 지른답니다. 재미있다는 뜻이랍니다. 콩콩이는 아빠에게, 엄마에게 안겨있는 가운데에서도 점프도 시도했답니다.


한 시간쯤 기다렸을까요? 간호사 선생님이 콩콩이를 호명했어요. 엄마, 아빠와 콩콩이는 진료실로 들어갔어요. 엄마는 의사 선생님에게 사건 경위를 간략하게 브리핑을 했고, 의사 선생님은 엄마에게 몇 가지 질문을 했어요. (다음 대화는 일본어로 진행되었어요.)

"아기가 떨어진 곳의 높이는요?"

"약 70cm 높이에서 떨어졌습니다"

"아기가 구토를 했나요?"

"아니오. 구토는 하지 않았습니다."

“혹시 경련이 있었나요?"

“우뱌바바바”

엄마가 네이버 사전을 잠깐 찾아보는 사이 콩콩이가 대신 대답을 했어요. 엄마는 사전을 덮고는 대답했어요.

“경련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콩콩이는 엄마와 의사 선생님이 자신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며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어요.

"아기가 계속 울거나 칭얼거렸나요?"

"아쿠아마아아앜."

"네 아까 차에 오면서도 그랬어요."

"아기가 어지러움증을 느끼면 그럴 수도 있습니다. 혹시 수유를 거부하던가요?"

"아갸갸갸갹가."

"그렇지는 않습니다. 조금 전에 분유 200ml를 다 먹었어요."

콩콩이는 소리를 질러가며 활발하게 움직였어요. 아빠는 엄마와 의사 선생님의 대화를 알아듣진 못했어요.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대화가 매우 심각했다는 점이에요. 반면 콩콩이는 뇌진탕 증상은커녕 응가도 많이 싸고 분유도 먹어서 매우 신나 보였어요. 아빠는 웃음을 참으려고 어금니를 꽉 깨물었어요. 엄마와 의사 선생님은 심각한 얘기 중인데 웃으면 어떡해요. 아빠는 웃지를 못해서 눈물이 찔끔 났답니다.


의사 선생님은 콩콩이를 이리저리 살펴보시더니 뇌진탕 증상은 없어 보인다고 하고 미소를 지었어요.


돌아오는 길에 아빠와 엄마는 한숨을 크게 내쉬었어요. 크리스마스 선물이었어요. 콩콩이가 다치지 않았다는 사실 자체가 말이에요. 엄마 아빠는 콩콩이가 뇌진탕 같은 증상을 보였던 것은 아침에 응가를 못해서 그랬다는 결론을 내렸어요. 여행 중이라 응가를 자주 못해서 속이 많이 불편했을 테니까요.


병원에서 돌아오는 길에 콩콩이는 응가를 한 번 더 했어요. 아가에게 응가 냄새가 나는 게 그렇게 감사한 일임을 엄마 아빠는 다시금 느꼈어요.


오키나와에서 크리스마스는 그렇게 저물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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